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투 런 Born to Run - 신비의 원시부족이 가르쳐준 행복의 비밀
크리스토퍼 맥두걸 지음, 민영진 옮김 / 페이퍼로드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한때 달리기 매니아였던 사람으로써, 달리기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소란 떠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고? 그야 달리기는 그냥 달리면 되는 것이니까. 말이 필요없다는 뜻이다. < 우린 달리기 위해 태어 났다>는 의미의 이 책이 나온 것을 보면서도 약간은 뜨악한 심정이 든 것도 그때문이었다. 아, 또 달리기에 대해 난리 버거지를 피우는 또 하나의 책이 나왔구만. 식상해....라면서 안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여러 리뷰어들이 굉장한 책이라고 흥분을 하지 뭔가. 그래? 다른 책에선 보지 못한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양이지? 그렇담 당장 봐야지. 순식간에 반발심이 무너져 내리면서 저항선이 뚫려져 버렸다. 그렇다. 난 지조 없는 여자였던 것이다. 

하여 냉큼 달려가 본 이 책...어땠냐고?결론만 말하자면 다른 달리기 책에 비해선 그래도 영양가 있었으나, 격찬을 할만큼 대단하진 않았다. 음 역시 달리고 싶은 사람은 그냥 달리면 된다니까? 말이 필요 없어요~~~! 라면서 책을 내려 놓았다. 그래도 나름 괜찮은 책이니, 소개를 하자면 바로 이렇다. 

종군 기자로 나름 체육에는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던 저자는 달리기를 할때마다 다리가 고장나가 고민에 빠진다. 갖은 수를 다 썼음에도 여전히 고장이 나는 다리, 그는 결국 달리기를 포기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게 된다. 눈물을 머금고 달리기는 이제 그만 두어야 하나보다 할 무렵, 그는 달리기 위해 태어 났다는 놀라운 부족의 소식을 듣게 된다. 중남미 멕시코  험준한 협곡안에 살고 있다는 타라우마 족은 과거 원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진한 채 달리기의 희열을 만끽하며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당장 그들의 비밀을 알아 내고 싶었던 저자는 백인으로썬 처음 그들에게 받아 들여진 카바요 블랑코를 만나러 간다.신출귀몰한다는 그를 만나지 못할까 노심초사하던 그는 우연히도 그를 만나 자신이 알고 싶어하던 것에 대해 신나게 질문하기 시작한다. 카바요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함께 보낸 며칠 동안 저자는 그를 통해 달리기의 노하우를 전수 받게 된다. 새로운 자유를 느끼면서 달리기를 배우게 된 그는 달리면 달릴 수록 다치는 그의 다리가 실은 운동화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멋진 기능이 추가된 비싼 운동화의 푹신함이 오히려 발의 기능을 방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된 그는 카바요가 멋진 계획이 있다고 하는 말에 도와 주기로 한다. 그것은 바로 타라우마라 족과 문명세계에서 온 사람들간에 달리기 시합을 하는 것, 장소는 물론 협곡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었다. 마약 장수들이나 드나드는 험악한 곳을 단지 달리기 시합을 위해 와 줄만한 사람들이 있을지 반신반의한 가운데, 그는 차근차근 시합 준비를 해나간다. 과연 카바요의 오랜 꿈은 이뤄질 것인가? 달리기에 미친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자 작가는 흐믓함에 가슴이 뻐근해 지는데... 

 달리기에 미친 사람들의 열정을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이 장점. 단점이라면 가끔가다 다소 횡설수설한다는 것과 너무 달리기에 몰두한 나머지 모든 것을 달리기에 포커스를 맞추던 것이었다. 그는 추론해 낸다. 인간이 불행하고 우울하고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한 것은 <달리기 위해 진화된 >우리 인간이 달리기를 하지 않아서라고. 그러니까 만병 통치약으로 달리기를 권장하고 있는 책이라고 보면 된다. 그의 이런 추론을 본 나의 반응은 10년전 바람 피운 것을 아직도 들먹이는 아내를 바라보면 남편이 할 듯한 것이었다. 

" 아니, 언제적 이야기를 아직까지도?" 

그래, 우리가 네 발로 기어다니다 달리기를 위해 진화를 했다고 치자. 도대체 그게 언제적 이야기라고, 우리 몸의 진화상의 증거들을 찾는건가?  아무리 달리기가 좋다고 한들 모든 것을 달리기에 맞추면 곤란한거 아니겠는가. 말하자면 객관성을 잃어 보였다는 뜻이다. 실은 그런 오바스러운 표현들이 이 책의 가치를 떨어 뜨리고 있었다. 일례로 맨처음 타라우마라족을 설명할때는 난 외계인 비스드름한 신비한 부족이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줄 알고 깜짝 놀랐다니까. ......그러더니 마지막에 가서 보니 그저 그렇고 그런 원시 부족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물론 달리기야 탁월했지만, 인간으로써의 한계를 벗어나는 수준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적어도 서구 사회에 사는 사람들이 따라할 정도라면 기괴하다고는 말 못하지 않겠는가. 

그렇다 보니 책 장을 덮는데 발효 됐다가 푹 가라앉은 막걸리 반죽처럼 기대가 꺼져 버리는걸 느낄 수 있었다. 결국 달리기가 좋다는 이야기구만. 음...알아, 알고 있다니까. 그러니 제발 오바하지는 말아죠. 그래도 그 오바만 없었더라면 탄탄한 책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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