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 - 일리노이 주립대 학장의 아마존 탐험 30년
다니엘 에버렛 지음, 윤영삼 옮김 / 꾸리에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때문에 집어든 책이다. " 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 "  왠지 뭔가 있어 보였다. 알고보니 그건 브라질 아마존의 피다한 원주민들의 인삿말이란다. 맘에 든다. 아침에 만나자마자, 잠들면 안돼...라면서 인사를 하면 어떨까 상상해봤다. 사람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뭐? 어디어디? 뱀이 있다고? 하면서 주변을 두리번 거리겠지.  음...사람들과의 사이도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염려 한다는 뉘앙스는 제대로 풍겨주니 말이다. 아니 그보단 왕따를 당할지도 모르겠지만서도... 어쨌거나 피다한 사람들은 우울증을 모른다고 하던데 이해가 간다. 이렇게나 지극히 현실적인 문장에 유머감각까지 실린 말이 아침인사라니, 우울할새가 어디 있겠는가.

 

현재 일리노이 주립대 학장인 다니엘 에버렛이 자신의 아마존 탐험 30년을 기록한 책이다. 10대 시절의 방탕한 생활을 기독교 신자로 거듭나면서 청산했다는 그는 신학교를 거쳐 본격적으로 선교 활동에 나선다. 선교사 집안의 딸이었던 아내와 세 아이를 대동한 채 아마존 피다한 마을에 도착한 그는 그들과 어울리는 것이 쉬울 것이란 생각이 얼마나 큰 환상이었는가 곧 알게 된다. 아내가 말라리아에 걸려 사경을 헤메자 허둥지둥 도시로 나와야 했던 그는 그의 등뒤로 소리치는 파다한 사람들의 소리를 들을 수 밖엔 없었다고 한다.

 " 성냥 꼭 사와! 담요도 사와! 마니옥 분말도 사오고, 고기 통조림도 사와!" 

와아~~~ 나라면 서러운 마음에 눈물이 찍 하고 나왔겠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이건 인간들이 덜 된게 분명하다면서 다시 돌아갈 용기를 못 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행히도 에버렛은 기독교를 믿는 독실한 신자고, 또 아마존 원주민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익히 들었던 터라 그저 문화상의 차이일거라 자신을 다독이며 다시 그곳으로 돌아간다. 그리곤 천천히 그들의 문화와 언어를 배워 나가기 시작한다. 언어학자로써 자부심도 있겠다, 지식도 있겠다, 열정도 넘치겠다, 쉽게 피다한 원주민의 말을 배울 수 있을거라 짐작했던 그는 배워가면 배워 갈수록 거대한 벽처럼 그를 막아서는 피다한 족의 언어에 마주쳐야 했다고 한다. 그의 그런 좌절감과 피다한 원주민이라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을 알아가면서 얻게 된 행복과 성찰등을 삶, 언어, 깨달음이라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 적어 내려가고 있었다.

 

