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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 양장본
마크 해던 지음, 유은영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사립탐정이 하고 싶은 자폐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설이다. 사방트에 가까운 자폐아인 크리스토퍼는 이웃집 개가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누가 그를 죽였는지 알아내려 한다. 하지만 그의 살견범은 잡겠다는 생각은 곧장 난관에 부딪힌다. 우선 개의 주인인 시어즈 부인이 화를 낸다. 네가 죽인거지 라고 묻는데 제대로 대꾸도 못하는 크리스토퍼, 어떻게 자신이 개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의아해하느라 대답을 못했다. 다가온 경찰에게 폭력을 써서 경찰서에 잡혀간 크리스토퍼는 아빠로부터 다신 개에 대해 묻지 말라는 엄명을 받는다. 거짓말을 못하고, 누가 만지는것을 싫어하며, 셜록 홈즈를 사랑하고, 사람을의 표정을 해석하지 못하는 크리스토퍼는 하지만 아빠의 명령을 어기고 싶을 정도로 살견범이 잡고 싶다. 주변 이웃들을 탐문수사하던 그는 이웃집 할머니로부터 얼마전 죽은 엄마와 시어즈 씨가 모종의 관계였으니 왠만하면 아빠를 건드리지 말라는 충고를 듣는다.
살견범을 잡는 추리 소설을 쓰고 있던 크리스토퍼는 아빠에게 들켜 혼줄이 나고 만다. 추리 소설 노트를 뺐긴 그는 아빠 몰래 노트를 찾다 자신에게 온 편지 뭉치를 발견하게 된다. 런던에서 온 편지에는 엄마라는 발신인이 적혀 있었다. 비로서 엄마가 죽은 것이 아니라 바람이 나서 달아난 거라느걸 알게 된 크리스토퍼는 아빠에게 견딜 수 없이 화가 나는데....
자폐아인 주인공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이 신선했던 소설이었다. 여지껏 난픽션을 통해서만 알아온 자폐아의 세계를 픽션으로 읽게 될줄은 몰랐다. 자폐아인들이 소설을 쓸리는 없을테니 말이다. 다만 상상으로 그려낸 자폐인들의 세계라, 이건 아닌 것 같은데... 싶은 아슬아슬한 부분들이 있는건 사실이었다. 자폐인이 아니라면 그 누가 알겠는가? 그들의 세계를 말이다.
신선한 책이었긴 했으나 그럼에도 결론 부분은 별로였다.그나저나 과연 크리스토퍼가 끝까지 아빠를 신뢰하지 않을까? 그리고 아들을 한번 버리고 떠난 엄마가 과연 다시 그를 버리는 것은 아닐까? 라는 것등으로 책을 보는 것이 기분 좋지는 않았다.
보통과는 다른 아이를 키우는 것은 힘든 일이다. 보통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사람들은 힘들다고 하니 , 좀 다른 아이들을 키우는게 얼마나 힘들지 짐작이 가실 것이다. 그럴때 부부가 서로를 돕는 것만큼 힘이 되는 것이 있을까? 아이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지 못해 결국 갈라서는 부부를 보면 서글프기도 하고 안스럽다. 둘의 힘으로도 어려운 육아를 혼자의 힘으로 감당하려면 얼마나 더 힘이 들까 싶어서다. 이 책에서도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간 크리스토퍼의 엄마가 밉게 느껴지는 것도 그때문이었다. 그럴 수밖엔 없었다고 그녀는 항변하겠지만, 남편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고 달아나는건 아니지 싶다. 어쩌면 그게 보편적인 일일지는 모르나, 불화를 겪은 부부를 보는건 별로 기분 좋지 않더라. 그 가운데서 상처를 입는 아이를 보는 것도... 하니,부디 미래에는 크리스포터 같은 아이들이 구김살없이 자라나는 환경이 되어주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