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이 어디 숨었을까?
맷 버킹엄 지음, 고우리 옮김 / 키득키득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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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42개월인 조카는 요즘 숨바꼭질에 재미를 붙였다. 조카가 어설프게 벽을 마주보고 서서, 앙징맞은 손으로 눈을 가리곤 " 꼭 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를 외치면 나는 얼른 집안 어디론가 숨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옷장속에 숨는건데, 조카가 도대체 '어디 갔지'라는 표정으로 이리저리 찾아 다니는 모습이 굉장히 볼만하다고 엄마는 전해준다.  엄마의 고자질 덕분에 마침내 나를 찾는 조카, 나를 찾고는 뿌듯해서 어쩔줄을 모르는 조카를 보고 있노라면 장속에 불편하게 갖혀 있다는 사실은 금방 잊혀지곤 한다. 아이에게 자긍심을 갖게 하기란 때론 얼마나 쉬운지 살짝 감동을 먹을 정도다. 

그렇게 숨바꼭질을 시작한 조카를 위해 준비한 책, 펭귄이 어디 숨었을까이다. 펭귄 펭펭은 친구들과 함께 숨바꼭질 놀이를 시작했다. 펭펭이 술래를 선언하자 친구들은 신나는 표정으로 뿔뿔히 흔어져 버린다. 친구들을 찾아나선 펭펭, 하얀 얼음위의 설원에서 쉽게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친구들은 그러나 쉽게 찾아지질 않는다. 날개를 퍼덕이며 해마 아저씨를 만나 친구들의 행방을 물어보지만 해마 아저씬 콧수염을 살랑살랑 흔들며 모른척을 한다.바닷속으로 들어가 첨벙청범 헤엄을 치던 펭펭은 고래 아저씨를 만나지만 뽀글뽀글 거품을 내며 고래 아저씨 역시 친구들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미끌미끌 얼음 위를 걷다 만난 물개 아줌마도 뽀도독 뽀도독 눈위를 걷다 만난 북극곰 아저씨도, 다들 펭펭의 친구들을 못 봤다고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펭펭의 친구들은 어디로 숨어버린 것일까? 짜잔하며 나타난 친구들 때문에 펭펭은 폴짝폴짝 뛰며 좋아하는데... 과연 친구들이 나타난 곳은? 

조카를 상대로 책을 읽어주면서 알게 된 사실을 간략하게 적어보면 이렇다. 

1.아이들의 연령과 이해력에 따라 내용의 길이를 조절해주어야 한다. 너무 짧은 것도, 너무 긴 것도 좋지 않다. 아이가 한번에 집중해서 들을 정도의 길이가 적당하다. 어른들도 그렇지만 한번 집중이 흐트러진 책을 다시 보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2. 시각적으로 그림이 아름다워야 한다. 난 그걸 시각적인 설득력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림이 보기 좋아야 아이들은 호기심을 갖는다. 너무 끔찍한 색감의 그림이거나 추상적이거나 기괴한 그림들은 아이들에게 별 반응을 기대하기 어렵다. 베이직을 갖춘 그림이 아이들의 호감을 사는 것도 그런 이유다. 

3. 그 또래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두면 좋다. 이 책의 줄거리에 유난히 의성어가 많다는 사실을 눈치채신 분이 있으신지 모르겠다. 아이들은 그런 말을 좋아한다. 뽀드득 뽀드득, 뽀글뽀글 ,미끌미끌, 살랑살랑, 첨벙첨벙 등등...이런 말들이 반복적으로 들어간 책에 관심을 더 보인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을 것이다. 

4.유난히 아이들의 교육에 집착하는 부모들은 이런 책 하나를 읽어주면서도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이 책안에서도 친구들의 숫자가 페이지를 넘기면서 하나씩 불어난다. 하나,둘 셋의 숫자를 무의식중에 가르치라는 좋은 의미덴, 이걸 어른들이 나쁘게 보면 책의 재미보다 숫자 관념 알려주는데 더 혈안이 되어 버린다. 하나둘 숫자 세는걸 미리 안다고 해서 사실 그게 얼마나 교육이 되겠는가? 아이들이 책을 읽힐 땐 무조건 재밌어야 한다는걸 명심해야 한다. 하니 숫자 관념을 익혀야 한다고 하나 둘 셋이지 하면서 윽박지르지 마시고, 그냥 펭펭이가 친구를 찾는 서스펜스와 재미를 느끼게 하는데 더 주안을 두었으면 한다. 초등학교만 나와도 숫자는 저절로 센다. 말하자면 결국은 별 차이가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재미를 모르는 아이들은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니, 무엇을 우리가 가르쳐야 하는지 자명한 사실 아니겠는가. 하니 너무 교육 교육하며 아이들 잡지 마시고, 재밌는 이야기로 아이들을 신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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