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볼 - 불공정한 게임을 승리로 이끄는 과학
마이클 루이스 지음, 윤동구 옮김, 송재우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스포츠에 우리가 광분하는 이유중 하나는 그것이 다른 어느것보다 공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연줄이나 인맥, 또는 사기나 협잡이 끼여들 틈이 없는 인간의 재능만으로 승부를 거는 각본없는 드라마의 세계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풍토에도 서서히 자본주의 바람이 끼여들면서 게임의 룰이 달라지게 된다. 즉, 돈이 승부를 좌지우지 하게 된 것이다. 뉴욕 양키즈가 명문 구단이 된 방법? 간단하다. 돈 싸들고 다니면서 스타급 선수들만 스카웃 해 오면 된다. 그렇다면 돈이 없는 구단들은 어떻게 게임에 임해야 하는 것일까? 돈이 없다고 기가 죽어 한쪽 구석에 박혀 있어야 하는 것일까? 돈 없는 우리 서민들이 가진 것이라곤 생명력뿐이란걸 생각해보면 ,가난한 구단들이 가만히 앉아 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지만은 않을거라는걸 쉽게 짐작이 되실 것이다. 돈이 없으면 다른 걸 투입하면 된다. 그것이 머리건 재능이건 불굴의 의지건 열정이건 간에... 이 책은 바로 돈으로 굴러가는 야구계의 풍토에 맞서 잔머리와 열정과 기발한 타이밍으로 자신의 구단을 미 플레이 오프 시리즈에 네 번이나 올린 미 오클랜드 어스렌틱스 단장 빌리 빈에 대한 이야기다.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가난한 구단을 가지고,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선수들만 골라모아,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출루율에 집착해서 일궈낸 , 거의 믿을 수 없는 기적같은 승리...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빌리 빈은 해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빌리 빈이 이 책에서 주목받게 되는 이유기도 하다.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태어난 스포츠 선수였던 빌리 빈은 프로 야구계로 진출하면서 생에 처음 실패를 맞보게 된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뒤업고 초라한 성적의 마이너리그 선수가 되어버린 빌리 빈은 어느날 단장에게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스카웃터로 일하겠다고 선언을 한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영락없는 몰락이었지만,  빌리 빈에게 그것은 구원이나 다름 없었다고 한다. 그에겐 야구 선수로써의 열정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스카웃터로 나선 그는 비로서 자신의 자리를 찾은 듯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의 실패를 통해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좋은 선수란 멋진 외모에 장타력에 강속구에 천부적인 재능이라고 생각하는 다른 스카웃터와 달리 그는 야구를 다른 식으로 바라보았다. 그에게 좋은 선수란 포장지가 아니라 내용물을 의미했던 것이다. 쉽게 말하면 하드 웨어보단 소프트 웨어에 집중한 것,  뚱뚱한 선수도, 굼뜬 선수도, 약간의 장애가 있는 선수도, 나이가 들어 한물 갔다고 취급받는 선수도 그에겐 대 환영이었다. 장타율보단 출루율이나 사사구가 이기는데 관건이라고 생각한 그는 단장이 된 후 자신의 야구 철학을 현실에 접목하기 시작한다. 돈이 없는 구단이면 어떠랴? 알뜰하게 쓰면 되는 것이지...라는 모토하에 그는 전국에 있는 무명 선수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한다. 자신들이 왜 불려 왔는지도 모른 채, 그저 계약을 하게 된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는 선수들을 그러모아 그는 뜻밖의 성공을 일궈내기 시작한다. 가장 가난한 구단으로써 꼴찌에서 벗어나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 아닌 연속 4년 포스트 시즌이 진출하는 기염을 토하게 되자 사람들은 그것을 기적이라 부르면서 그 이유를 캐묻게 된다. 과연 선수단 연봉 최하위의 가장 가난한 구단인 그들이 가장 효율적으로 팀을 운영하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빌리 빈의 성공 비결을 알아 내기 위해 그를 취재하던 이 책의 저자  마이클 루이스는 그의 야구에 대한 접근법이 월 스트리트에서 선물 시장을 개척한 증권 애널리스트들과 비슷하다는걸 알게 된다.  과거의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와 새로운 정보로 무장해 나섰기 때문에 주먹구구식의 구태의연한 방법만 고집하는 부자 구단을 이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영리했기 때문에 물량 공세에도 이길 수 있었던 것,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방법엔 돌팔매질을 잘하는 것 외에도 다른 방법이 많았던 것이다. 그렇게 한없이 불공정하게 치우친 게임을 당당하게 승리로 이끌어 낸 빌리 빈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들려 주고 있던 책이었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우선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재밌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머니 볼이라는 제목이 야구를 의미한다는 것도, 출루율이 뭘 말하는지도 잘 모르지만서도, 읽는데는 지장 없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다양한 인물을 자유자재로 다뤄대는 저자의 통찰력이 인상적이었다.  괴팍한 빌리 빈이나 다른 현존 구단주와 야구 선수들의 이야기를 까발린다는 인상없이 느낀대로 솔직하게 떠벌리고 있었으니까.  입을 따악 벌리고 들었던 장면들도 많아서, 돈 많고 힘있는 그리고 아직도 살아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면서도 주눅들지 않은 필력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첨이나 신격화, 마냥 좋다고 하는 소리를 들으려 책을 읽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또 흥미로웠던 점은 구단이 어떻게 운영되는가를 보여 준다는 것이었다. 의외로 야구 선수들을 관리하는 구단은 한 회사를 경영하는 것과 비슷했다. 경영 마인드가 필요한 것도, 돈이 없다는 단점을 특출난 경영 방식으로 메꿀 수 있던 것도 그때문이었다. 이 책속에선 선수들을 트레이드 하는 것을 주식을 팔아치우는 것에 비유하던데, 인간적이지 않다고 생각이 들긴 했지만 어느정도는 그렇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단장들은 인간적인지 않느냐고? 자기 구단이 경기를 하면 중계방송을 제대로 보지도 못한다는 빌리 빈, 혹 지고 있는 날이면  방안에서 기물 부시면서 난리를 치고 있다는 빌리 빈, 그러다 이겼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태연히 방을 빠져 나와 아무일도 없다는 듯 군다는 빌리 빈의 일화를 들어보면 그렇지도 않다는 생각이 드실것이다. 한마디로 지극히 인간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흐믓한 표정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하니, 야구를 좋아하시거나, 경영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보셔도 좋을 듯하다. 주워 듣는 정보만으로도 책 값어치는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읽는 재미도 쏠쏠하지만서도...


