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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박물관
제수알도 부팔리노 지음, 이승수 옮김 / 이레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임시저장해 놓은 글들을 살펴보다 이 책이 적혀져 있는걸 보곤 깜짝 놀랐다. 내가 이 책을 봤다고? 보관함에 넣어놓은 책 아냐? 다시 자세히 살펴보니 맞다. 얼마전에 읽은 책... 어쩌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겟지만 이젠 어떤 책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도 가물가물하다. 무슨 조치를 취하던가 해야지...
그림자 박물관이라... 무슨 내용의 책일까 궁금하실텐데, 뭐 대단하고 독창적인 내용이 담긴 책은 아니다. 이탈리아의 유명 작가가 된 저자가 늙어서 어릴적 자란 고향에 들렀을때의 여정을 그린 책이니 말이다. 늙어서 오래동안 떠나갔던 고향에 들린다면 기분이 어떨까? 아마도 만감이 교차하겠지 ? 과거의 향수를 따라가면서도 이젠 알아보지 못하는 거리과 길과 사람들과 풍경에 적지않게 당황할 것이다. 그는 말한다.
" 생전 처음 보는 곳에 온 것마냥 지나가는 사람에게 길을 물어야 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고향에서 이방인이 된 저자는 기억의 창고를 뒤져 사라진 자신의 고향의 초상을 그린다. 그리고 그 초상이 사진과 함께 설명되어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거두절미하고 말하면 횡설수설하니 무슨말을 하는건지 알아먹기 곤란한 경우가 많았다. 자신의 추억을 그려내다보니--것도 무게 디립다 잡고, 다시 말해서 사람들이 알아먹건 말건 멋진 말로 도배를 하고 있었다는 말씀--그의 머리속에서 갇혀 있는 듯 갑갑했다. 내가 그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낸 것도 아닌데, 누구누구 신부와 동네 아저씨와 기타등등을 어찌 알겠느뇨? 그런 사람들에 대한 단상마저 사건뚝 떼어 놓고 감상만 적어 놓으니 무슨 암호같다는 느낌을 받을 뿐이었다. 애매모호함, 내지는 횡설수설에 가까운 글솜씨. 가끔 우리네 정서와 비슷한 풍경이 등장할때는 그나마 위안을 얻긴 했으나 그것만으로는 글의 어수선함을 만회하기란 부족하지 않았는가 한다. 이 저자의 다른 작품에서도 느낀 것인데, 이 작가는 애매하게 글을 쓰는게 특징인 것 같다. 똑 소리 나는게 아니라 뻔한 것도 둘러 둘러 한참 가다 무슨 대단한 것이 있엇다는 듯 분위기만 팍팍 풍기고 말이다. 그런 분위기를 풍긴다고 해서 어떤 분위기가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 한마디로 글을 그다지 잘 쓰시는 분은 아닌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