잃어버린 지평선 - 샹그리라, '마음속의 해와 달'을 찾아서
제임스 힐턴 지음, 황연지 옮김 / 뿔(웅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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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우연히 콘웨이란 대학 동창이 비행기 납치 사건에 연류되어 실종됐다는걸 알게 된다. 기이하고 괴상하기만한 비행기 납치 사건이후 모두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 비행기, 사람들은 백방으로 비행기에 탑승한 네 명의 승객들을 찾았으나, 비행기도 승객들도 찾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동창의 운명에 안타까움을 느끼던 나는 콘웨이의 최근 근황을 알고 있다는 친구의 말에 깜짝 놀란다. 중국에서 만난 그는 기억상실증에 걸려 있었으나, 곧 정신을 찾고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자신에게 들려 줬다는 것이었다. 그가 경험했다고 한 일이 너무 기이한 지라 자신이 그 일을 기록으로 남겼다면서 친구를 그 원고를 나에게 넘겨준다. 피랍자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일까 궁금해진 나는 당장 읽기 시작한다. 

영문도 모른 채 납치를 당한 콘웨이 일행은 한참을 비행해 쿤룬 산맥 어딘가에 추락한다. 샹그릴라를 향해 가라는 말을 남기고 사망하는 조종사, 처음 보는 절경에 감탄을 하면서도 그들은 자신들의 운명이 어찌될 것인지 불안해 한다. 샹그릴라를 향해 무모한 여정을 시작하려 할 즈음 창이라는 일행이 다가와 그들을 구조한다. 그리고 그들은 천연의 요새속에 감춰진 샹그릴라 사원으로 가게 된다. 처음엔 이 모든 것이 우연인 줄 알았던 콘웨이는 점차 이것에 계획된 것이었음을 알게 되고 소름이 돋는다. 과연 샹르릴라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일까? 

저자 약력을 보니 33살에 쓴 책이다. 도무지 어디서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서 책을 쓰게 된 것인지 보는 내내 궁금했다. 욕망이 거세된 곳이 아니라 욕망이 소진된 곳으로써의 샹그릴라란 곳을 어떻게 생각해 낸 것일까? 다소 어색하기도 하고, 이상한점이 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샹그릴라라는 이상향이 그렇게 터무니 없지는 않았다. 아, 물론 나이를 먹지 않는 사람들이 그렇다는건 아니다. 아무리 이상향이라고 한들, 글쎄. 백년 만년 젊게 사는게 과연 그렇게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 아니 싫다. 그냥 적당하게 사랑하고 기뻐하고 슬퍼하다 죽으면 되는거지 백년 2백년 살아봤자 무슨 영화를 보겠는가. 오래 사는 것이 이상향의 실체라면 난 오히려 그냥 이 지구를 선택하고 싶은 사람이다. 노는 것도 오래 놀면 지치는 법이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삶에 그다지 미련은 없다는 뜻이다. 

 하여, 샹그리라라는 곳에 대해 내가 가장 인상 깊에 본 것은 늙지 않는 곳이라는 점이 아니었다. 욕망을 다스리는 법에 대한 그들의 지혜때문이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욕망이 줄어든다. 그걸 뒤집어 생각해보면 젊은 시절엔 아무리 좋은 말을 들려 줘도 자신안에 꽉 차 있는 자아의 말을 거부할 수 없을 거란 말이다. 고요한 내면을 갖기란 불가능하다는 뜻. 작년 에크하르트의 말이 젊은 사람에게 이해가 안 되는걸 보면서 의아한 적이 있었는데, 이젠 안다. 그게 젊은 날들에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는걸, 하여 33살에 그런 미스테리를 풀어낸 작가가 놀라웠다. 물론 그 역시도 그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는 못한 듯 했으나, 어쨌거나 남들이 보지 못하는걸 짐작하고 있었다는건 대단한 거 아니겠는가. 

소설적인 면에서는 뒷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하다. 대라마의 후계자로 지목된 것을 왜 한순간에 박차고 나온 것인지, 중국 공주는 그 오랜 세월동안 그곳에 적응한 듯 보였으면서 탈출을 꾀한 것인지, 그리고 과연 샹그릴라라는 곳이 이상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만 생겼을 뿐이다. 샹그릴라는 과연 이상향일까? 세상에서 버림 받은 사람만이 평화를 얻는 곳이라면, 글쎄, 과연 그곳을 이상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난 지지고 볶고 해도 이 삶이 좋다. 당신은 어떠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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