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태어난 날엔 곰도 춤을 추었지 내인생의책 그림책 6
낸시 틸먼 지음, 이상희 옮김 / 내인생의책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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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 책의 내용이 나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구구절절히 어쩜 그렇게도 내가 하고 싶을 말만 골라 하던지... 아이가  태어 나던 날에 우리가 모두 얼마나 기뻐하고 좋아했는지 그걸 제대로 설명할 길이 없던 어른들에겐 이 책이야말로 적격이다. 달도 미소를 짓고, 곰은 덩실덩실 춤을 추었으며, 개구리는 펄쩍 뛰고, 오리는 꽥꽥 거렸으며 기타등등... 아이가 태어난 그 기적같은 날에 느꼈던 그 엄청난 감격을 본인들보다 더 잘 묘사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핵심을 잘 찌르고 있었다. 어른인 내가 보면서 그래, 바로 이런 기분이었지. 세상에 다 환하게 웃고 있는 기분이었고, 특별해진 느낌이었으며, 세상을 다시 얻은 기분이었어. 공감이 되면서 맘에 확 들어 버렸다. 그런데 문젠, 그게 어른만의 기분이라는 것이다. 아기가 과연 "태어난다는" 것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 할 수 있을까? 이제 겨우 자신의 존재를 파악해 나가는데 온 하루를 보내는 녀석들에게 말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네가 태어난 날에는...이란 말이 과연 먹힐까? 그 녀석들은 생일이 어떤 날일지도 모르는 녀석들이란 말이지.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이겠다면서 종종 이런 책들이 나오는 것을 본다. 네가 있어 얼마나 우린 행복하고, 네가 태어나 우린 얼마나 기뻤으며 ,넌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가 라는걸 알려 주는 책. 

그런 내용의 책을 읽을때마다 난 이게 누구를 위한 책일까 의문에 휩싸이게 된다. 아이를 위한 동화책이라기보단 우리 어른들을 위해 감격하라고 만든 책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역시나 이 책을 조카에게 들려 줬더니 별 반응 없다. 왜 곰이 춤을 추는데? 라고 묻는 조카에게 그냥 머리에 뽀뽀나 해줬다. 그래! 맞아. 조카. 곰이 춤을 출리 없지. 하지만 아마도 이 고몬 춤을 추고 싶었을 거야, 아니 실은 감격에 겨워 울고 있었지만...하지만 그걸 너에게 말해주고 싶은 생각이 지금은 들지 않는구나, 왜냐면 네가 이해할리 없을거라 생각이 들기 때문이야. 이런 이야기를 네게 들려주지 않았다고 해서 네가 자존감이 떨어지는 아이로 클리도 없다고 생각하고... 이미 넌 자존감이 엄청난 아이니 말이야. 언젠가, 네가 커서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고, 결혼을 하고 첫 아이를 낳는다면, 그때 난 네게 들려주고 싶구나. 네가 태어난 날 내가 이 고모가 얼마나 기뻤는지를... 이 책의 표지속에 나오는 행복한 곰처럼 덩실덩실 춤을 추고 싶어 했다는 것을 말이야. 그때 이런 이야기를 해줘도 늦지는 않을거라 생각해. 어때? 이 고모 말이 맞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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