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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하학 ㅣ 존 치버 단편선집 4
존 치버 지음, 황보석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미국 단편 소설의 대가로 취급받는다는 존 치버의 초기 단편들을 모은 단편 모음집.
우선 짦은 단편 하나에도 장편 못지 않는 이야기를 담을 줄 아는 작가의 솜씨에 놀랐다.
완벽한 이야기 구성에 치고 빠지는 순발력, 재치 있게 선보이던 날카로운 통찰력, 타인의 인생의 허무함을 꿰뚫던 직관력까지...왜 그를 가리켜 단편 소설의 대가라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문젠, 단편들이 이어지면서 그의 트릭들이 눈에 보인다는 것이었다.
중반을 넘어가면서 식상해지고, 뻔해지며, 약간 질리는 듯한 느낌마저 받더니 종래 지루해졌다.
몇년마다 한번씩 잡지에 실리는 그의 글을 읽었다면 그때마다 새롭다는 인상을 받았을지도 모르지만, 한꺼번에 읽으려니 질려 버린 것이다. 한권으로 질려 버릴 정도로 그의 인생관은 구질구질하고 암담했었다. 뭐..삶이 때론 그럴 수도 있으니,그걸 틀렸다고 하긴 그렇지만, 인생이 어찌 한가지 모습만 존재하겠는가? 만약 그렇다면 우리 모두는 절망한 나머지 미쳐서 날뛰지 않겠어? 그의 그리는 삶의 모습에 통채로 동조하거나 공감하기 어려웠다는 말이다.
갑자기 도스토예프스키가 생각난다. 왜 그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까? 그것도 읽는 즉시 말이다. 그것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인간애때문이 아닐까? 그런면에서 이 작가에겐 그런 인간애가 부족해 보였다. 글쓰는 솜씨만큼은 탁월했지만 인간애는 부족한 작가의 책이니 글쓰기 연습을 하기 위해 보려는 것이 아니라 감동을 받기 위해서 읽는다시는 독자분들이라면 실망하실만한 책이 아닐까 한다. 지금 나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