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전쟁 샘터 외국소설선 1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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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살이 되면 어떤 기분이 될까? 어차피  살만큼 살았고, 앞으로 과거보다 더 영광된 나날이 올거라는 희망은 더 이상 없으며, 폐기처분 되기 일보직전처럼 여겨져 날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게 되려나? 여기 우리가 바로 그런 생각에 서 있을거란 생각에서 출발하는 소설이 있다. 

75살이 된 존은 우주 군대에 입대를 한다. 42년을 함께한 아내는 얼마전 뇌졸중으로 죽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과는 소원한 상태, 나날이 나빠져가는 몸의 상태 역시 존의 마음을 심난하게 한다. 앞으로 잘해봤자 시체 신세밖엔 안 될거라는 비관적인 전망은 그로 하여금 우주 군대에 입대하도록 한다. 일단 입대한 뒤엔 어떻게 될지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단지 새로운 몸과 삶이 주어진다는 것만 알고 들어간 우주 군대, 그는 곧 신체검사를 받고 새로운 몸을 이식받는다. 자신의 젊은 시절의 몸에 여러가지 신체 기능이 강화된 몸으로... 엣지있는 몸에 적응하느라 신나는 것도 잠시, 그들은 곧 우주 전쟁에 참가하게 되고, 그 전쟁이 상상외로 힘들다는걸 알게 된다.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절체절명의 순간들을 겪으면서 그와 동료들은 그들이 철저한 인간무기 병기로 바뀌여져 있음을 알게 된다. 동료들이 죽어가고, 자신들도 마찬가지도 낯선 것들을 무자비로 학살하는 가운데, 존은 낯선 행성에서 죽음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런데 바로 그때 그를 구해주려 다가온 사람을 보곤 그는 깜짝 놀라는데, 왜냐면 그것은 오래전에 죽은 그의 아내였기 때문이다.간신히 목숨을 건진 존은 아내와 꼭 닮은 그녀를 찾아 헤메는데... 

아내의 무덤을 들린뒤 군대에 입대한 한 노인의 독백으로 시작하는 도입부는 정말 멋졌다. 어차피 폐기처분될 몸을 가지고 궁싯대고 있음 뭐하나. 새로운 어드벤처를 찾아 우주군대에 입대한다는 설정의 이야기, 흥미진진했다. 어떤 세계가 펼쳐지는지 전혀 알지 못하면서 어차피 버린 인생이라며 군대에 입대하는 노인들로 만원인 우주선, 새로운 몸을 받고 회춘의 기쁨을 누리며, 새 삶에 기대를 하는 모습은 어쩜 그럴 수도 있겠다는 개연성도 가진다. 하지만 이 책에서의 장점은 딱 거기까지 였다. 그 부분을 넘어서면 막장 우주 드라마로 변하니 말이다. 아무리 sf물이라지만 깊이 없어요, 재미 없어요, 인간에 대한 예의 없어요,막말이 쓸데없이 쏟아져서 감정 이입 방해해요,이야기는 점점 어처구니 없어져가요, 나중에 어울리지도 않게 멜로 전선까지... 참 가관인 책이였다. 

에휴, 노인이 등장하는 소설이나 영화는 그렇잖아도 흥행에 실패한다고들 말하던데, 이건 실패해야 딱 알맞는 그런 소설이 아닌가 싶어 씁쓸했다. 무엇보다 마음에 안 들은 것은 75세의 나이에 여전히 20대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 판단하는 주인공이었다. 비록 몸은 20대라도 70대 연륜의 이성과 깊이를 보여주면 뭐, 어떤가? 그랬다면 참 좋았으련만... 그냥 나이만 75세일뿐, 노인다운 연륜이라곤 찾아볼래야 볼 수 없었다. 작가는 노인이란, 그저 젊음을 그리워하고, 젊은 몸만 있다면 젊은이와 하나도 다를게 없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이 얼마나 서양인다운 얄팍하기 그지없는 생각인지... 읽다가 질려 버렸다. 노인전쟁이 아니라 쓰레기 전쟁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책, 노인 학대를 다룬 책과 별 다를게 없지 않을까 싶은 책이었다. 블러그를 통해 이 책이 나왔다고 하던데, 하긴 그것만 봐도 이 책의 진가를 알만도 하지 않는가 싶다. 그래도 혹시나 했던 나로써는 역시나 실망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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