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학 - 미국인도 모르는 미국 이야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박상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머리말에 어쩌다 이 책을 쓰게 됐는가 하는 빌 브라이슨의 이야기를 읽는 순간 약간의 불안감이 엄습했다. 장면을 설명해 보자면, 빌이 절대 안 쓰겠다고 전화기 한쪽에서 발악을 하는 동안 다른 전화기 한쪽에선 친구 사이먼이 "뭐라고? 계약서를 보내달라고?" 라면서 미국에서 영국을 거치는 동안 전화 수신 상태가 몹시 불량인 척을 해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돼, 불가능해!' 를 '그래? 이렇게 기쁠수가. 우리 모두 기뻐하고 있어. 당장 시작하자고.'로 해석하는 친구를 둔 덕에 주간 칼럼을 쓰게 되었다는 빌. 컬럼니스트가 되면서 한 주가 얼마나 빨리 오는지 실감했다는 그의 말이 심상찮게 들려왔다. 뭐야, 미리 기획은 고사하고 자진해서 쓴 것도 아니야? 억지로 썼다고? 그것도 주 단위로 말이지. 한 주마다 새로운 글감을 찾기는 쉽지 않았을텐데...뭐, 그래도 그가 누군가. 천하의 빌 브라이슨 아닌가? 글감이 달린다고 해도 말발이 달리리 없는 위인이니 일단 믿어보자, 다른 책처럼 재밌을 거야! 라며 " 믿쑵니다!" ( 보단 믿고 싶습네다가 정확한 심정이었겠지만) 모드로 시작한 독서는 아,컬럼집이란걸 진작에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고 라는 실망 모드로 끝이 났다. 세탁기 작동 메뉴얼이나 해열제에 대한 글을 써도 독자를 웃길거란 그도 20년만에 고향에 온 이야기를 가지고 2년 내내 웃기기는 힘들었는가 보았다. 어쨌거나 이.럴.수.가! 였다.

 

20년만에 고향 미국에 돌아온 그가 들려주는 <어쩐지 미국은 이상해...>어디서 살건 간에 불평을 해대고서는 살지 못하는 천상 불평쟁이의 면모를 보여주긴 했지만 그다지 재치 있지도 날카롭지도 새롭지도 않았다는 점이 별로였다. 그다지 정교하지 않은 유머와 억지스런 풍자, 넘치는 비약 때문인지 어딘지 밉살맞은  미국을 그가 제대로 까발려 준다는 데도 그닥 재밌지 않았다. 그보단 오히려 그의 호들갑에 좀 짜증스럽다는 느낌마저 들었으니...역시 매주 억지로 쓰고 싶지 않은 글을 쓴다는 것은 빌 브라이슨에게도 무리였는가보다. 더군다나 그처럼 잘 나가는 작가라면 더욱이나 더...( 내 말은 돈을 잘버니 잘 쓰고 싶은 동기가 부족할거란 의미다.) 어쨌거나 다소 실망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빌 브라이슨에 대한 나의 사랑은 여전히 식지 않았으니, 앞으로도 잘 기획된 그리고 그가 정말로 쓰고 싶어 쓴, 그의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 번역되어 나오길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기로 한다. 설마  또 나를 실망시키진 않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