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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나이프 ㅣ 밀리언셀러 클럽 98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평점 :
아내가 삼인조 십대에게 살해된 뒤 딸을 키우며 살고 있던 커피점 주인 히야마 다카시는 3년이 지난 지금에도 범인들에게 원한이 깊다. 잔인하게 한 가정의 엄마와 아내를 앗아갔음에도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제대로 처벌조차 받지 않은 그들을 용서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형사 법정에서 죄를 물을 수 없다면 민사로라도 법의 심판을 받게 하고 싶어했던 히야마는 그것도 여의치 않다는 것을 알고는 절망에 빠진다. 아내가 죽었음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된 히야마는 분노와 무기력감에 그 소년범들을 죽여 버리겠다고 공언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3년전의 일...딸을 키우면서 어느정도 안정을 찾은 그는 아내를 죽인 소년범들이 차례로 살해되어 발견되자 놀란다. 더군다나 경찰이 그들의 살해범으로 알리바이가 석연잖은 그를 지목하자 평소 그들이 법의 취지대로 새 사람이 되었는지, 사람을 살해했다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거나 진심으로 후회한적이 없을지가 궁금했던 히야마는 그들의 궤적을 쫓기 시작한다. 그 도중에 히야마는 그들이 아내를 살해한 것이 타인의 사주에 의한 것이라는걸 알아 내고는 경악한다. 선량하기만했던 아내는 도대체 어떤 죄를 지었길래 교사 살해를 당한 것엇일까? 아내에게 모종의 비밀이 숨겨져 있을거라 짐작한 히야마는 아내의 과거를 캐다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는데...
소년범을 처벌하지 않는 법망을 이용해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를 묻고 있던 추리 소설이었다. 소년범들은 다른 일반 범죄자들과는 달리 교화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특별한 취급을 받게 된다. 소소한 범죄라면 우리의 일반 상식으로도 이해가 가는 취지지만 , 우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소년범죄를 만나게 되면 과연 그것이 옳은 것일까 의문부호가 자동적으로 떠오를 것이다. 이 책에서 작가는 다양한 십대 소년범들의 예를 보여주면서 우리에게 생각할 것을 주문하고 있었다. 우발적인 살인을 하고는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며 산 경우, 십대 살인범이라는 과거에서 성공적으로 벗어나긴 했지만 엄밀히는 과거에서 한발자욱도 벗어나지 못했던 경우, 어이없는 이유로 살인을 저지르긴 했지만 속죄하기 위해 노력한 경우등... 저자는 여러 소년범들의 가면 이면에 숨겨진 실체를 보여주면서 과연 그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게 옳을까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또 이런 소설 하나를 읽고 감히 정의 내릴 수 없는 질문이기도 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인상은 작가가 소년범이라는 주제에 대해 피상적인 이해만으로 책을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었다. 저자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소년범들의 예를 늘어 놓으면서 독자들에게 흥미와 분노, 그리고 이해를 동시에 구하고 있던데, 정리가 되는 느낌이 아니라 오히려 더 혼란스러웠다. 주제를 아우를만한 선명한 통찰력이 없는 채로 선정적인 사례만 늘어놨으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소년범들에 대해 뭐, 어쩌라고? 저자는 말이 없다. 그가 대답하기엔 너무 엄청난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진지하게 파고 들었다면 괜찮은 추리 소설이 될 수 있을만한 소재였는데, 작위적인 사건 전개와 흥미위주로 꾸며진 티가 나는 이야기, 그리고 어디서 본 듯한 진부한 등장인물들에 짜맞춘 듯한 복선등으로 치밀함과는 거리가 먼 작품이었다. 데뷔작이라 그런것인지 아니면 작가의 역량이 부족해서인지는 모르지만 소재를 건드리는 정도에서 그친게 아닌가 싶다. 물론 데뷔작이 이 정도면 대단한거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박수를 치는건 완성작품이지, 완성되어 가는 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격려의 구호는 생략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