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환상문학전집 10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안정희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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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되자 지구인들은 범죄자들과 정치범들, 소위 인간 쓰레기들을 달로 보내버리기 시작한다. 한마디로 달이 간수가 필요없는 감옥이 된 것이다. 우주선이 없으니 탈출은 불가능한 일, 다 죽어도 상관없다는 마음 자세로 지구인들에 의해 버려진 달 세계인들은 그들의 예상과는 반대로 강인한 생존력때문에 살아남는다. 그들만의 독특하고 고유한 문화를 만들어 가면서... 중력이 지구의 1/6이며 공기나 물이 없으니 과학의 힘을 빌려야 생존이 가능할 것은 당연지사, 지구인들은 달의 통제를 위해 강력한 중앙 컴퓨터를 설치해주고 간다. 세월이 흘러 가면서 그 컴퓨터는 업데잇의 업데잇을 거치다 결국 스스로 생각하고 프로그래밍하는 컴퓨터로 진화하게 된다. 어느날 우연히 컴푸터가 말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된 컴푸터 기술자 마누엘은 그에게  마이클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친구가 된다. 만물의 모든 지식을 알고 있으나 대화할 상대가 없어 한없이 외로웠던 마이클은 최초의 친구가 생겼다고 기뻐한다. 농담하는 컴퓨터가 되고 싶었던 마이클은 마누엘에게 웃기는 이야기 100가지를 프린트해서 주면서 어떤 것이 웃기는지, 그리고 왜 웃기는지 알려 달라고 주문한다.

 

한편 지구 총독부의 지배하에 있던 달 세계인들은 점차 그들의 독재에 불만을 품게 된다. 호기심에 항의 집회에 참가한 마누엘은 총독부가 집회참가자들은 잔인하게 해산시키자 분노한다. 무력 진압을 피해 도피하던 마누엘은 집회에서 발언을 했던 요주의 인물 와이오밍을 보호하게 된다. 아찔하게 매력적인 그녀와 호텔에 숨어 들은 마누엘은 마찬가지로 총독부 호위대에게 쫓기고 있던 데라 파즈 교수를 마이클의 도움으로 불러 들인다. 시국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교수는 마누엘에게 혁명에 참여해줄 것을 권유한다. 하지만 마누엘은 자신이 현실 주의자라면서 가망없는 일에 발을 담그는 일은 할 수 없다고 말한다. 혁명이 성공할 확률이 1/10만 되어도 가담하겠다는 마누엘의 말에 교수는 확률을 계산해보기로 한다. 마이클에게 확률 계산을 부탁한 일행은 그 답이 1/7이라는걸 알고는 환호한다. 이렇게 어리버리하게 혁명에 가담하게된  셋은 그들을 지휘할 자로 마이클을 지명하고, 마이클은 재밌는 게임에 참가하게 됐다는 생각에 마냥 좋아한다. 지구인들이 생각하지 못한 막강한 비밀 병기를 갖게 된 세 사람은 차근차근 혁명을 준비해 나가게 되는데, 과연 불가능해 보이는 달의 독립은 이뤄질 수 있을 것인가? 달이 독립하겠다는 선언에 지구인들은 코웃음을 치면서 진압에 나서는데...

 

첫 문장을 읽으면서부터 이 책이 1967년 작품이라는걸 되뇌고 되뇌어야 했다. 지금 쓴 작품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만치 과학에 대한 설명이 그럴 듯 했기 때문이다. 유치하지 않았다. 유치하기는 커녕 그 대범함이나 정교함이 놀라울 정도였다. 어떻게 이렇게 시대를 앞서나갈 수 있는지 놀라웠다. 업데잇을 거치다 생각할 줄 알게 되는 컴퓨터를 고안해 낸 것이라던지, 그 컴퓨터에 지극히 인간다운 개성을 불어 넣은 것이나, 달 세계란 특별한 환경에 살게된 특이한 집단을 경이로운 설득력으로 그려낸 것등 작가의 상상력에 두 손 두발을 들고 말았다.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이라는 제목을 보곤 무척 심각하고 무서운 책인가보다 했는데, 의외로 재밌고 읽기 쉬운 , 가볍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SF물이었다. 등장인물들이 나누는 대화들이 재치있는데다, 귀엽고 사랑스럽고 개연성있는 개성 확실한 사람들이 주로 등장하는 바람에 읽는 동안 아주 유쾌했다. 달이라는 매서운 환경에서 살아 남으려다보니 달세계인들이라는 사람들이 <호빗트>에 나오는 호빗족만큼이나 개성이 뚜렷하다는 것도 읽는 재미를 더했는데, 환경에 맞춰 살다보니 자연스레 그들만의 문화가 생겼다는 설명이 어찌나 그럴 듯했던지  마치 실존하는 문명을 눈앞에서 보는 듯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의 묘미는 자신을 의식하는 컴퓨터인 마이클을 들어야 할 것이다. 모든 지식을 순식간에 통채로 집어 삼키는 능력을 지녔으나, 어린아이처럼 사랑스런 순진함을 지닌 그는 친구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어려운 일이 있을때마다 한발 앞서 일을 해치워 나가는 그,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친구들의 혁명에 참여해 진두지휘하는 그는 참으로 듬직한 친구였다. 그렇게 다재다능에 못하는 일이 없는 친구를 둔다면 얼마나 좋을까 만은... 환상이라고 해도 그런 친구를 둔 마누엘 일행들이 참 부러워 보였다. 그렇게 막강한 친구와 함께 한 혁명 과정이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보셔도 좋을 듯, 좀 두꺼운 분량이라 보기전부터 기가 질려 하시는 분들이 많을텐데, 미리 겁먹진 마시길... 확자지껄 소동이 가득한 천진난만하고 성깔있는 사람들의 혁명 성공기니 말이다. 다시 말하면 전혀 심각하지 않다. 귀여운 시트콤 정도의 내용이라 생각하고 보심 된다.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혁명을 진행하는 과정들이 다소 지루하긴 하지만 다른 부분이 워낙 재밌고 독창적이라 눈감아 줘도 될 정도의 흠이다. 이 책을 계기로 SF물에 맛을 들인 사람이 많다고 하던데 놀랄 일도 아니지 싶다. 그렇다고 내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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