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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보니것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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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나치 전범으로 뉴욕에서 잡힌 하워드 캠벨 2세는 이스라엘로 압송된다. 전직 희곡 작가이자 나치 홍보 전문가, 나치 대중연예 선전부에서 라디오 선전원으로 일했던 그는 재판 전까지 할 일이 없자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다. 선량한 미국인이자, 아름다운 독일 여배우 헬가를 아내로 둔 극작가였다는 그는 어쩌다 전범이 된 것일까? 알고보니 그는 미국 첩보원이었다. 본격적으로 유대인 학살이 시작될 즈음, 자신을 찾아온 미 정보원에게 포섭된 캠벨은 라디오를 통해  겉으로는 나치를 홍보하는 듯 보였지만 실제로는 정보를 미국에 전달하는 역활을 맡게된 것이었다.  말하자면 이중 생활을 한 셈.  철저하게 자신의 역활에 몰두했던 그, 평화를 위해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한 그를  사람들은 그렇게 기억해주지 않는다. 전쟁 후 괴벨스 못지 않은 악질 전범으로 몰려 죽을 처지에 놓인 그는 간신히 미국으로 가게 된다. 뉴욕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삶을 살고 있던 그는 우연히 아랫층 사람과 친해지게 되고 그에게 자신의 정체를 알려준다. 그 이후  캠벨은 생각지도 못한 소동에 휩싸이게 되는데....

 

작가의 비교적 초기 작이라 구입을 꺼리다 유혹에 져 버리고 말았다. 결론만 말하자면 좀 더 버티는건데 후회하고 있다. 흑, 역시 유혹에 지면 후유증이 심각하단 말이지. 그나마 유일하게 건진 소득이라면  왜 이다지도 인간적이고 명민한  커트 보네거트가 노벨상을 타지 못했는지 이해 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소설의 소재와 주제가 너무 중복된다. 한마디로, 한 이야기를 또하고 또하고 또하고 계셨더라. 이건 뭐, 보고 또 보고 드라마도 아니고, 햇수로 세어보니 장장 50여년에 걸쳐 자신의 참전 경험을 우려먹은 셈인데, 이 정도 되면 식상한 정도가 아니라 신물이 난다. 만약 노벨상 위원회가 그에게 문학상을 수여했다면 전 세계에서 "아니, 그 똑같은 이야기만 반복해서 하는 그 작가 말이야? 말도 안 돼!" 라며 원성이 자자했을 것이다. 참, 한 권만 (타임 퀘이크 ) 읽을땐 너무 멋있고 대단하고 근사해 보였었는데 말이지. 두권째도(제 5도살장) 괜찮았다. 세 권째도(나라없는 사람) 그지없이 신선했지만 네 번째 읽으려니 물린다. 좋은 것도 한 두번이라고 그렇게 자꾸 울궈 먹으면 쓰나, 좋다는 사골도 3번 우려먹으면 더 이상 먹을 게 없는데 말이다. 그러니 만약 커트 보네거트를만큼 읽으셨다는 분들은 참고  하시길 바란다. 이 책이 다른 책들과 소재도 중복되고, 그의 전쟁에 대한 시니컬한 자세도, 인간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도, 그리고 그걸 인간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려는 자세도 비슷하다는 것을. .. 보네거트란 이름을 생전 처음 듣는다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 애매작으로 넣긴 했지만 한마디로 새로울게 하나도 없는 보네거트였다. 유머가 다른 책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는 것만 빼면...

 

그래도 한가지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었다. 전쟁이 끝나기전, 독일을 탈출 막판 전에 처가댁을 찾아간 그는 장인에게서 이런 말을 듣게 된다. 너(캠벨)를 너무 싫어해서  첩자가 아닌가 하고 늘 감시를 했었다고. 라디오를 들으면서 뭔가 첩자라는 단서를 흘리지 않을까 늘 주시했었는데 이젠 상관없다고...왜냐면 네가 정말로 첩자였다고 한들, 독일을 위해 한 일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나. 첩자 노릇을 제대로 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적국에게 이득이 되는 행동을 할 수 밖엔 없었고, 그 덕에 자신이 원하지 않은 전범이 되어버린 한 사내의 아이러니를 제대로 보여주던 장면이지 않는가 한다.

그리고 굳이 소설적인 단점을 하나 더 꼽자면 , 선량한 시민이 처한 이중첩자의 비애를 그린 작품이라 그런지 작품 내내 전범에 대한 양가 감정으로 시선이 오락가락하는것도 좀 껄끄러웠다. 아무리 선량한 시민이라도 그런 처지에 몰리면 내키지 않아도 그런 일들을 하게 되며, 또 악한이라 불리는 집단도 알고 보면 피해자이기도 하다는걸 보여 주려는 시도는 충분히 짐작하겠는데, 초기 작품이라 그런지 후기 작품들에 비해 그걸 설명하는데 무리가 있어 보였다. 역시 사상이란...  나이를 먹어가면서 완성되는 모양이다. 아무리 대가라 해도 말이다. 어쨌거나 이 책 덕분에 앞으로 커트 보네거트의 작품을 대하는데 좀 더 신중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보네거트라고 해도, 반복은 딱 질색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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