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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춤 - The King Is Dancing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7세기 프랑스, 이태리 출신의 무명 음악가였던 륄리는 자신이 출세하려면 왕에게 기대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14살때 왕위에 오른 변덕스럽고 까탈스런 왕 루이 14세, 그는 통치자라기보단 예술가가 되고 싶어했고, 그런 그의 마음을 잘 읽어낸 륄리는 곧 왕의 총혜를 받게 된다. 단지 공연을 감상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연기에까지 직접 나서는 왕을 위해 륄리는 음악과 의상, 연출등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한다. 입안의 혀 같이 구는 륄리를 위해 왕은 그의 치부를 눈 감아주고, 왕의 총혜를 놓치기 싫은 륄리는 점점 충성의 도를 넘어선다. 하지만 변치않을 것 같던 왕의 사랑도 시간이 가면 식을 거라는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 왕의 관심이 멀어지자 륄리는 삶의 의미를 상실하는데...
왕의 춤이라는 제목에 맞게 루이 14세가 온통 황금색으로 치장을 하고 춤을 추는 장면이 압권이던 영화다. 인격장애자가 분명한 왕에게 변치않는 사랑을 기대한 릴리, 그가 냉정하게 왕에게 외면당하는 전개 과정이 흥미진진했다. 왕을 자신의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 륄리는 얼마나 어리석은지... 왕의 입장에서보면 그는 그저 쓰다 버린 휴지나 매한가진데 말이다. 그와 동등하다 생각하고 맞먹으려 대들던 륄리를 향해 주제를 알라고 일침을 가하는 왕의 눈빛이 서늘했다. 아, 오늘날에 신분제가 없다는건 얼마나 다행인가 싶은 장면이었다. 폐병장이로 나오는 몰리에르의 모습도 책을 통해 많이 들었던 터라 흥미있게 지켜봤고, 시대를 고증하는 화려한 의상, 섬세하게 연출된 춤, 영상보다 더 인상적던 배경 음악등으로 볼거리가 많았지만 이야기 구조가 다소 빈약하게 느껴지는 것이 단점이다. 음악과 미쟝센에 치중하느라 아마도 줄거리엔 그다지 신경쓰지 못한 모양이다. 이야기가 더 완벽하게 짜여졌더라면 좋았을거란 아쉬움이 남는다. 그나저나 재능이 없음에도 불멸의 예술가가 되고 싶어한 왕과 권세를 잡기 위해 그를 이용하는 천부적인 예술가의 대비라니...모든 것을 다 갖고 있지만 정작 재능은 없는 왕과 재능은 있지만 예술보단 권력을 갖고 싶어한 천박한 예술가 모두 불쌍해 보였다. 아마도 인생의 아이러니가 바로 그런것이겠지. 자신에게 없는 것을 갈망하는 것 말이다. 그 당시엔 예술가가 권력에 절절매야만 하는 구조였기에 가능한 이야기나, 만약 두 사람이 현대에 산다면 그 둘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그때완 다르게 전개되려는지, 아니면 현대에도 예술가는 여전히 부자들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야 하니 사정은 마찬가지일지...후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든다. 예술가도 살아가려면 현실과 타협 해야 하니 말이다. 비록 륄리처럼 자존심마저 버리고 완전히 자신을 바치진 않는다 해도... 특이한 눈요기를 원하시는 분은 봐도 좋을 듯...혹 내용이 성에 안 찬다면 배경 음악 듣는 것만으로도 만회가 될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