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리아 사중주 : 클레어 펭귄클래식 68
로렌스 더럴 지음, 권도희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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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리아 사중주의 마지막 편으로 선한 영혼의 소유자인 클레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2차대전이 진행되고 있는 알렉산드리아, 반역죄로 재산을 다 뺐기고 가택 연금 상태이던 네심은 달리에게 편지를 보낸다. 오랫동안 고대해온 편지를 받은 달리를 네심의 아이를 데리고 그리운 알렉산드리아로 오게 된다. 아이를 반기는 네심이 고마운 달리는 잘못된 과거를 잊기로 마음 먹는다. 네심의 저택에서 저스틴을 만난 달리는 그녀의 광기가 도를 넘었음을 알게 된다. 달리에게 그를 이용한 것을 사죄하는 저스틴, 달리는 한때 자신이 그녀를 그렇게 사랑했었다는 것이 낯설기만 하다. 여전히 서로에게 으르렁대는 저스틴네심뒤로 하고 달리는 다른 친구들을 찾아 나선다. 전쟁이 지나가는 동안 친구들의 운도 많이 바뀌었다. 부쩍 늙어버린 발타자르와 사랑에 빠진 퐁발, 사랑을 찾아 마침내 결혼에 골인한 아르밀... 마침내 클레어를 만난 달리는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녀를 짝사랑하던 나로우즈의 저주가 그 둘 사이를 막아 서는데...

 

<결론> 알렉산드리아 사중주의 얼개만 본다면 화자인 달리의 성장 과정을 그렸다고 볼 수 있다. 매혹적인 저스틴에게 빠져 헤롱대던 순진한 청년(1부) 달리는 2부를 통해 자신이 단순히 저스틴의 이용물이었음에 알게 된다. 사랑에 속았던 자신이 한없이 바보같던 그는 3부에서 진정한 네심 부부의 실체를 보고는 경악한다. 그들에 비해 그는 얼마나 소심하고 한심한 청년에 불과했던가. 친구들의 증언과 편지, 고발을 통해 비로서 자신이 겪어낸 사건의 실체를 알게 된 그는 용감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과오를 수정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인생이란 자신이 생각하거나 본 것보다 더 거대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순진한 청년 달리가 한 사건을 겪어 나가면서 정치를, 인생을 ,역사를 ,인간을 아우르는 성장을 하게 된 것이다. 그것이 아마도, 작가가 정치적으로 예민한 네심이나 요부인 저스틴, 냉소적인 발타자르, 착한 클레어가 아닌 숙맥에 불과한 3류 작가 달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유일 것이다. 그는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사랑하는 마음만은 열려 있는 자였기 때문에 성장이 가능했다.

 

작가는 그것을 3부에서 맬라니와 퍼스워드의 대화를 통해 설명해 낸다. 퍼스워드의 손금을 봐주던 맬라니는 퍼스워드는 사랑할 수 없기는 닫힌 마음을 가졌기에  곧 죽을 운명이라고 말한다. 그에 비해 달리의 세계는 넓게 열려 있는데, 그건 그가 여전히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 책의 성격을 한마디로 설명하라면 난 그 문장을 꼽고 싶다. 어리버리해서 사람들에게 이용당하고도 이용당하는 줄도 모르던 달리, 급박하게 돌아가는 정치 속에서도 여전히 사랑을 갈구하던 낭만적인 그가 그렇게 살아남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여전히 사랑할 수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런지...  예술과 정치와 인간에 대해 고뇌하던 작가가 내린 사랑에 대한 명쾌한 정의가 아닐까 한다. 덧붙여 사랑에서 진실을 찾기란 지극히 어렵기 때문에 상처받기를 두려워 하지 않는 자만이 앞으로 나아갈 수있고, 결국 진실을 감당할 수 있는 자만이 다시 사랑할 수있다는 것도...

 

독특한 활기가 넘쳐나는 알렉산드리아를 중심으로 다양하고 개성적인 사람들이 그들만의 사랑과 운명이 숨가쁘게 펼쳐지고 있던 소설로, 한마디로 유연하게 흘러가는 잘 쓰여진 대하 드라마를 본 기분이다.  앞 편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게 언급되던 등장인물이 뒷 편에서 중요 인물로 떠오르는 것이나 각 편을 더해하면서 인물들의 성격이 뚜렷해 지는 것, 뒤로 가면 갈수록 층이 넓어지고 시야가 트이며, 작가가 대담하게 이야기의 살이 붙어 나가는걸 보는데 소름이 끼쳤다.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해낼 수 있는 것인지, 난 위대한 예술가가 될 거라고 호언 장담하던 로렌스의 자신감이 이해되던 순간이었다. 그외 객관적으로 진실한 사랑이란게 과연 가능한 것일까, 사랑에 빠진 우리들은 늘 상대방과 동상이몽을 꿀 수 밖에 없는게 아닐까 라는회의도 들었다.  뭐, 그것이두려운 사람들은 사랑에 안 빠지면 되는 것이겠지...

 

아무튼, 알렉산드리아의 특유의 복잡한 정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하거나 영웅이 되기 위해 노력하던 인간들의 욕망과 좌절과 우정과 사랑 이야기,  읽는 묘미가 있는, 잘 짜여진 소설을 읽고 싶다시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근사한만큼 다소 복잡한 소설이라 좀 더 신경 써서 잘 쓰고 싶지만 지금은 피곤하고 할 일도 있어 아무래도 그건 포기해야 할 듯 싶다. 이 책을 읽은 다른 독자분들의 멋진 리뷰를 기다릴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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