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실종
안드레이 쿠르코프 지음, 양민종 옮김 / 솔출판사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전편 <펭귄의 우울>에 이은 후편으로 전편에서 펭귄 미샤 대신 남극으로 도망친 빅토르는 우여곡절끝에 죽어가는 러시아 은행가의 신용 카드와 여권을 가지고 8개월만에 우크라이나 키에프로 돌아온다.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펭귄 미샤를 그리워하던 빅토르는 미샤가 실종되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미샤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모든지 하겠다고 마음을 먹는 순간, 운명의 장난인지 마피아 두목인 세르게이 파블로비치의 눈에 들게 된다. 국회의원이 되겠다며 출마를 선언한 세르게이는 빅토르에게 머리를 빌려 줄 것을 부탁한다. 반체제적이긴 하나 늘 운명에 수동적으로 끌려 다니는 빅토르는 세르게이의 청을 감히 거절하지 못한다. 세르게이의 당선을 도우면서 그가 괜찮은 사나이라는 것을 알게된 빅토르는 자신이 펭귄을 찾는 중임을 밝힌다. 세르게이의 정보 덕에  펭귄이 러시아로 팔려 간 것을 알게된 빅토르는 러시아로, 또 전쟁중인 체첸으로 마샤를 찾아 떠난다.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절대 집을 나서지 않았을텐데, 라는 비명이 저절로 나오는 험난한 여정속에 그는 마침내 마샤를 만나게 되는데...과연 빅토르는 수양딸 소냐와의 약속대로 마샤를 집으로 데려 올 수 있을 것인가? 마샤의 현주인인 체첸의 거물 무기상은 펭귄 찾는 전단지를 들고 전쟁터까지 쫓아 온 빅토르를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보는데...

 

하긴 누가 그렇지 않겠는가?  고작 애완용 펭귄 찾아서 전쟁터까지 왔다는걸 그 누가 쉽사리 믿으려 하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 빅토르가 바로 그런 사람이란 것이지. 전편처럼 동유럽 사람들의 따스한 인간미와 낙천성이 작품 전반에 철철 흘러주고 있던 소설이었다. 마치 아기처럼 뒤뚱대는 펭귄, 추운 고향이 그리워 우울증에 걸렸다는 펭귄 찾아 나선 삼만리 여정...갖은 모험과 모함과 폭력, 죽을 고비를 넘겨가면서도 펭귄을 찾겠다고 이를 앙 다문 빅토르의 무용담이 쉴새없이 펼쳐지고 있던데, 전편이 우크라이나의 국내 정치 상황을 풍자했던 것이라면 펭귄을 찾아가는 여정이 현재 슬라브 민족의 고난사를 관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적으로 판을 키운 느낌이었다. 전편보다 책 값이 두배쯤 되길래 비싸다고 불평했더니만 알고보니 두께도 두배더라. 아, 어찌나 수다스럽던지... 비록 빅토르의 움직임을 상세히 묘사해 줌으로써 실제로 눈으로 보는 듯 했던 것은 좋았지만, 너무 말이 많다 보니 숨이 찼다. 할 말을 메우기에도 바쁜 탓인지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재치있는 블랙 유머나 날카로운 풍자가 무뎌진 것도 아쉬운 점이었고. 그럼에도,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에다 조폭이건 무기상이건 부패 은행장이건 간에 인간적인 선량함이 있다고 믿는 작가의 인생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사건들때문에 지루할 새 없이 읽을 수 있긴 했다. 책을 덮고 난 다음의 소감은 이런 것이었다. 역시 안드레이 쿠르코프는 재밌군. 하지만 다음 펭귄 시리즈가 나온다면 절대 사양하겠어.라고... 실종된 펭귄을 찾는건 너무 힘들었다. 지쳐 버렸다. 아마 작가도 역자도 나와 비슷한 심정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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