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도둑을 쳐다보지 마세요
이사벨 코프만 지음, 박명숙 옮김 / 예담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살아오면서 별 굴곡이 없이 살아온 듯한 디안에게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놓는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로즈란 남자와 부딪히게 된 것... 영혼을 훔치는 마음 도둑이었던 로즈와의 만남으로 디안은 여지껏 느껴보지 못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게 된다.  냉철한 머리와 쉽사리 동요되지 않은 이성으로 쉽게 교수 자리를 꿰차면서 승승장구했던 디안 (--실은 이 캐릭터 설정에서부터 이 소설의 신빙성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녀의 행동을 보면 10대나 20대 여자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던데, 그런 그녀에게 교수라는 타이틀을 붙여 주었다고 해서 냉철한 머리나 흔들리지 않은 지성이 믿겨질리는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하이틴 로맨스 소설에 등장해야 어울릴 듯한 여자 " 교수" 주인공이 자칭 심리소설에 등장해 머리 좋은 듯 분위기 잡고 있었으니, 참으로 어색한 조화였다.)은 그렇게 자신을 타일렀음에도 로즈에게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사랑이라는 도가니속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디안은 로즈에게 탁월한 능력이 있음을 알게된다. 그것은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적어 놓음으로써 그 순간과 타인의 기억을 빼앗어 버린다는 것이었다. 작가가 되기 위해  타인의 영혼을 기록할 뿐이라는 그의 말과는 달리 그와 접촉한 사람들은 그 순간의 기억에서부터 자신의 정체성까지 잊어 버리고 마는 비극을 당하게 되었다. 그린 비극을 막기 위해 디안은 로즈에게 그의 괴벽을 중지해줄 것을 요청하지만, 로즈는 그것이 작가로써의 자신의 사명이라면서 거절하는데.... 

 

 사랑을 시작했을 때의 불안감과 광기(디안의 문제) 와 모든 사물의 기록에 집착하는 작가의 페해를  (로즈의 문제) 우회적으로 다룬 심리 소설이었다. 골자를 이렇게 설명하면 아주 간단한 이야기인데도, 그걸 굉장히 별다르고 괴상하며 특출난 문제처럼 풀어냈다는 것이 이 책의 치명적인 단점이다. 뭐, 보는 각도에 따라 이 책이 다른 책과 유일하게 구별되는 점일 수도 있긴 했지만서도...  잘 썼다면 굉장한 상상력의 발현일 수도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어설프게 풀어놓는 바람에 우스개거리에 지나지 않아 보였으니 말이다. 특히나 작가란 타인의 영혼과 프라이버시는 훔치는 도둑에 불과할 뿐이라는 설정은 얼마나 그럴 듯한 소재인가? 착상은 참 괜찮았는데 그것을 깊이 있게 파고 들기엔 작가의 능력이 부족해 보인 점이 아쉬웠다.

 

자신의 사생활이나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미주알 고주알 적나라하게 까발리면서 베스트셀러를 양산하는 작가들을 종종 보게 된다. 그 작가들이야 돈도 벌고 명성도 얻지만, 그들의 책에 등장하는 소재감 내진 먹이감들의 기분은 어떨까? 그건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이야기거리들을 필요로 하지만 정작 그 이야기 거리의 당사자가 되어 수치심과 안전함을 잃게 되는 것들을 바라진 않을 것이다.  정신병자가 아닌 한... 그것을 타인의  영혼을 빼앗는 것과 다름없다는 작가의 생각은 일리가 있다고 본다. 아이디어는 좋았다. 그걸 설득력있게 펼쳐내지 못한 것이 아쉬웠을 뿐...쉽게 말해서 재미가 없었다.

 

지나가는 ( 마음 ) 도둑을 쳐다보지 마셔요.그와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당신은 당신의 의지와 영혼을 상실할 거랍니다...라는 뜻의 제목. 아마도 이 책에서 가장 박수를 받아야 하는 것은 바로 저 제목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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