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심리백과 - 완벽한 부모는 없다
이자벨 피이오자 지음, 김성희 옮김 / 알마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난 한때 좋은 부모가 되는 것처럼 쉬운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자신의 피붙이를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씩 부모가 되자 그렇지도 않다는 사실에 저으기 실망하고 말았다. 씁쓸했다. 아이에게 관심이 없는 부모, 냉정한 부모, 놀아 달라고 매달리는 아이를 매정하게 뿌리치는 부모, 아이를 때리는 부모,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 새 애인을 위해 기꺼이 아이를 버리는 부모등...오히려 좋은 부모는 드물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그들 모두는 자신을 좋은 부모라고 생각한다는 점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는 것일까? 그들은 양심도 없는걸까? 여기 이 책안에 그에 대한 해답이 들어 있다.

 

얼마전 이웃 블러그에서 "아이를 때리지 맙시다."라는 간곡한 취지의 포스팅이 게재된 적이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를 뭘 그리 새삼스럽게 하시나 심드렁하게 들여다보고 있던 난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그에대해  반박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부모들, 자신들을 일선 현장에서 전쟁을 치르는 전사라고 말하는 그들이 오히려 강한 어조로,' 아이들을 때리지 않고 어떻게 키우냐, 아이를 키워 보지 않는 사람은 모르는 소리 하지 말라' 며 볼멘 소리를 해댔다. 와, 우리나라  육아실정이 아직 이 정도 수준밖엔 안 되는구나 싶어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이를 위해, 그리고 사회에 해가 되지 않는 인간으로 키우기 위해 매를 들 뿐이라는 그들의 확신이 어찌나 강하던지, 그 어떤 말로도 그들의 신념을 무너뜨릴 수 없어 보였다. 그 점이 특히 날 우울하게 했다. 논리와 현장성을 앞세운 그들의 논쟁을 무기력하게 들여다 보고 있던 나는 어쩜 이런 논의 자체가 문제의 핀트에서 벗어난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상식과는 달리 "아이를 때린다" 는 것이 논리나 신념이나 배움의 문제가 아니지 않는가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아이들을 때리는 것일까?

 

가장 간단한 대답은 그들이 맞고 컸기 때문이란 것이다. 어릴적 힘없는 자신을 때린 부모를 원망하다가도 막상 자신이 부모가 되면 자녀를 때리게 되는 메카니즘을 자동성의 원리라고 한다. 다르게 행동하고 싶어도 다른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어릴적 경험한 그대로 반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가 떼를 쓰고, 반항을 하고, 침을 뱉고, 하지 말라는 짓을 되풀이 하고, 다른 아이를 패서 오고, 장난감 안 사준다며 뒹굴고,  한마디로 부모를 당황하고 열받게 할때, 때리는 것 외엔 다른 해법 메뉴얼이 그들에겐 입력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이가 잘못했다고만 때리나? 그렇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아이가 어리석은 행동을 했다고 해서 때리는 경우는 드물다. 부모는 반사적으로 때리고, 습관이 되어서 때리고, 몰라서 때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무력감에 지치고 화가 나서 때린다. 더 이상 뭘 해야 할지 모르고 자신의 감정을 제어할 수가 없어서 힘을 되찾기 위해 때린다. 타인을 아프게 하는 것은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회복하려는 시도다." 나는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할 수 있다.= 나는 힘이 있다. =나는 중요한 사람이다."--83

 

아이를 때리는 것은 아이를 길들여야 하는 동물 취급하는 것이라고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동물을 때리는 것도 학대라고 규정하는 이 마당에 아이를 때리는 것을 묵인한다니... 참 괴상한 논리 아닌가? 아니, 그건 슬픈 논리다. 다음을 보자.

 

정말로 심하게 맞지 않는한 (안타깝게도 정말로 심하게 맞는 경우조차 종종) 아이들은 자기 부모를 용서한다. 아이들은 맞는게 당연하다고 여기고 부모를 정당화해준다. 자기들이 고약하게 굴었고 말을 안 들었고 어리석은 행동을 했기 때문에 맞는 거라고 여긴다. 아이가 자신을 "나쁜 사람"으로 여기고 부모는 자신의 몸을 마음대로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신체적인 고통보다 더 해로운 것은 바로 그 점이다. 모니크 타즈루는 그러한 측면을 아주 정확하게 표현했다." 매를 맞는 것으로 그치는게 아니라 맞는 것에 따른 영향이 나타나게 되며 아이의 인격이 병든다." --80

 

사랑받지 못한 아이들, 관심 받지 못한 아이들, 이해 받지 못한 아이들, 그리고 버림 받은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의 인격이 병들고 있다. 그럼에도 부모들은 자신들을 합리화하기 바쁘다. 완벽한 부모를 바란것도 아니건만, 좋은 부모 노릇도 그렇게 힘든 것인가보다. 그렇다면 힘들다고 우린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다. 그럴 순 없다. 이 책의 장점은 바로 거기에 있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새로운 메뉴얼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놓고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 우린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대충 정리해 보자면 이렇다.

 

1.아가들의 단계 성장별로 핵심 포인트를 알아두자. 그들은 어른이 아니다. 머리가 막 자라는 중이기 때문에 어른처럼 행동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의 성장별 심리를 알아둔다면 불필요한 오해와 충돌을 피할 수 있다.

2. 어릴적 부모에게 나쁜 대접을 받고 자란 사람들은 필시 자신을 경계해야 한다. 아무리 그것이 불쾌한 경험이었다해도 자신의 아이를 키울때가 되면 마치 그것이 유일하고 올바른 육아방법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나만 당할 수는 없지라는 심리가 있다고도 하던데, 자신이 보호해줘야 할 아이에게 보복이라니, 내 대에서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자각이 필요하다.

3.어떤 경우에서건...

 1) 아가들은 사랑받고 싶어하고 사랑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기억하라.

 2) 아가들은 연약하다. 그리고 어른들에게 맞추려 최선을 다한다. 그들이 얼마나 어른들 마음에 들고 싶어하는지 안다면, 그들을 때리거나 모욕하는 짓은 절대로 못할 것이다.

 3)아이들은 이해 받으면 곧장 어른을 용서해준다. 하니 야단치기 이전에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라.

4. 자신이 좋은 부모가 아니라고 생각되면...우선 자각하라. 자각후에도 여전히 행동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건 강박적인 중독이다. 그럴땐 전문가의 개입을 요구하는 편이 좋다.

 

조카를 키우면서, 그리고 친구의 아이들이 커가는 것을 보면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에 대해 고민과 의혹이 참 많았었다.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을 별 일 아니라는 듯 내뱉는 부모도, 아이를 때리는 부모도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일 수 있다는 점이 그 중 하나였다. 그 많은 의문점들을 이 책 하나로 해결할 수 있어서 속이 다 시원했다.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었다. 그들은 다 좋은 사람들이었다. 단지 다르게 행동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어른들이었을 뿐...하니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어른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한다. 이 책 한권으로 아이들도 이해되고, 당신 자신도 이해될지 모르니 말이다. 때론 아는 것이 시작일때도 있는 법이다. 사실 이 정도면 충분히 멋진 시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