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탠저린 ㅣ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5
에드워드 블루어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아빠 근무지를 따라 캘리포니아 탠저린 카운티로 이사온 폴 피셔는 전학 간 중학교에 축구부가 있다는 소식에 반색한다. 법적으로 장님판정을 받을 정도로 시력이 나쁜 폴, 하지만 그 장애도 그가 축구를 좋아하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 친구들이 외계인이라 놀려도, 대기 선수로 벤치에 앉아 있어도, 함께 축구를 할 수만 있으면 상관없다는 폴의 간절한 바람은 장애인은 축구부 가입이 안 된다는 학교 규정에 막혀 좌절되고 만다. 한편 그가 살게 된 탠저린 카운티는 (귤을 의미, 작가가 오렌지 카운티를 패러디함.) 한때 과수원이었던 곳을 무자비하게 갈아엎어 세운 곳으로 겉으로 보기엔 부촌이었지만 안으로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었다. 땅이 가라앉고, 저절로 생겨난 들불은 검은 연기를 모락모락 피워대며, 날마다 벼락이 치는데다, 흰 개미가 떼거리로 공격을 하고 , 보석 도둑이 판을 치는등 마을은 늘 사건 사고로 소란스럽다. 땅이 가라앉는 바람에 교실이 없어진 폴의 중학교에선 학생들에게 전학을 허용하게 되고, 폴은 기회는 이때라면서 근처 탠저린 중학교로 전학을 간다. 라틴계열의 빈촌 아이들이 다니는 탠저린 중학교는 갱단과 폭력이 난무하는 학교로 소문이 나 있었다. 주위의 편견은 아랑곳하지 않고 새 학교에 등교한 폴은 그곳 친구들도 마찬가지로 착하다는걸 알게 된다. 남녀 혼성으로 구성된 탠저린 축구부에 가입한 폴은 시합을 계속하면서 실력을 점차 쌓아나간다.
한편 고교 미식 축구계의 스타로 부모의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형 에릭은 새 고등학교에서도 인기를 몰고 다닌다. 에릭이 명문 대학에 스카웃 되기 위해 작전까지 짜가면서 뒷바라지는 하는 아빠, 폴은 그런 아빠와 에릭이 다 못마땅하기만하다. 형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환영에 시달리는 폴은 왜 자신이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의아해한다. 어릴적 사고로 눈을 다친 폴은 그것이 에릭이 연관되어 있을거란 추측은 해보지만 기억이 나질 않자 답답해한다. 잔인한데다 제멋대로인 에릭은 집에 놀러온 폴의 친구를 가난한 동네 애들이라면서 괴롭히지만, 폴은 그가 두려운 마음에 맞서지 못한다. 그 일로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폴, 부자인 너희들은 너희들끼리 살라며, 넌 우리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친구의 말에 자신은 에릭과 다르다면서 항의를 해보지만, 그의 진심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탠저린 카운티에 한파가 몰려오자 탠저린을 살리기 위해 폴은 자진해서 농장으로 간다. 탠저린의 미래를 위해 인생을 건 친구의 삼촌을 존경스럽게 바라보던 폴은 며칠뒤 그가 죽은 채 발견되었다는 소식에 깜짝 놀란다. 그의 죽음에 에릭이 관련되었다는 걸 알고 있던 폴은 이번만큼은 입 다물고 있지 않겠다고 이를 앙 다무는데...
마치 잘 된 영화를 보는 듯 속도감있게 잘 쓴 성장소설이었다. 형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환각에 시달리는 동생 폴, 그런 동생을 애벌레 보듯 경멸하는 형과의 갈등이라는 다소 극단적인 소재를 쓰고 있음에도 그걸 어찌나 자연스럽게 풀어내던지 마치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보는 듯 생생하기만 했다. 단순하지만 모순없는 캐릭터 선정, 스포츠를 둘러싼 암투와 열정, 자연스러운 상황전개, 이야기를 더 설득력있는 만드는 뒷 배경과 속도감있는 전개, 군더더기 없는 묘사, 다음을 궁금하게 만드는 영리한 구성등으로 단숨에 읽어치울 수밖엔 없었다. 작가의 데뷔작이라는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노련하다. 제목만 보곤 별로일거라 짐작한 나로써는 뜻밖의 수확이었으니, 오랜만에 제대로 된 성장 소설을 읽는 즐거움에 밤을 꼴딱 샜다. 무엇보다 재밌다. 즐거움과 감동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