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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와 나 - 천재 앵무새
이렌느 M 페퍼버그 지음, 박산호 옮김 / 꾸리에 / 2009년 6월
평점 :
천재 앵무새였다는 알렉스의 이른 죽음을 계기로 그녀와 함께한 30년 세월을 추억한 글.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저자는 우연한 동물과의 소통이라는 연구가 활성화 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접하고는 자신의 진로를 바꾸고 만다. 당시엔 유인원과 돌고래, 갈 가마귀등 동물들이 실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연구를 진행하던 초입이었다. 인간만이 언어를 쓰는 것이 아니라 그들도 마찬가지로 의사소통을 한다는 과학자들의 논문들이 속속 발표되는 와중에도 그것은 사기일뿐이라는 반박도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외로운 어린 시절과 피터지게 공부하던 대학시절 앵무새를 키우고 대화하며 용기를 얻곤 했던 저자는 동물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의사표시를 한다는걸 경험으로 알 수 있었고, 곧바로 자신의 천직이 무었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바로 앵무새를 통해 인간과 커뮤니케이션이 되는지 연구한다는 것... 화화 전공자라는 경력이 몽땅 쓸모없게 되었음에도 생물학 분야에 헌신하기로 한 그녀의 결정은 그러나 쉽사리 길을 내주지 않는다. 무엇보다 화학이 전공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고 한다.학생들에게 기초 생물학을 가르칠 수 없는 전공으로는 대학의 어느 분야에서도 자리를 잡기 애매했기 때문이다. 하여 그녀의 연구는 연구기금을 타내고 계약직과 강사직을 전전하는 피나는 과정속에서 이뤄지게 된다. 하지만 그런 고난 속에서도 그녀에게 힘이 되어주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인 회색 앵무새 알렉스다.
처음 둘의 만남은 그저 덤덤했다고 한다. 연구용으로 구한 것이기에 정을 붙일 생각을 하지 않았던 그녀로써는 인상적이지 못했던 만남이 아마도 부담이 덜했을 것이다. 하지만 알렉스의 매력은 저자가 단지 그녀를 연구용으로 삼겠다는 생각을 순식간에 뒤집어 놓는다. 천천히 자신의 새로써의 천재성을 드러내놓는 알렉스를 보면서 희열에 젖던 저자는 한편으로 그녀의 개성에 푹 빠지고 만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말을 적절히 구사하는 앵무새에게 어떻게 정이 안 갈 수 있겠는가? 나중엔 화나 나서 씩씩대는 저자를 향해 "진정해!" 라고 말하는 알렉스에게 벌컥 " 나한테 진정하라고 말하지 마 ! " 라고 호통을 질렀다니 그 둘의 관계가 어떠했을지 대강 짐작이 되실 것이다. 단순히 연구 대상 이전에 누구보다 소중하고 사랑하는 친구였던 알렉스와의 작별은 너무도 갑작스럽고 일찍 찾아온다. 100년이라는 앵무새의 평균 수명을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착하게 있어, 사랑해"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작별을 고하게 된 알렉스, 그의 갑작스런 죽음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비로서 그녀와의 세월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리곤 알렉스를 알게되었다는 것이 축복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비록 이른 이별로 가슴이 아플지라도 사랑했음으로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동물과의 교감이나 소통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와 알렉스의 관계가 바로 그런 연구의 중심점에 있었으니 말이다. 이 책에서도 중심적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바로 알렉스가 이런 것을 했다 저런것을 했다. 거의 5살 수준의 언어 구사력과 숫자 개념을 지니고 있었고, 유머 감각과 제왕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앵무새였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알렉스가 특별했다고 저자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동물을 사랑하게 되는 것은 그들이 어떤 특별한 재능을 가져서는 절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그것이 남들에게 왜 그들을 우리가 그토록 사랑하는지 설명하는데 유용하긴 하나---설득하기가 쉬워진다는 말씀--하지만 누군를 어떤 상대를 사랑하게 되는건 정말로 그들이 어떤 재능을 가져서는 아니다. 그보단 보낸 세월이라는 말이 더 적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우리에게 온기를 나눠준 세월, 우리가 낙담하고 기뻐하고 슬퍼할때 우리 곁에 늘 함께 했었던 세월, 어쩌면 우리가 그들을 잊지 못하는 것은 바로 그런 세월의 소소한 일상때문이 아닐까 라 는생각을 해봤다. 그런면에서 단지 연구적인 성과로써의 알렉스를 강조하기보단 ,그녀와 함께 했던 일상을 재치있게 풀어나갔더라면 보다 감동적인 책이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과학자인 그녀에게 그런 것을 주문한다는건 무리일지 모르겠다. 그녀로썬 익숙하지 않는 감상을 나열하기보단 과학적인 데이타를 제시하는 것이 더 편했을테니 말이다.
이 책을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물론 천재 앵무새 알렉스의 행동도 귀엽긴 했으나--앵무새는 4살짜리 아이와 같아서 하루종일 새장안에 가둬만 두면 정신병에 걸린다는 이야기였다. 동물조차 정신병에 걸리지 않게 하려면 놀아줘야 함에도 인간인 아이들과 놀아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많다는걸 생각하니 한숨이 나왔다. 어찌보면 논다는 것은 관심이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시간 낭비가 아니고 말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이지만 아이들이나 애완 동물들에게 관심을 베풀 줄 아는 넉넉한 마음과 이해가 있는 어른들이 많아졌음 하는게 이 책을 읽은 내 바람이었다. 결국 우리가 그들과 함께 한 만큼 우리의 마음도 따뜻해질 거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