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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왔다가 이렇게 갈 수는 없다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푸른숲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와 ,터키에도 이런 작가가 있었다니, 터키 문학계에 존경심이 생기게 만들던 작품이었다. 작가 아지즈는 조국 터키의 민주화를 위해 소심하게 글을 썼다가 그만 반역죄로 잡혀 가게 된다. 자신은 절대 감옥에 갈만한 글을 쓰지 않았다고 아무리 재판부에 항변해봐야 소용 없는 일. 징역살이에 이어 작은 소도시로 유배 되어 갈 수밖엔 없던 그가 그 당시 겪은 황당한 일들을 섬세하지만 초연한 자세로 그려내고 있던 수필이다.
우선 매력적으로 잘 쓴 책이라는 점을 알려 드리고 싶다. 절대 웃음이 나올 수 없는 황당하고 수치스런 상황임에도 블랙 유머로 전환해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여서 블랙 유머의 대가라는 별명이 어떻게 붙여졌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다. 단지 '불온'문서 한 장 찍었을 뿐인데, 멀리서 나를 보고 도망가는 친구들. 나를 전혀 알지 못하는 척 시치미 딱 떼는 동창생들, 배고픔에 겨워 거리를 떠돌던 나의 초상들, 돈 한 푼이 아쉬운 그의 처지를 오히려 이용해 사기를 치던 야바위꾼들, 속이 시꺼매서 도무지 들여다 볼 수 없던 유배 문학가 선배등...걸친 옷 하나밖 아무것도 가진 없이 도착한 유배지에서 그는 휘몰아치는 광풍에 홀로 서 있는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우리에게 유려하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그런 경험을 다 겪어 내기엔 그 자신이 너무 여리고 순하고 순진하다는 사실도... 어떻게 그 세월을 견뎌냈는지 모르겠다는 그의 말은 푸념이 아니라 진실로 그래 보이더라. 그마나 다행인 것은 그의 인간성이 너무 굳건한 나머지 그런 세상의 대접에도 불구하고 그의 뿌리는 뽑히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좋은 작품은 작가의 인간성을 반영한다는 것을 굳이 상기시키지 않더라도, 그의 작품이 존경을 받는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는 것은 바로 그때문이리라.
터키가 가장 자랑스러워 하는 작가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문학성과 인간미를 보여주던 아지즈 네신. 터키인들이 그를 가장 사랑해 마지 않는 작가로 뽑는다고 해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인의 기준에서 봐도 손색없는 풍자와 인간미, 그 모든 세상의 악덕에도 불구하고, 이런 작가 덕분에 인간의 정신이 죽지 않고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