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에 속지 마라 - 기대하지 마라, 예측하지 마라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이건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주식 투자를 한다는 말에 이웃 블러거 한 분이 덧글을 남겨 주셨다. 주식투자가 재밌기도 하지만 어렵기도 하다면서, 부디 조심해서 하라고 당부하신다. 그 말에 나는냉큼  좋은 충고가 있으면 한마디 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투자를 하고 있다고는 하나 완전 초보인 나는 실은 거래를 어떻게 하는지도 모른다.--부끄러운 말이지만 모든걸 동생을 통해 하고 있어 그렇다.--그렇다고 오해는 마시라. 대박날 종목을 추천해 달라고 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저 기본적으로 피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그 내막 정도를 알고 싶었을 뿐이다. 그렇지만 뭐, 충고도 아는 사람을 상대로 해야 들어 먹히지, 나 처럼 백지인 사람을 상대로 조언을 늘어놔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여 다른 사람 성가시게 하지 말고 차라리 공부를 하자 싶어 이 책 저 책 찔러 보다 걸린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내가 책과는 별 상관없는 저간의 사정을 이렇게 장황하게 털어놓는 이유는 바로 그 이웃에서 얻고 싶어했던 충고를 이 책에서 얻었기 때문이다. 남들은 몇 년 걸려서도 얻기 힘든  정보를 책 하나로 해결하다니, 이 정도면 운이 좋았지 싶다. 행운에 속지 말라고 저자가 충고를 하고 있기는 하나, 어쩌겠는가. 이럴 때면 운이 좋다고 느껴지는걸. 필요할때 알고 있어야 하는 정보를 제때 듣는 것도 어찌보면 행운 아니겠는가. 각설하고,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왜 투자를 하는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날 웃게 만든 단서는 이것이다.

 "제정신인 사람을 순식간에 주식 도박자로 바꿔놓는 사람은, (월스트리트 전문가나 말재주 좋은 홍보가가 아닌) 주식투자로 횡재했다고 뽐내는 이웃 사람들이다. 모든 사람이 경험을 통해서 이익을 얻는다면, 이 세상에 현명한 부자들이 넘쳐 날..."
                                                                                         --에드윈 르페브르 /시장을 뒤흔든 100명의 거인들/ 피셔/p.107

아, 얄미운 이웃들이여. 돈을 벌었으면 얌전히 입 다물고 있을 것이지 왜 그리 나대고 다닌댜냐?  그렇게 그들은 불운에 절어 비참한 우리의 속을 뒤집어 놓는다. 이쯤되면 혹 나도? 라면서 나서고 싶어 지는게 인지상정이다. 뭐, 그들에게만 돈 벼락이 내리란 법 있나? 그들도 할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는거 아니겠어? 라면서 비장한 각오로 투자에 나선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이쯤에서 이 책의 저자의 프로필을 들여다 보기로 하자. 그는 20대부터 월가에서 증권 전문가로 일한 사람이다. 누구보다 월가의 사정에 빠삭하다는 뜻이다. 10년동안 월가의  트레이더로 일하면서 그는 월가 사람들의 up& down을 주목하게 되었다고 한다. 예리한 관찰력과 탁월한 분석력에 비판력, 그리고 인간성을 꿰뚫은 통찰력을 가진 그는 남들이 뒷담화 정도로 그쳤을 사건들에서 한가지 이론을 만들어 낸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제목인 Fooled by Randomness이다. 우연에 속지 마라 정도가 되려나? 풀어서 말하면 우연히 얻어 걸린 상황을 능력이라고 착각해서 인생을 그르치지는 말라는 뜻이다. 이해가 안 가시려나? 걱정 마시라. 그의 설명을 들어보면 금방 이해가 되실테니...

월가만큼 인생의 부침이 심한 곳은 아마 없지 않을까 싶다. 30대의 나이에 수백억대의 연봉을 받던 트레이더가 한 순간의 실수로 쫓겨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곳이니 말이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일생에 걸쳐 벌어질 일들이,  대박 신화의 본고장인 월가에서는 수 년 내진 수개월 안에 벌어진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겠다. 그렇게 주변 사람들의 극적인 흥망성쇠 드라마를 목격하다 보면 인간인 우리는 자연히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무엇이 그들을 성공에서 끌어 내린 것일까? 내진 영원할 것 같았던 성공 신화가 하루 아침에 무너진 이유는 무엇일까? 라는 것들...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저자 나심이 한 일이다. 그는 주변 사람들의 경우를 꼼꼼히 분석해서 이런 결론을 내린다. 눈 먼 행운이란 없다고. 혹시나 행운이란게 주어졌다고 해도 시간이 축적되면 운이 미치는 영향은 사라지기 마련이라고. 월가의 착각은 바로 거기서 시작된다고 말이다. 성공한 트레이더는 뜻밖의 대박에 자신의 능력이 출중해서 나온 결과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것은 그가 바로 그 자리에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일뿐, 능력과는 상관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러냐고? 우선 시장이 분석이나 예측만으로 가늠될 수 있는 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장은 그야말로 술 취한 사람처럼 갈짓 자로 횡보하는 곳이다. 그것을 영어로 하자면  Randomness라고 한다. 술 취한 사람이 다음 발길을 어느쪽으로 향해 갈지 항상 맞추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있다면 그건 정말로 운 아니겠는가. 이때 등장하는 것이 확률이다. 만약 그 발걸음을 맞춘 사람이 이기는 구조가 계속되는데, 그 내기를 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많다면, 그 중에서 능력과는 상관없이 진짜로 운이 좋은 사람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월가에서 성공한 트레이더들이 바로 그 경우라는 것이다. 우리가 바라보는건 딱 그  트레이더의 up 상황이다. 뉴스나 광고를 통해 대대적으로 대박 신화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심 탈렙은 거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그는 그들의 down도 목격한 사람이기에.


