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젖 짜는 사람 - 다마스쿠스에서 온 이야기들
라픽 샤미 지음, 이상훈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한 손 가득 별들이> 와 <1001개의 거짓말>의 저자인 라픽 샤미의 신작이다. 생각보다 얇길래 실망했는데 다행히도 내용은 충실했다. 쉽게 쓰여져 있으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글들, 여전히 라픽 샤미답다. 어떻게 보면 우화 같고, 또 어떻게 보면 생활에서 우러나온 이야기 같고... 우화와 현실을 절묘하게 융합해서 글을 써내는 재능은 아마도 < 아라비안 나이트>의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옛날 이야기를 좋아하는 빵집 아들인 나는 칠순이 넘어 세상사에 통달한 살림 아저씨에게 늘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라댄다. 긴 생애동안 별별 것들을 다 경험한 아저씨는 그 세월만큼이나 지혜도 늘어서 , 내가 실망했을때나 세상사에 불만이 많을때  웃음이 필요할때도 나를 위로하고 다독일만한 이야기를 재치있게 해 주신다. 가난과 거친 아버지, 자주 바뀌는 정부들과 비밀경찰들이 판을 치는 가운데에서도 살림 아저씨의 지혜와 엄마의 자애스러움이 나를 보호하는 가운데, 한가롭게 흘러가는 나의 어린 시절이 다마스커스 거리 풍경과 더불어 펼쳐지고 있었다. 라픽 샤미가 다른 책에서 들려주고 했던 어린 시절의 다른 변주로, 마치 할머니가 잠자리에서 들려주고 또 들려주던 이야기처럼 친근하고 정겨웠다. 해학과 유머, 그리고 휴머니즘과 인간을 바라보는 편협하지 않는 시선이 읽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한다.. 제목인 파리 젖짜는 사람은 군대에 끌려 가지 않으려 미친 척 하기 위해 고안해 낸 저자의 직업으로  <캐치 -22>가 연상되는 제목이다. 두 작가가 만나면 아마도 소울 메이트를 만난 듯  반가워 하지 않을까 싶다. 다른 듯 보이나 생각은 똑같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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