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스의 산 1
다카무라 가오루 지음, 정다유 옮김 / 손안의책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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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976년 산에서 혼자 기거하고 있던 건설인부가 등산객을 살해했다는 이유로 구속된다. 그후 10여년이 지난 후 같은 산에서 백골 시체가 발견된다. 경찰관들은 같은 시기에 일어날 살인 사건이라는 점에 주목, 감옥에 갇혀 있는 건설인부에게 죄를 묻는다. 건설인부는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그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한편, 산에서 살인 사건이 나던 즈음 신병을 비관한 한 부부가 차에서 자살을 시도한다. 부부는 죽고, 그의 외아들은 간신히 목숨은 건지나 왠지 상태가 심상찮다. 그를 보러간 경찰관은 알 수없는 섬뜩함에 고개를 돌린다. 

16년이 지난 뒤 도코 거리에 시체가 발견된다. 머리가 빠개진 채로 발견된 시체, 그는 전직 야쿠자 똘마니로 이미 조직에서 탈퇴한지 오래된 사람이었다. 그의 바지 주머니에서 새돈이 발견되자 경찰들은 그 돈이 살인과 연관이 있을거나 짐작한다. 그의 뒤를 이어 시내 곳곳에서 시체가 발견되자 경찰관 고다는 연쇄 살인임을 직감한다. 하지만 그들이 N대학 출신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뚜렷한 단서가 발견되지 않는데... 

산에서 자살한 부부의 아들로 정신분열증에 시달리던 아이는 자신의 외적 자아인 마크스를 데리고 다닌다. 심각한 조울증에 정신불열로 삶 자체가 악몽인 아이는 감옥에서 출소한 뒤 큰 건을 하기로 마음 먹는다. 감옥에 들어오기전 털었던 병원장 집에서 그의 유서를 훔쳤던 마크스는 그 안에 굉장한 정보가 숨겨져 있음을 알고는 쾌재를 부르는데...유서에 적혀 있는 정보를 가지고 상대를 협박하던 마크스는 상대가 뜻밖에도 거칠게 나오자 극단으로 치닫기 시작하는데... 

고다라는 경찰관과 정신 분열증에 걸린 마크스라는 살인범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던 추리소설이다. 추리 소설하면 생각나는 천재 수사관이 아니라 그냥 보통 경찰관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이 장점. 고다라는 주인공의 캐릭터가 어찌나 자연스럽던지 감정이입이 어렵지 않았다. 거기에 수사를 해 가는 과정들을 세밀하게 보여주는 것도 좋았다. 물론 이젠 핸드폰시대에 과학 수사 시대라 조금은 시대에 뒤처지는 면이 있기는 하지만서도 말이다.92년도를 배경으로 한 것을 감안하면 그간 수사 수법이 많이 진보한 듯 하다. 

그외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마크스이 경우는 짠하기도 하고, 용서할 수 없기도 하고 그랬다. 협박으로 큰 건 올려서 잘 살아볼 생각이었던 그가 결국은 몰락하게 된 것은 어쩜 당연한 것, 더군다나  협박 이유를 들어보니 어이없기도 했다. 그걸 가지고 협박을 할 생각을 하다니, 제 정신이 아니긴 한 녀석이다. 자신과 마크스라는 이중 자아 분열속에서도 행복을 꿈꾸던 그의 인생이 가엽기는 했지만서도. 

결론이 궁금해서 끝을 다 보긴 한 소설이었지만, 완벽하게 잘 짜여진 소설이라고 보기엔 그랬다. 우선 산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과 부부의 동반 자살이 며칠 간격으로 벌어졌다는 것은 우연치고는 너무 작위적이다. 더군다나 그 당시 살아남은 아이가 그 살인 사건을 가지고 협박을 한다는 것은...굳이 그 산에서 같은 시간에 살인 사건과 자살 사건이 일어났음을 상정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결론 역시 애매하다. 협박을 불러온 사건을 보면, 살인이라기 보단 사고사에 가까운데, 그걸 가지고 협박할 생각을 했다는 점이 우습다. 그걸 유서에 적어 놓았다는 것도 이상하고--자신이 죽인 것도 아닌데 그렇게 죄책감을 느낄 이유가 있을까?--사고사가 분명한 죽음을 그렇게 무리해서 감추려 했다는 점도 이해가 안 간다. 그들이 젊고 어리석어 그랬다고 한들, 과연 자신들이 죽이지 않았다는걸 잘 아는 마당에 얼마나 죄책감을 느끼려는지도 의문...한마디로 읽을만한 추리소설이긴 했지만, 이야기의 아귀가 딱딱 맞을거라는 생각은 안하시고 보시는게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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