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미래 - 사슴부족 이누이트들과 함께한 나날들
팔리 모왓 지음, 장석봉 옮김 / 달팽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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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의 팔리 모왓이 소문으로만 들어온 사슴부족을 찾아나선 이야기다. 2차대전이 끝난 뒤 북극을 탐험하고픈 열망에 시달리던 모왓은 어릴적 들었던 사슴 부족 이누이트들이 여전히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들을 찾아 무대포로 얼어붙은 땅 배런스에 들어간 그는 얼어죽거나 굶어죽는게 아닐까 라는 두려움에 빠지게 된다. 다행히 이누이트와 독일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을 만나면서 간신히 굶어 죽는 참사는 면하게 된다. 그 혼혈인의 도움으로 사슴부족과 접촉하게 된 모왓은 서서히 그들에게 친구로 받아들여 진다. 그렇게 사슴 부족과 2년간의 동거를 시작한 모왓은 미개 종족이라고 알려진 일들이 대해 대부분 오해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된다. 그들은 절대 미개한 종족이 아니었다. 단지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을뿐. 오히려 백인에게 착취를 당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었다. 상대가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그들은 순진하게 속고 있었고, 그것이 때론 한 가족의 떼죽음이란 처첨한 결과를 낳게 된다.

 

그렇게 모험삼아 사슴 부족을 찾아갔던 모왓은 백인들의 사슴 부족 학대를 목격하게 되면서 그들에 대한 몰이해가 학대를 부추긴다는 생각에 책을 쓰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을 보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한 종족을 이해하기 위해선 그들의 환경을 고려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사슴 부족의 사슴에 대한 집착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모왓은 얼어붙은 땅 배런스에 살게 되면서 절실히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추운 계절에 살아남기 위해선 사슴의 지방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다. 언뜻 스치는 생각으론 사슴이 없으면 다른 물고기나 여우나 기타 동물을 잡아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실텐데, 그 음식들에는 겨울철을 나기 위한 순도 높은 지방 함량이 부족하다고 한다. 말하자면 그걸로는 굶어죽는다는 뜻이다.

 

다이어트가 주관심사중 하나인 우리로썬 이해하기 힘든 일이겠지만, 북극지방에서 죽지 않으려면 지방의 섭취가 절대적이라고 한다. 모왓 자신도 첫 겨울을 지내고 나서 몸이 무척 아팠는데 끓인 사슴 지방을 먹자 금세 낫는 경험을 한다. 추위엔 장사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경험을 통해 사슴 부족의 실정을 이해하게 된 모왓은 사슴이야말로 죽지 않기위해선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음식이고, 사슴을 숭배하게 된 것도 다 그런 이유란 것을 알게 된다.

 

TV를 통해 듣고 보기는 했지만, 모왓을 통해 듣는 북극의 생활 환경 조건은 나의 상상을 뛰어 넘는 것이었다. 당신은 내년에 당신 가족이 다 함께 생존할 확률을 염두에 두고 살아가시는가? 아닐 것이다.  왜냐면 살아있을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슴 부족은 그렇지 못했다. 사슴을 얼마나 잡느냐에 따라 그 겨울을 나지 못할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내 가족이 굶어 죽는걸 보느냐 마느냐가 사슴 사냥에 달린 것이라니, 사슴을 못 잡는 것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두려움일지 충분히 짐작 되실 것이다.

 

한 해의 생존이 단지 사냥한 사슴의 양으로 결정되는 환경에서 살다보니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 양식이 생겨나게 된다. 찾아온 손님은 절대 배 곯려 보내지 않고, 언제 죽을 지 모르는 아이들을 위해 아이들은 최대한 다정하게 기르며, 노인들의 자살을 용감한 것으로 찬양하고, 정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죽은 가족들의 인육을 먹는걸 용인하는 등... 냉정하고 가혹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자들에겐 감상이란 사치를 누릴 여유가 없었다. 모왓의 설명을 듣다보니, 순간 오싹했다. 세상에나... 가족이 굶어 죽는걸 바라볼 수도 있는 환경에서 살아가다니... 그들의 두려움이 이해가 갔다. 더불어 내가 사슴 부족의 가장이라면 사슴에게 얼마나 잘 보이고 싶었을지도...

 

하나 북극에 적응 된 그들만의 문화는 필연적으로 백인들과 갈등을 낳게 된다. 이에 모왓은 강력하게 반발한다.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하게 된 것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함이지 그들이 무식해서도 미개해서도 인간답지 않아서도 감정이 없어서도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그들의 언어를 배우고 그들과 함께 생활해 나가면서 그는 점차 그들이 얼마나 자존심이 강하고 인정이 넘치는 사람들인지, 백인들에겐 없는 고결함이 있는 종족인지 알게 된다. 그리고 그런 자각은 그의 고민을 한층 더 깊어지게 한다. 사슴 부족에 대한 백인들의 몰 이해가 결국 그들을 망하게 할 거라는 생각때문이었다. 하여 그는 마지막 장을 사슴 부족에 대한 정확한 이해과 연민을 촉구하는데 다 할애하고 있었다. 그만큼 안타까웠다는 뜻일게다. 과연 그렇다면 그의 간절한 바람이 어떤 결실을 맺게 되었을까? 50년 후인 지금에도 사슴 부족은 생존하고 있을까? 혹 철저히 백인에게 융화되어 사라져 버린건 아닐까? 궁금해진다.

 

이 책을 읽은 수확이라면 사라져 가는 이누이트 사슴 부족에 대한 것들을 알게 해준 것이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임을, 단지 가혹한 환경에 적응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걸 설득력있게 보여 준 모왓의 문장력이 돋보인다. 초반이 좀 지루하긴 하지만 200페이지 중반을 넘어가면 모왓 특유의 글발이 등장하니 그때까지 참고 버티시면 읽을만해 질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추천하기 곤란한 이유는... 번역 때문이다. 종종 보이는 어색한 문장이 기분 좋은 독서를 방해하고 있었기에 하는 소리다. 하니, 제발 책 낼땐 최선을 다해 다듬어 내시라고 출판관련 분들에게 호소하고 싶다. 그래야 종이에게 덜 미안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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