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드로 파라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3
후안 룰포 지음, 정창 옮김 / 민음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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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빼드로 빠라모/ 독창적인 멕시코의 서사/  

                                   

" 꼬말라에 왔다."는 심상찮은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멕시코 소설은 아무리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나라일지라도 탁월한 작가를 배출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을 여실히 증명하던 작품이다. 말하자면 천재는 길러지는게 아니라 타고 태어나는 것이라는것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소설은 엄마의 유언을 들어주기 위해 엄마의 고향에 온 후안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평생 남편을 증오했던 엄마는 마지막 순간 마음을 바꿔 아들에게 그의 아버지, 즉 뻬드로 빠라모를 찾아 갈 것을 부탁한다.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재촉해 꼬말라에 온 후안은 마을 어귀에서 만난 마부가 이복형제라는 말에 어안이 벙벙해진다. 더군다나 그를 반기며 하룻밤 묵게 해주는 엄마의 친구는 오래전 죽은 사람이란 사실이 밝혀지고...그는 점차 꼬말라라는 곳이 다른 곳과 다르다는 것을 눈치챈다. 마치 연극에서처럼 화자가 바뀌면서 동네를 쥐락펴락하며 한 시대를 풍미하고 살았던 아버지와 그 야비한 뻬드로 빠라모의 순정의 대상이었던 수사나, 그리고 그들을 지켜 보았던 마을 유령들이 등장해 그들의 독백을 이어간다. 후안은 마을 사람들의 증언--실은 유령의 증언--을 통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아버지의 초상을 조각조각 맞춰 나가기 시작하는데...

 


중남미 문학 작품의 특징인 마술적 리얼리즘의 진수를 보는 듯한 작품이었다.  황량하고 피폐한 마을 꼬말라의 진입로에 서서 한번도 만나지 못했던 아버지를 만날 생각에 긴장하고 있던 후안이 점차 아버지의 실체를 알게 된다는 이야기를 마치 꿈처럼 연극처럼 풀어놓고 있던 소설인데,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 전개에 멕시코 토속 냄새가 진하게 배어 있는 파워플한 서사,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막강한 개성을 자랑하는 생동감 있는 인물들, 그들의 애환이 담긴 이야기를 몽환적으로 풀어내는 수법들은 도무지 어디가 현실이고 어디가 환상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수작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한마디로 머리에서 짜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영혼에서 우러나온 진짜 살아있는 이야기였다. 신선하고 독특한 이야기를 원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화자를 헷갈린다든지 하는 소설상의 헛점들이 보이긴 하지만 그 정도는 이 작품의 독창성에 비하면 무시해도 될만한 티끌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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