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한 스푼 - 365일 미각일기
제임스 설터.케이 설터 지음, 권은정, 파브리스 모아로 / 문예당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선 떠들지 않는다는게 내 원칙중 하나다. 하기 싫어서냐고? 설마 그럴리가... 나 같은 불평쟁이가 불평거릴 눈 앞에서 그냥 놓친다는게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데.... 마구마구 떠들고 싶다는게 내 심정이다. 하지만 아쉬움에 쩝쩝 거리면서도 입을 다무는 것은 잘난 척 하려 책을 다 읽는니 그 시간에 잠이나 자는게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난 나를 고문하는데 취미가 없다. 거기에 안 읽은 책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는건 예의가 아니다. 둘을 더하면, 왜 내가 다 읽지 못한 책에 대해 함구하려는지 이해가 되실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런 말을 꺼내는 것은 지금 내가 그 원칙을 깨려 하기 때문이다. 리뷰 하려는 이 책 <위대한 한 스푼> , 다 읽지 못했다. 변명을 하자면 절대 내 탓 아니다. 정말로( 다 읽으려) 애를 썼다. 하지만 읽을 수가 없었다. 도무지 저자가 무식한 것인지 역자가 무식한 것인지, 말도 안 되는 문장들이 자꾸 눈에 밟히니 읽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지식을 늘릴 생각으로 책을 읽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무식을 늘릴 생각으로 책을 읽지 않는 나로써는 이걸 읽어야 하나 말까로 적잖이 고민이 됐다. 예를 들어 볼까나?

 

"미트볼--자식들과 손주들은 내가 만든 미트볼을 좋아하지. 아이들이 그리울 때면 미트볼을 만들곤 해. 빵가루는 빵이 좋아야 하고말고. 빵가루와 커다란 파르메산 치즈 덩어리를 포드 프로세서에 넣고 오레가노와 바질을 한 티스푼씩 넣지. 그리고 날달걀 두개와 얇은 햄버거 1파운드로 골프공 크기의 미트볼을 만들어 올리브오일에 갈색이 되도록 익히고 나머진 버려. 마지막으로 소스에 마늘과 양파,그리고 신선한 바질을 한 줌 넣으면 끝이야.p.150-->음, 이 문장을 읽고 어떻게 만드는지 감이 오시는 분? 도무지 얇은 햄버거란 무엇일까? 소고기 다짐육을 말하는 것일까? 위에 나온 모든 것을 다 넣어 으깬 패티를 말하는 것일까? 그걸 햄버거라고 한다고 치자. 얇은(?) 햄버거 1파운드로 골프공 크기로 만든다는건 또 뭐야? 게다가 나머진 버리라니? 뭘 버리란 거야? 미트볼을? 아니면 올리브 오일을? 

 대충 이렇다. 읽다보면 뭔가 아귀가 안 맞는 듯한 문장들이 걸리적 댄다. 자칭 타칭 미식가라는 솔터 부부가 거반 30여년동안 그들이 해먹은 것들을 망라해 정리한 것이라는 이 책,  1년 365일 열두달동안 그들이 먹고 ,명사들을 초대해 먹인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엮어 놓은 책, 먹거리는 물론, 파티와 관련한 에티켓, 와인에 대한 이야기와 유명한 인물들의 먹거리에 관련한 스캔들등 먹는 것에 대한 잡다한 이야기가 빼곡히 나열된 이 책, 시도는 좋았다. 문제는 잘 나가는 듯 하다가도 말이 안 되는 문장들이 밥에 돌맹이처럼 서걱댄다는 점이다. 그들이 언급하는 요리들이 대부분 서양 음식이라는 점과  전적으로 솔터 부부의 시각에서 의미있다고 생각되는 음식 이야기라는 것을 고려한다 쳐도 너무한다. 만약 그것이 문제였다면 외국인들이 쓴 요리 서적은 다 이상해 보여야 하질 않는가. 다른 외국인 요리사들이 쓴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궁싯댄 기억이 없는걸 보면 이 책이 이상한거 맞다. 게다가 최음제에 대한 이야기는 왜 그리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지...인류 요리 역사가 최음제 위주로 전개된 것은 아닐텐데 말이다.  뭐, 무엇을 쓰건 간에 그건 작가의 맘이니 그걸 뭐라 할 수는 없다. 알고 싶지 않은 이야기는 건너 뛰면 그만이니 말이다. 다먄 내가 양보할 수 없는 것은 적어도 그것이 믿을만한 이야기여야 하지 않느냐는 점이다. 맛깔난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믿거나 말거나, 누가 그랬다더라라는 풍문에 얽힌 이야기만 아니라면 일단은 합격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렇질 못했다. 이건 외계인이 나타났다는 기사를 주고 싣는다는 영국의 3류 잡지 썬지도 아니고, 그들보다 좀 더 품격 있다는 것만 다를까, 내용면에 있어서는 하등 질적인 면에서 차이가 나지 않아 보였다. 정확한 정보인지 확인하는게 저자에겐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걸까?  저자는 그저 드라마틱한 이야기면 독자들이 환호할거라 생각한지 모르겠으나, 나는 그렇지 않다.  저자의 태도가 그렇다보니 더 이상 읽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는 없었다. 책의 두께를 생각하면 미안한 일이지만서도 어쩔 수 없었다.

 

어찌보면 독서란 음식을 맛보는 행위와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재료가 신선하면 신선할수록 좋고, 미심쩍은 재료는 사절이며, 맛깔나게 요리하는 것으로 질이 결정되는데다,만드는 사람의 능력과 독창성이 중요하고, 일단 들어왔을때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넘기기가 수월하지 않다는 점등이 말이다. 이 책을 음식에 비유하자면, 도저히 목구멍으로 넘길 수가 없는 것이었다고나 할까? 그 이유를 대라면 제대로 조리 되지 않았다는 것이나 재료가 아무래도 미심쩍더라는 것 정도를 지적해야 할 것이다. 내진 음식을 나르던 웨이터가 주문을 잘못 전달한 것일수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굳이 그 이유를 세세히 따지고 싶지는 않다. 제대로 된 음식을 음미하기에도, 맛깔 난 책을 찾아 내기에도 시간은 부족하니 말이다. 그 이유를 따질만한 시간이 있다면 차라리 잠을 자리라. 아니면 산책을 하던지...Life is meals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오, 글쎄. Life is meals이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만은, 실제의 삶은 그렇지 못하다. 또 어쩌면 그렇지 않아서 다행이기도 하고 말이다. 음식이 별로일때, 음식 외에 우리를 위로할 것들이 없다면 우리는 무슨 낙으로 살아가겠는가? 하니 Life is meals이라는 말엔 동조할 수 없다. Meals은 그저 우리 삶의 일부분일 뿐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러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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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10-07-06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동감함다... 리뷰 한줄 쓸까 말까 고민중이었슴다 ㅎ 특히 최음제 얘기도 지루하고. 이거야 원...

이네사 2010-07-06 21:10   좋아요 0 | URL
그렇죠? 누군가는 제 말에 공감해주실 줄 알았습니다.
대체로 그다지 호감이 가는 부부는 아니었어요. 부부가 썼다길래 무척 기대하고 본 책인데 말여요.
이런 사람들을 보면 정말 부부는 똑같은 사람들이 만나는구나,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