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걸 - 에드거 앨런 포 상 수상작, 블랙 캣(Black Cat) 9
T. 제퍼슨 파커 지음, 나선숙 옮김 / 영림카디널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캘리포니아의 오렌지 산업이 막 사양길로 들어서던 1968년 미스 던스턴으로 뽑혔을만큼 아름다운 소녀 자넬이 버려진 공장에서 목이 잘린 시체로 발견된다. 그녀가 성장하는 것을 보아온 베커네 형제들은 범인을 꼭 잡겠다고 결심을 한다. 형사인 닉 베커, 목사인 데이비드 베커, 그리고 막내인 기자 앤디, 각기 다른 사연으로 자넬과 엮인 그들은 각자의 정보통에서 흘러 들어온 정보를 공유하며 살인범을 쫓게 된다. 서서히 드러나는 자넬의 실체는 다른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그녀를 제대로 알고 있었는가라는 의문에 휩싸이게 한다. 자넬이 친 오빠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고 사는 것을 구해줬던 데이비드는 능력있는 목사로 성공의 가도를 걷고는 있지만 그 자신만의 어두운 비밀로 인해 발목이 잡힌 상태다. 세 아이와 아름다운 아내, 언뜻 행복한 가정생활을 꾸려 나가는 듯 보이던 형사 닉은 비서와 불륜관계를 맺고 있다. 고등학교때부터 사랑하던 여인을 보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안목을 넓혀야 한다는 이유로 떠나보낸 앤디는 새 애인이자 보스인 여인과의 관계가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렇게 각자 비밀을 갖고 있던 그들은 죽기전 자넬이 다양한 사람들과 사귀었으며 임신 상태였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용의자를 압축하기 위해 FBI프로 파일러를 만난 닉은 그로부터 자넬의 살인범은 자넬을 잘 알고 있던 사람이며 배신때문에 그녀를 잔인하게 죽였을거란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 분석을 바탕으로 닉은 마약 중개상인 닉의 전 애인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그의 집을 급습한다. 그의 집을 수색하던중 피가 붙은 톱을 발견한 그들은 의심할 여지없이 그가 범인일거라 단정하게 된다.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뒤, 당시 하원의원이었던 스톨츠의 비서로부터 우연히 모종의 이야기를 듣게 된 앤디는 닉을 찾아가 어쩌면 그 마약상이 범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털어놓게 되는데...

 

아름다운 소녀의 살인을 둘러싼 추리 소설이다. 콩가루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행복하게 살아보려 발버둥치는 자넬, 그런 그녀를 도와주려 하던 주변 사람들, 비밀을 갖고 있는 목사, 그 비밀을 공유하다 살인범으로 몰려 자살하게 되는 축구 코치, 지극히 인간적인 형사 닉과 우직한 그의 파트너, 세상 모든 것이 궁금한 기자 앤디와 아들이 베트남에서 전사한 이후 정신줄을 놔버린 베커 부모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살인범을 잡는 중간중간 등장해 자연스러움을 더하고 있었다. 누가 살인범인지 그녀와 관계를 한 모든 사람들을 의심스럽게 보게 만든다는 것이 묘미, 살인범이 오리무중이기에 끝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형사란 직업을 갖게 되면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대략 난감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인도 궁지에 몰리면 쉽사리 거짓말을 하고, 갱단처럼 진짜 범죄자들도 때론 진실을 말하니 말이다. 그 외에 뒷 배경으로 교회와 정치를 둘러싼 이야기들이나 보수 세력과 히피 세력간의 알력등이 섬세하게 그려진 점도 인상적이었다. 미국의 변화가 시작되던 1960년대의 캘리포니아 분위기를 잘 살린 듯 보이던데, 과거를 설득력있게 그리기 위해 작가가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을지 짐작이 되고도 남는 부분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왜 살인범이 자넬을 그렇게 잔인하게 죽였어야 했는지에 대해 공감하기 어려웠다는 것이었다. 죽은 자에 대한 설명이 많았음에도 그녀가 왜 그리 매혹적이란 것인지 그것도 영 석연치 않았고... 죽음을 당했어야 할 정도의 치명적이고 뇌쇄적인 매력을 설명하기엔 설득력이 부족했다. 하드 보일드 추리 소설이 될 예정이었으나, 작가가 넘 착한 관계로 하드보일에서 2% 부족한 책이 되버린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하던 책,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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