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의 판도라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14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지음, 정창 옮김 / 들녘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세계 1차대전이 시작되기 직전의 영국, 스무살의 대필작가 토머스 톰슨은 노튼이란 변호사에게서 이상한 제의를 받게 된다. 영국 귀족 형제를 죽인 혐의로 기소중인 마커스 가비를 만나 글을 써달라는 것이었다. 가비를 만난 톰슨은 왜소하고 발을 저는 그가 살인자라는 말에 의아해 한다. 미심쩍어 하는 톰슨에게 가비는 살인자는 오히려 그 귀족 형제들이었으며 , 자신은 그저 지옥에서 살아나온 죄밖엔 없다고 항변한다. 자신은 살인자가 될 만한 인물이 절대 아니라는 말에 톰슨은 동요하고, 형제를 죽인 진범은 누구일까 궁금해진다. 과연 콩고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애초에 윌리엄 리처드 형제의 하인이었던 가비는 둘이 다이아몬드를 찾아 콩고로 떠나자 함께 동행하게 된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서슴치 않던 형제, 곧 가비는 그들의 잔혹성에 학을 떼게 된다. 짐꾼인 흑인들을 마치 일회용 배터리마냥 갈아치우는 형제, 하지만 그들의 만행을 하인인 가비는 말릴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금맥을 발견하고,  그들의 광기는 곧 금을 캐는 것으로 옮겨지게 된다. 정신없이 금을 캐던 그들 앞에 지하세계에서 올라온 텍특족이 나타나면서 으스스한 분위기는 도를 더한다. 백인보다 더 하얀 피부를 가진, 인간과 닮은 듯 또 다른 그들을 만난 형제는 새로운 동물처럼 그들을 포획한다. 텍특족 여성인 암만을 잡은 윌리엄은 그의 성적 노리개로 그녀를 잡아두고, 그녀의 처지가 안스러운 가비는 점점 그녀에게 연민을 느끼게 된다. 텍특족의 보복이 두려운 흑인들이 몽땅 도망간 어느날,  형제와 가비는 지상족과 지하족 사이의 처절한 전투를 치러 내게 된다. 텍특족에게 잡힌 가비는 암만의 도움으로 간신히 탈출했으나 형제는 그들의 손에 이미 살해된 뒤였다. 가비는 자신의 겪은 일들을 말해도 아무도 믿어 주지 않았다면서 억울함을 주장하고, 그의 이야기에 감명을 받은 톰슨은 어떻게 해서든 그를 구해내리라 다짐을 하게 된다. 소설을 완성한 톰슨은 가비의 재판정에 갔다가 텍특족 암만인 듯한 여자를 보고는 그 둘의 사랑이 지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확신하게 되는데...

 

특이한 소재를 숨막힐 듯 일필휘지로 써내려간 박진감 넘치는 소설이었다. 1900년대 초기 영국을 그로테스크하게 잘 묘사한 것이나, 콩고와 흑인을 대하는 영국인들의 우월한 자세, 톰슨이란 어리버리 대필 작가의 모험담과 주변의 이야기, 그리고 콩고 지하족이라는 텍특 족과의 피할 길 없는 갈등등 허술하게 지어진 소설은 아니라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자의 전작 <차가운 피>에 비하면 신선함이나 통찰력이 다소 떨어져 보였다. 이야기 구성도 장황하니 산만해 종종 뭘 이야기 하려는 것인지 아리송했고, 톰슨이란 20살짜리 대필 작가가 보여주는 천재성과 어리버리함이 자연스럽다기보단 억지스럽단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눈살을 찌프리게 되는 것은 여자 주인공때문이었다. 인간과는 다른 괴물같은 외모에, 대화는 되지 않지만 섹스가 불가능하지는 않는 신체 구조, 강간을 당해도 룰루랄라 마냥 행복한 정신세계, 무뇌아 정도의 지능을 가진  자신을 학대하는 남자들에게 순종하는 캐릭터로써의 여자 주인공이 <차가운 피>에 이어 다시 등장하기 때문이었다. 한번은 불쾌해도 넘어갔지만 두번은 도저히 넘어갈 수 없었다. 사진을 보니 이 책의 저자 멀쩡하게 생겼더만, 어쩌다가 이런 성적 환타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 것인지 가여웠다. 강간이 아니면 섹스가 불가능한 남성에 강간을 당해도 아무렇지도 않는 여자가 주인공이라니... 죄책감 방지 차원에서 그런 여자가 필요한가는 모르겠지만 보기 역겹고 민망했다. 강간은 인간으로써의 공감능력이 부족해서 생긴다고 한다. 즉, 강간을 해도 강간을 당하는 사람이 고통스러워할 거란 것을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내가 당신을 마구 때려도 당신이 아파할 리 없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당신은 혹 맞으면 행복한가? 아님 때리면서 기쁨을 느끼시나?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이 책은 다소 불편하게 읽힐 수도 있겠다. 막판의 반전이나 상상력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말이다. 그나저나, 인간으로써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작가라니...아무리 글을 잘 쓴다고 해도 자질 미달이지 싶다. 글을 쓰기보단 정신과 상담을 먼저 받아 보라고 권하고 싶었다. 여성 대용 유사 괴물이 등장하는 그의 소설은 이제 더 이상 읽기 싫으니 말이다. 두 번이면 마이 묵었다 아이가, No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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