 

그렇다면 그렇게 성공한 이들이 처참하게 추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탈렙은 그것이 성공의 원인을 운이 아니라 자신의 출중한 능력으로 돌리게 되는 심리를 든다.  물론 심각한 착각이다. 이 착각이 무서운 것은 파괴력이 크다는 것 때문일 것이다. 능력을 과신한 채 자신의 무지를 망각한 트레이더들은 곧장 거만해 져서 판을 크게 벌리게 된다고 한다. 그 다음 길은 ? 쪽박이나 파산이나 해고의 길이지 무엇이겠는가. 높이 올라간 사람이 크게 떨어진다고 자신의 상상 이상으로 성공했던 그는 자신이 상상했던 이하로 떨어지기 마련이다. 친절하게도  이런 현상을 나심 탈렙은 진화론의 학설을 빌려 "장기적으로 상황이 균형을 이룬 것" 이라 설명해준다. 쉽게 말해 up+ down= 0으로의 수렴이라는 것이다. 참으로 논리적 아닌가.

 

 그는 이것을 쉽게 믿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특별히 수학(확률론) 과 진화 생물학과 인지과학을 통해 설득력있게 논증을 풀어내고 있었다. 어린 왕자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숫자가 있어야 확실하게 감을 잡는 사람들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굳이 그런 것이 아니라도 직관적으로 쉽게 수긍되는 사실이다. 월가의 트레이더처럼 단시간에 극명한 부침을 겪는건 아니지만, 살다보면 주변에 그런 사람들을 보게 되기 마련이니 말이다. 그렇다 .한마디로 여기나 거기나 인생을 살아간다는건 쉬운게 아니다. 끝을 보기 전까진 그 누구도 마지막을 장담할 수 없는게 인생이다.(하니 자만하지 말지니라~~~)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 가다보니 처음 주식 투자로 시작된 이야기가 처세술로 읽혀지는 부분으로 흘러 간다. 공감이 가는 말이 많았는데, 특히 소음이 싫어서 신문을 읽지 않는다는 말엔 박수를 쳤다. 요즘 내가 딱 그 심정이라서 더 그랬는가 보다. 하여간 새겨 듣는다고 해도 나쁘지 않은 조언들을 많이 들어 있었다. 그걸 받아들일지 아닐지는 당신의 몫이겠지만서도. 리뷰가 길어지는 관계로 느낀 점들을 짧게 남겨 본다면...


1. 우리 모두는 대충 총체적으로 무식하다. 나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고, 주식 전문가란 타이틀을 단 사람도 마찬가지다. 하니 펀드 매니저라는 말에 기가 죽어 그가 모든 것을 다 알아서 해줄거란 착각은 절대 하지 말란다. 돈이 썩어나는 관계로 펀드 매니저의 자동차나 집, 휴가 수당을 대신 지불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면...
2. 미래를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최대한 멀리 도망가라.
3. 대박이나 드라마틱한 삶을 좋아하는 사람들, 다시 말해 지루함을 못 참는 사람들은 명심하라. 추락의 길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는 것을.
4. 신은 중립적이다. 내진 우리에게 무심하다. 하니 운에 기대지 말라. 신이 당신을 편애한다는 생각도, 신이 타인만 편애 할거란 생각도 해로울 뿐이다.
5. 박사나 교수,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가진 사람이 심오하게 어려운 말을 쓴다면 일단 의심해 보라. 의심한다고 돈이 들지 않지만 의심하지 않을 시 자존심에 상처를 입거나 순진하단 소릴 듣거나 바가지를 쓸 경우가 생길지도 모르니까.
6. 남자들은 수학적으로 논증해야 진짜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7. 박학 다식한 나심도 심리학 분야에선 조금 무딘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워렌 버핏이 검소하게 사는걸 비웃던데, 그가 그렇게 사는건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가 아니다. 그저 돈을 모으는게 좋은 것이지. 돈이란 편리하고 귀족적인 삶을 의미하기도 하지만(나심처럼)  때론 힘 그 자체일 수도 (버핏처럼) 있다.
8. 대박 신화가 거짓이라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나심 왈, 내 이웃의 잔디가 더 파랗다는 어리석은 착각에서 벗어나 성실하게 살라신다.  혹여 주식 투자를 할 생각이면 인덱스 펀드 투자가 낫단다. 믿거나 말거나...
9. 흥미롭게도 나심 탈렙은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의 저자인 포퍼의 팬이란다. 아마도 둘의 사고가 비슷해서 인 듯 싶다. 재밌는 것은 포퍼가 말년에 남에게 충고를 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했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나심 탈렙이 비웃는 장면이었다. 하하하...내가 보기엔 나심, 당신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그건 포퍼나 탈렙이 어리석어서가 아니다. 그저 마음씨가 고운 사람이라서 그런 것일뿐. 하여간 이성과 본성이 대결을 하면 순식간에 패배하는건 늘 이성 같다. 포퍼도 그랬고, 나심 탈렙도 그랬으며, 아마 나 역시도 마찬가지 아닐까...
10. 주식 투자를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에게 꼭 일독하시라고 권하고 싶다. 투자에도 좋고, 인생에도 도움이 되니 일석 이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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