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라쉬 브런치 - 번역하는 여자 윤미나의 동유럽 독서여행기
윤미나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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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이렇게 말하면 되려나? 후딱하면 슬라예보 지젝을  거들먹대면서도, 타인에 대한 관용은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던 사람의 여행기였다고...이런 작가의 책을 읽다보면 이런 생각이 문득 든다. 과연 통찰력은 재능일까? 인간성일까? 라는...이 작가를 가리켜 한국의 요네하라 마리라고 하는 것 같던데, 분명 다르다고 주장하고 싶다. 마리 여사는 까탈스럽긴 했지만 인간미가 있는 분이셨다.

그래도 이 책을 읽고 난 수확이라면 < 길 위에서>의 작가인 케루악이 얼마나 글을 탁월하게 잘 쓰는 사람인지 깨달았다는 것 정도? 얼마전 읽은 <오늘 밤 모든 바에서>에 나오는 살로메 여인을 생각나게 하는 작가였다. 그나저나 책이나 영화나 뭐 ,이런거 주절대지 말고 자신의 생각만 적어내려갈 수는 없는 것일까? 인용에서 시작해서 인용으로 말을 끝맺는 이런 책이 어떻게 좋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남이 한 말을 복사하지 말고, 제발, 자신의 생각을 말해...인용 범벅인 책은 사절인랑께. 

물론 이건 전적으로 내 판단이다. 사실 난 이런 문장들을 싫어한다. 알맹이 없는 ,꼭 센치하게 보이고 싶어하는 여고생이 쓴 듯한 문장 말이다. 책을 펼쳐들자마자 이런 문장들이 눈에 밟히니 내 어찌 이 책을 좋아할 수 있었겠는가.

   
  짜라투스트라는 자신의 유일한 동시대인은 '시간'뿐이라고 말했다. 그 말이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이었는지 지금으로선 가물가물한데, 그가 진실로 고독하고 고독하다는 의미였다면 저 단호한 선언 안에 담긴 절실한 그 무엇을 감히 짐작할 수 있을 것도 같다.고독은 빙하와 같다. 빙하처럼 혹독하고 소스라치게 가차운 그것은 아무 때나 소리없이 녹아내려 연약한 하루를 난감하게 적셔 버린다. 고독은 일상의 재해다.  
   
   
 

 나는 졸린 고양이처럼 솔직해진다

 
   

 

고독이 일상의 재해야? 그거 좀 오바 아닌가? 니체가 왜 저런 말을 했는가는 나도 모르겠지만, 왜 저리도 비장하단 말이냐, 고작 여행을 떠난 것뿐이 아니질 않는가.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니고, 그냥 친구랑 나선 여행에 무슨 고독 운운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게다가 졸린 고양이가 솔직하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졸린 고양이가 왜 솔직한지 모르겠다. 감도 안 온다. 그러니까, 이런 문장들에는 공감할 수 없다는 것이지. 자의식을 조금 더 확 낮추고, 문장을 아름답게 보이려 애쓰지 않았다면 오히려 더 낫지 않았을까 한다. 글의 생명은 공감이다. 그냥 생각나는대로 씨부리는거 말고, 타인의 멋진 말을 인용만 하는거 말고, 자신을 화려하게 포장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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