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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소텔 이야기 1
데이비드 로블레스키 지음, 권상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책을 내려 놓으면서 처음 든 생각...아니 오프라가 왜??? 였다. 왜 이 책을 추천한 것일까? 가끔가다 엉뚱한 책을 추천하긴 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는 작품성이 있는 책을 선정하고 했었는데, 도무지 이 책은 아니올씨다였다. 오프라가 작년 키우던 개 소피가 죽는 과정을 겪더니 아무래도 좀 감정적으로 흐른 모양이다.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도무지 왜 추천작에 올랐을지 추측이 불가해 보였다. 흠. 작년 오프라 쇼를 시청하진 못했지만 이 책에 대해 난리를 친 것만은 알고 있었는데, 책을 다 읽고보니 그들의 뜨거운 반응들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실은 무안할 지경이었다. 한마디로 딱 데뷔작스러운 엉성한 소설이었는데...이 책에 뭔가 있다고 떠들어 대던 사람들은 다 정신이 어디로 갔던 것일까?
물론 이렇게 방대한 책을 단숨에 일필휘지로 끌고가던 탁월한 문장력만큼은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이야기 전개가 부자연스러웠다. 그닥 재미있지도, 흥미진진하지도, 아귀가 딱딱 맞지도,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이해되거나, 이야기 전개가 상식적이거나 개연성 있거나 하진 못했으니 말이다. 통찰력은 논할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그저그런 통속소설에 불과했다. 오프라가 앞에 나서서 떠들지 않았다면 아마도 있는지도 알지 못하고 넘어갔을 책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걸 그다지 애석해 필요가 없다고 봐지는 것이, 그러니까 전반적으로 지루했다. 하, 어찌나 지루하던지...(특히나 2부) 결론을 보겠다는 일념하게 인내심을 갖고 본 2부, 드디어 끝장을 넘기는데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내가 개를 키우지 않아서 이 책이 별로인 것일까 머리를 굴려 봤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냥 잘 쓴 소설이 아닐 뿐이다. 역자분이 존경스러웠다. 나라면 지루해서 도저히 마감을 못 했을테니 말이다.
<줄거리> 대대로 개를 키우는 농장을 하고 있는 소텔 집안에 에드거라는 농아 아이가 태어난다. 듣긴 하지만 말을 못하는 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소텔 부부, 하지만 에드거의 입과 손과 발이 되어 주는 것은 애완견인 엘먼딘이다. 개를 돌보면서 잔잔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소텔가족에게 오랫동안 떠나있던 에드거의 삼촌이 돌아오면서 소설은 전화점을 맞게 된다. 아버지 못지 않게 개를 잘 돌보지만 개에 대한 견해차이로 사사건건 아버지와 대립하던 삼촌 클로드는 결국 아버지를 살해하고 만다. 아버지의 죽음에 삼촌이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에드거는 그 사실을 어떻게 알릴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엄마마저 삼촌의 청혼을 받아 들이자 비탄에 젖게 된다. 그 사태를 사람들에게 알리려던 에드거의 노력은 또다른 살인을 불러오고, 에드거는 엄마의 명령에 따라 가출을 하게 된다. 자신이 기른 개 네 마리와 함께 길을 나선 에드거는 결국 종결을 위해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이 책에서 가장 그럴 듯했던 것을 꼽아 보라면 (사람들이 존재를 의심하는) 유령을 들고 싶을 정도로 내용에 신빙성이 떨어졌다. 우선 형을 죽이고 형수와 결혼을 하는 삼촌 클로드가 왜 그런 일을 벌이는지에 대해 설명이 부족했다. 그냥 악한 사람이라서? 형의 설명에 따른 "겐 자신이 원하는 것은 어떻게 해서든 가져"라는 말로는 삼촌의 악랄함이 이해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에드거를 파멸시키는 계략까지 세우는 삼촌의 말을 모든 사람들이--심지어는 에드거의 엄마까지---의심하지 않고 다 믿어 준다는 것은 좀 놀랍지 않은가? 거기에 세상을 다 돌아다닌 삼촌이 촌 구석에 짱박혀 있는 형 집에 기어들어와서 형을 파멸시킨다는 설정도 우스웠다. 햄릿의 아버진 그래도 한 나라의 왕이기라도 하지. 겨우 농장 하나 차지하겠다고 형을 죽인다는게 말이 되나? 그리고 아무리 내성적이라 속을 잘 알기 힘들다지만 그래도 아들인데, 아들의 말을 믿지 못하는 엄마는 또 어떤가? 거기다 남편이 죽어 좀 경황이 없다고는 하나, 남편이 죽은 뒤 4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시동생과 동거를 시작하다니... 것도 남편이 생전에 그렇게 싫어한 시동생과 말이다. 이해되지 않았다. 결말은 또 어떤가? 에드거를 굳이 죽일 필요가 있었을까? 그 과정은 또 얼마나 엉성한던지...아버지를 왜 죽였는지 물어봐야 한다면서 보안관이 벙어리 소년을 납치하는 바람에 일이 커져 버리는데, 그냥 대낮에 소환해서 물어보면 되는 일을 그렇게 멍청하게 처리하다니, 다분히 어색했다. 이 책에서 유능한 사람이라고는 살인을 감쪽같이 해낸 삼촌뿐이었는데, 그닥 설득력있게 악인같지 않던 삼촌만이 유능하다는것도 영 석연잖았고... 아, 한도 끝도 밀려드는 단점들. 구멍 숭숭 뚫인 듯 치밀하지 못한 전개에 대한 성토는 이쯤에서 접기로 하는게 낫겠다. 비추천작으로 넣어도 그닥 아쉽지 않을 책이긴 하지만, 어쩜 내 취향에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싶은 노파심에 애매작으로 넣는다. 혹시 개를 아주 좋아하신다거나, 개와의 교감에 대한 설명하다 만 듯한 리포트라고 얻으실 요량이시라면 한번 들어보심도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