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메리지
앤 타일러 지음, 민승남 옮김 / 시공사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앤 타일러는 내가 좋아하는 여류작가중 하나로 이 책의 원서를 구입한게 거반 3년은 넘은 것 같다. 그걸 아직까지 못 읽었으니 뭔가 이상하다 하던 차에 역서가 나왔다길래 읽어봤더니 단박에 이해가 갔다. 다른 책에 비해 재미가 없었던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이 자신의 책들중에서 가장 자랑스럽다고 했다던데, 도대체 어떤 의미에서 그런 말을 한건지 모르겠다. 작품의 질로만 따지자면 다른 책들이 훨씬 더 좋았는데 말이다. 개인적으로  <우연한 여행자>나 <때로는 낯선 타인처럼> < 종이시계> <바너비 스토리> < 홈시크 레스토랑> <Saint, maybe> 등이 짜임새 면이나 유머 감각이나 완성도 면에서 더 낫다. 자랑스럽다는 점이 힘들게 썼기 때문이라는 건지, 아님 새로운 시도를 해 봤기 때문인지, 것도 아님 나름 결혼의 속 사정을 개연성있게 파악했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열혈팬으로서는 좀 실망스러웠다. 책 팔아 먹기 위해 그런 멘트를 날리신 분은 분명 아니여 보이던데, 무슨 의미였을까? 어쨌거나 내용을 살펴보면...

 

2차대전 당시 첫 눈에 반해 결혼에 이른 마이클과 폴린을 가르켜 마을 사람들은 완벽한 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의 속내는 그렇지 않았다. 일렁이는 일말의 불안을 감추고 한 결혼, 둘은 결혼만 하면 잘 되 가겠지 라는 생각으로 결혼을 한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후, 남편은 자신들의 결혼이 <아마추어 메리지>임을 씁쓸하게 자인한다. 소심해 보일 정도로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남편과 성질 나면 불물 안 가리는 다혈질 아내, 아이 셋을 낳고 부부가 되기 위해 그 많은 세월을 노력했으나 결국 남는 것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부부라는 허울과 아내의 무참한 언어 폭력으로 인한 상처들뿐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해나 용서, 그 누구보다 잘 앎으로써 보듬어 주는 관계가 아닌 , 원수보다 더 지겨운 상대가 되어버린 아내를 버거워 하던 그는 부부싸움 끝에 평소처럼 "나가라"고 소리치는 아내를 향해 "정말? 정말 그래도 돼? " 라고 되묻는다. 과연 그들이 결혼에서 프로가 되는 길을 가능할 것인가?

 

인간관계에서의--특히 결혼-- 미묘한 갈등을 잘 잡아내던 작가의 특기가 이 책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 책에서 가장 재밌던 장면은 아내의 히스테리에 질린 남편이 결국 아내를 떠나자 아내가 보인 반응이었다. 남편이 배신을 해서 자신을 버린거라 떠들고 다니던데, 안타까운 것은 실제로 인간관계를 이런 식으로 맺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는 점이다. 부부나 친구, 부모 자식간이란 이유로 자신이 어떤 짓을 해도 상대가 버릴리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말이다. 무시나 경멸, 모욕 주기, 분통 떠뜨림, 냉대, 불륜을 포함 학대하기등, 가까운 사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막 대해도 무사한 인간관계가 과연 존재하기는 할까? 사랑이란 이름으로, 결혼이란 이름으로, 내가 상대를 학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아, 물론 이 책은 단지 결혼에서의 성격차에서 비롯된 비극으로 생각해도 된다. 해석의 여지는 열려있고, 그걸 다 쓰기엔 여력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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