세 파트 중 가장 재밌던 것은 단연 첫번째 파트인 "삶" 부분이었다. 아마존에서 살면서 겪거나 생긴 일들을  적은 것으로 생소한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는 원주민들과 부대끼면서 살았던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저자는 피다한족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아마존의 상인들에게 그들이 원숭이와 같은 유인원족으로 취급받는 것에 놀란 그는 행여나 독자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노심초사했던 것이다. 아니러니한 것은 그가 조심스럽게 그들이 인간임을 강조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가 그들과 함께 지내면서 겪은 이야기를 대충 들어보면 아마존 상인들의 주장이 그다지 틀리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6개월을 가르쳐도 1+1=2임을 모른다는 그들, 아니, 아예 숫자의 개념을 익히지 못한다는 사람들, 부모와 형제를 빼곤 온 마을 사람들과 성관계를 맺고, 아동성폭행이나 강간에 대한 개념이 없는 아예 없으며, 술에 취해 집단으로 그를 죽이겠다고 몰려왔던 사람들이니, 어찌 그런 생각이 안 들지 않겠는가? 흥미로운 것은 피다한 사람들은 과거나 미래가 없이 단지 현재만을 사는 사람들이라는 점이었다.  오래된 과거나 아주 먼 미래, 허구적 내용과 같이 경험하지 못한 사건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으니 결국 다른 민족들에겐 흔한 민담이나 설화, 신화, 조상들에 대한 이야기마저 전무하다는 말에 의외란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관찰한 바를 종합해보면 피다한 족은 " 딱 3세 이전의 유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어른들"을 집단으로 모아놓은 것 같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글에서는 살아가는데는 그 어떤 천재보다 영특한 적응력을 보여준다고는 하지만, 그건 원숭이도 마찬가지 아닌가?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아마 그들이 원숭이와 다른 점이라곤 그들에게 식별 가능한 언어가 사용된다는 것이 아닐까 싶던데, 만약 원숭이의 말을 이해하는 학자가 나오게 된다면 그 둘의 경계는 어떻게 될까 미심쩍어졌다. 제인 구달만 봐도 그녀는 원숭이의 말을 이해하고 따라 하는 듯 보이던데 말이다. 피다한 족 사람들의 언어도 처음 듣는 사람들에겐 원숭이의 울부짖음처럼 들리며, 백인인 저자가 그들의 말을 따라하는걸 보고 다들 입을 쩍 벌린다고 하는 말에, 과연 이 저자와 제인 구달이 한 일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들의 관찰 대상에 애정을 갖고 좋게 봐달라고 강조하는 점까지도 비슷했으니 말이다. 하여간 어떻게 전달하는가에 따라서 듣는 사람에게 다르게 받아들여진다는건 좀 멋쩍었다. 그들을 우리와 한 인간으로 봐달라는 저자의 애원을 이렇게 해석해서 미안하기도 하고...뭐, 그렇다고 그들이 우리와 다른 유인원이라는 것은 아니니 오핸 마시길...

 

흥미로운 점은 피다한 사람들이 저자를 아무리 좋아해도 그는 언제나 이방인일 뿐이란 것이었다. 물론 이런 그들의 태도는 언젠가 공동체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질거라 믿었던 저자를 무척이나 섭섭하게 만든다. 하긴 뭐, 그들과 살려면 섭섭한 일이 한 두 가지여야지... 그보다 더 섭섭한 일은 선도하겠다는 그의 집념이 무위로 돌아간 일이었다. 야심찬 전도프로젝트가 경계와 주관이 뚜렷한 피다한 사람들의 반대에 부딪히게 되면서 오히려 그가 종교를 버리는 계기가 되었다니 재밌는 일이다. 널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예수나 신이 믿겨지는건 아냐! 라고 말하는 피다한 사람들을 보면서 저자는 그들에게 기독교 교리가 끔찍하게 다가왔을 거라는걸 깨닫게 되었다니,  그런면에서 보면 이 저자 참 따스한 인간성을 지니신 분 같다. 자신이 옳다는 생각을 버리는 유연함은 쉽게 가져지는 자질은 아니니 말이다. 내가 보기엔 종교를 버렸을지라도 인간을 사랑한다는 점에선 그에게 별 차이가 생기지 않았을거라 본다. 물론 골수 기독교 신자들 입장에선 엄청난 차이겠지만서도...

 

그외 3부에선 문화가 언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그의 견해와 노암 촘스키의 학설이 맞지 않았던 피다한 족의 언어에 대한 분석, 그 차이를 해석하는 주류 견해와 그가 내놓은 해석과의 차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저자는 촘스키는 책상머리 학자지만, 자신은 현장 학자라 자신의 견해가 더 옳다고 주장하고 있던데, 어떤 것이 옳은가는 나중에 밝혀지겠지 싶다. 재밌는 책이긴 하지만 처음 1부 ' 삶' 부분의 박진감에 비해 후반부로 가면서 지루해지는 것이 단점이다. 다 읽고나니 내가 꼭 피다한 사람들의 어떻게 사는지 알아야 했을까 뭐, 이런 후회도 밀려 오고. 그래도 남이 하는 모험이라 재밌긴 했다. 적어도 내가 죽거나 다치거나 하는 일은 없으니 말이다. 아마존인들의 생존 방식이나 그들의 삶의 태도가 궁금하신 분들은 봐도 좋을 듯... 웃기고 기발하고 기막히고 애잔하고, 기타등등이 다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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