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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여름방학
사카키 쓰카사 지음, 인단비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나름 잘 나간다고 생각하고 있던 호스트 야마토는 난데없이 호스트 클럽으로 자신을 찾아온 꼬마 때문에 식겁해 버린다. 초등학교 녀석이 글쎄, 손님들 앞에서 아빠라고 자신을 부르는게 아닌가? 애야. 네가 뭔가 잘못 찾아왔구나...달래려던 나는 그 아이의 입에서 오래전 헤어진 옛 애인의 이름이 나오자 당황하고 만다. 이거, 뭐야...정말로... 이 아이는 내 아이가 맞았던거야?
비명이 채 나오기도 전에 나는 호스트란 멋진 (?) 직업에서 잘리고 만다. 손님을 울렸다는 이유였지만 아이가 있는 마당에 나 역시 그 직업이 그다지 탐탁치 않게 느껴지고 있었단 말이지. 하여 하루 저녁에 아빠가 된 것도 모자란 나는 직장마저 갈아치우고 만다. 더군다나 멋진 남자들이나 하던 호스트에서 노가다판 택배 직원으로...임시직원인 나에게 사장은 리아카를 끌라고 한다. 이거 내가 이딴걸 끌고 다닐 것 같아?
호기도 부려보지만 이제 나는 홀 몸이 아니란 말이지. 난데 없이 나타난 아들--정확히는 12년 반만에 나타난--그동안 아빠를 알 기회가 없었다는 이유를 대며 나와 함께 살겠단다. 물론 여름방학때만...갑자기 이 여름이 길게만 느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서도, 왜일까? 그 녀석이 그다지 밉게 느껴지지 않는거야, 더군다나 이 녀석, 요리며 살림 솜씨가 보통이 아니란 말이지. 택배를 하느라 피곤에 절어 나타난 나를 반갑게 맞이하는 녀석...아, 둘이 산다는게 이런 거였구나, 누군가 나를 기다린다는게 말이야.나는 나도 모르게 그만 이 녀석에게 빠져들고 말아. 그나저나 여름방학이 곧 끝나 버릴텐데...방학이 끝나면 나는 또 어찌 살아야 하지?
라는 넋두리를 주절주절 하고 있던 일본 소설이다. 지극히 일본 답게 약간은 얼빵한 사람들이 줄줄이 나와 그럼에도 그들이 좋은 가족 구성원이 될 수도 있다는걸 보여주고 있었다. 노메다 칸타빌레처럼 나사가 빠진 듯 이상한 사람들을 일본인들은 무척 좋아하는 듯. 이 소설에서도 역시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도와주며 살아가고 있는지 알려준다. 무겁지 않아서 좋긴 한데, 현실성이 있겠는가는 잘 모르겠다. 가족지상주의 환타지라고 비난해도 무리는 없겟으나, 그렇다고 비난해야 할만큼 완전히 빗나간 소설은 아니다. 그냥 시간 때우기용으로 읽기엔 부담 없을 듯.
그나저나 택배 회사 이름이 허니비 택배회사란다. 왠지 기분이 좋지 않는가? 이 책의 성격하고 아주 잘 맞아 떨어지는 작명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