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의 추억
사이 몽고메리 지음, 이종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아마존의 분홍 돌고래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던 책으로 익히 이름이 낯익은 사이 몽고메리의 신작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신작이란 말이지 원작은 아마 오래전에 나온 책이지 싶다. 어쨋꺼나 분홍 돌고래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주던 사이 몽고메리 여사, 알고보니 대체로 인간보다 동물을 좋아하시는 분이라고 한다. 시골 농장 집에서 집필을 하면서 돼지를 키운 추억을 그려낸 이 책을 보니 말이다. 장군인 아버지를 따라 이곳 저곳에서 생활했던 몽고메리는 친구를 사귀는 대신 동물들과 대화하면서 어린 시절을 보낸다. 인간들과의 대화보다 동물들과 보내는 시간이 오히려 익숙하고 재밌었다는 그녀가 결국 동물에 대한 글을 쓰는 작가가 된 것은 어쩜 당연한 수순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시절 학보사에서 만난 남자와 결혼을 하게된 그녀는 남편이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격렬하게 반대하는 부모에게 실망한다. 부모의 반대에도 꿋꿋하게 결혼생활을 하게된 그녀는 둘다 유명하지 않는 작가였던 이유로 곧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다. 가난한 생활이 주는 괴로움과 부모에게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우울이 그녀를 짓누르고 있을 즈음 그녀는 근처 농장에서 무녀리 돼지 한마리를 얻어오게 된다. 무녀리는 너무 연약해서 생존 가능성이 낮은 아기 돼지를 일컫는 말이었다. 크리스토퍼라고 이름을 짓고 그가 살아나게 될지 걱정하던 그녀는 곧 그 아기 돼지가 상상을 초월하는 몸매가 되버리자 다시 놀라고 만다. 애완용 돼지는 기르게 된 그녀와 그녀의 남편은 곧 동네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고, 세계적으로 돼지를 키우는 사람들의 우상이 되고만다. 너무도 귀엽고 돼지적인 돼지를 키우면서 감명을 받게된 그녀는 돼지를 키우게 된 자신의 행운에 감사하게 되는데... 

음. 책을 오랫동안 읽다보니 별별 동물이 애완용으로 길러지면,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건 간에 주인과 애완용 동물들 사이엔 끈끈한 애정이 흐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간에게 있어 어떤 이유로건 차별은 안 될 말이고, 그것은 애완용 동물에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은 똑같았지만...솔직히 돼지를 애완용으로 길렀다는 이 책은 도무지 정이 가질 않았다. 돼지가 더러워서냐고? 글쎄...그런것 같진 않다. 그저 그걸 어떻게 써냈는가 라는 작가의 글발에 따라 다른 것이란게 정답일 것이다. 작가가 너무도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호들갑을 떠는 장면에서 오히려 난 역겨움을 느꼈으니, 쉽게 말하면 작가의 시선에 도저히 동화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설득력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작가의 동물에 대한 견해가 당최 받아들여질 수 없을만치 과격한 것이여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서도.  

무엇보다 이 책에서 가장 동조할 수 없던 것은 <동물과의 대화>를 쓴 템플 그랜딘에 대한 견해를 밝힌 부분이었다. 동물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을 타고 태어난 사방트인 템플 그랜딘이 도살장의 환경이 보다 나아지게 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점을 비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탁월한 능력을 고작 도살장에 쓰고 있다고 비아냥 거리던데... 그렇다면 비참하게 죽어가는 동물들을 그냥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이 동물 애호가가 지녀야 할 덕목이라는 것인지 반발이 일었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에서 비록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전혀 아니지만 고통이 적은 동물들의 죽음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는 템플 그랜딘에게 어떻게 비난의 화살을 꽂아댈 수 있는 것인지... 그것만 봐도 그녀의 식견이 얼마나 한정된 것인지 짐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동물들을 사랑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현실 감각을 상실한 애정은 웃음거리밖엔 되지 않는다. 분홍 돌고래를 다룬 책에서 그녀의 동물 사랑에 감동을 받았다면 이 책에선 현실 감각을 상실한 애정에 실망한 책이 되겠다. 결국 돼지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작가의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에 공감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책의 감동을 말아먹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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