 

      쇼핑의 다섯가지 규칙 --트레이드에 임하는 빌리 빈의 자세.

1. 설령 내가 성공을 거두고 있을 때라도 변화를 추구하라. 영원한 현상 유지는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돈이 없는 팀에게 장기적으로 사용 가능한 해결책을 찾는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오로지 단기적 해결책만이 살아남는 방법이다. 늘 나를 업그레이드하려고 노력하라. 그렇지 않으면 나는 추락할 것이다.

2. '지금 반드시 뭔가를 해내야 돼'라는 식의 협상은 죽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들이나 할 소리다. 또 그런 마음으로 하는 협상은 결코 제대로 될 수 없다. 내가 입단을 성사시키지 못한 선수때문에 받은 충격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지만, 잘못된 가격으로 사들인 선수 때문에 받는 충격은 오랫동안 극복할 수 없다.

3. 모든 선수들이 나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지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진리 가운에 진리다.

4. 원하는지 확실히 결정한 다음 그의 뒤를 쫓아라.( 남이 트레이드 시키는 선수가 누군인지부터 신경 쓰는 일이 없도록하라.)

5. 내가 성사시킨 트레이드는 곧 주관적인 견해들에 의해 공개적인 심사 대상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만일  루 거스트너(IBM회장)라면 내가 내린 개인적인 결정 사항들이 신문의 경제면의 헤드라인을 장식한다고 해도 전혀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사람들 대부분이 PC에 관한 모든 것을 알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야구 방망이를 한 번만이라도 휘둘러본 사람은 마치 야구 전체를 아는 것처럼 떠들어댄다. 그러므로 나와 같은 일을 제대로 해내려면 신문 따위는 무시해야 한다.--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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