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사무소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공보경 옮김 / 이덴슬리벨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만약 당신이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 팬이라면, 이 책은 왠만하면 패스하는게 좋지 않을까 한다. 횡설수설이 정신 사나움의 경지에까지 이르는걸 보면서 심히 심난해졌으니 말이다. 도대체 이 책은 언제 쓰신걸까? 궁금해진다. 마지막 작품이 아니길 바랄뿐이다. 49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죽은 것도 억울한데, 이런 작품으로 이미지까지 구긴 채 죽었다면 정말로 억울할 것 같으니 말이다.  '만회할 기회를 줘 ' 하면서 이 책에 나오는 고든처럼 유령으로 지구를 떠돌고 있다고 해도 충분히 이해가 될 만큼 엉성했다. 얼마전 읽은 밀레니엄 3부엔 편집장에 갑자기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을 읽으면서 과연 작가는 그 글을 쓸때 자신이 얼마후 그렇게 죽을 거란 것을 짐작이나 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어 우연치고는 희한하단 생각이 든다. 이 책속엔 고든이란 인물이 등장하는데, 영문도 모른 채 급사하자 자신이 갑자기 죽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는 말이 쓰여져 있었다. 아마 더글라스 애덤스가 말을 할 수 있었다면 그 역시 죽어가는 순간에 그런 말을 했을지도 모르는데... 그런걸 보면 작가들이야말로 등장인물을 죽일때 조심해야 될 것 같다. 자신이 창조해낸 등장인물이 죽는 그대로 자신이 죽게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말이다.

 

줄거리는 분명 하는 일도 없어 보이는데 대학에 영구히 짱박혀 살고 있는 리즈 교수님의 부름을 받고 리차드가 학교를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동창인 더크 젠틀리의 소식을 아냐고 묻는 리즈의 말에 리차드는 엉뚱하다고 말하기엔 어휘가 부족한 인물이던 그를 회상한다. 리차드의 상사인 고든은 무엇이든 믿도록 프로그램이 입력된 전자수도사에게 살해되자 유령이 되서 떠돌게 된다. 한편 탐정이 된 더크 젠틀리는 리차드를 협박해 리즈 교수님의 비밀을 알아낸다. 교수가 타임 머신을 갖고 있다는걸 알아낸 두 사람은 타임머신의 이용을 간절하게 원하는 사락사란 외계인의 추척을 받게 된다. 지구의 생명체의 기원이 되었던 우주선 폭발을 주도한 인물이었던 죽은 사락하는 그동안 유령이 되서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타임머신을 이용해 폭발전 과거로 돌아가서 모든 일을 바로 잡고 싶다는 사락사의 염원은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결론이 궁금하신 분은 아쉽게도 다른 편인 <길고 어두운 영혼의 티타임>을 기다리셔야 겠다. 그것까지 보면 이 책이 좀 사랑스러워 보일라나? 어쨌거나 강조하고픈 말은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한번도 웃지 않았다는 것이다. <은하수>를 쓴 작가라면 적어도 한번은 웃겨야 하는게 아니야?  하여 이 책의 교훈은 심각한 더글러스 애덤스는 굉장히 심난하다는 것이 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