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한 알의 행복
루스 라이클 지음, 이혜진 옮김 / 달과소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식상한 평만 좔좔 쏟아내는 레스토랑 리뷰는 싫다. 독창적이고 예민한 감각을 지닌 나 만의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루스 라이클은 잡지사로부터 평론을 써달라는 말에 반색한다. 평소 음식에 관한 한 남들 못지 않게 안다고 자부하던 그녀는 그것이야말로 자신이 누구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자신한다. 하지만 편집자 콜먼, 와인 전문가와 함께 처음으로 식사를 한 루스는 어쩜 자신이 우물안 개구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움츠러든다. 로스앤젤레스로 콜먼과 출장을 간 루스는 일급 레스토랑을 전전하며 천상의 맛을 맛본다. 음식과 분위기와 와인에 취한 그녀는 순식간에 콜먼과 불륜에 빠지고 만다. 남편에게 거짓말을 하고 콜먼을 쫓아 파리로 날아간 그녀는 며칠간의 황홀한 밀회를 즐기고 돌아온다. 미술가인 남편과 점점 멀어지는걸 느끼던 그녀는 남편이 아기를 갖지 않겠다는 말에 충격을 받는다. 남편과의 관계를 정리하기도 전에 기자인 마이클을 만난 루스는 다시 사랑에 빠지고, 두 남자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 한다. 남편에게 사실을 털어놓은 루스는 마이클과 어렵사리 결혼을 하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자 불행해 한다. 그렇게 인생 고비마다 등장하는 실연과 배신, 죄책감과 우울, 그리고 아버지를 잃은 상실감과 슬픔, 아이를 잃은 분노와 좌절을  음식을 통해 이겨 나간던 루스,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와 음식 냄새가 배어있는 행복한 가정을 바라던 그녀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 것인가?

 

음식 평론가라는 저자가 음식과 사랑, 요리사와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그녀가 추천한 요리 레시피와 더불어 적혀 있던 책이다. 책이 시작되자 마자 너무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불륜이 저지르게 된 과정을 털어놓는걸 보곤 깜짝 놀랐다. 어? 칼럼인줄 알았는데, 소설이었나? 다시 한번 들여다보니 컬럼 맞다. 그녀의 남편도 아닌데 기분이 확 잡쳤다. 그런 이야기까지 듣고 싶었던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아무리 시대가 좋아졌기로 자신의 불륜을 쉽게도 고백하다 했더니만, 나중에 알고보니 그녀의 남편 역시 도시마다 정부를 두고 있던 사람이었단다. 참, 대단한 부부라 아니말할 수 없겠다. 예술가들은 다들 그렇게 사는게 정상인지 모르겟지만서도... 맛있는 음식에 대한 열렬한 찬사, 마치 그 음식을 먹고 있는 듯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재치있고 맛깔난 표현, 요리사들에 대한 열정등을 알게 해주었다는 점은 좋았지만 책을 읽어나감에 따라 저자가 싫어지는 바람에 애매작으로 넣은 책이 되겠다. 그리고 먹는 음식마다 등장하는 늘어지는 찬사, 처음엔 정말로 그런가보다 감동했는데, 중반쯤 되니 그저 오바가 심한 여자구나 싶어 피곤해졌다. 음식에 대한 오버 리액션은 TV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물론 그것이 " 정말 마딧떠요." 라는 혀짤배기 소리보다야 훨씬 더 낫지만서도... 중년 여성의 혀짤배기 소리만큼 오싹하게 만드는 것도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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