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인들 - The Savage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연극과 교수인 존과 극작가 지망생 웬디 세비지스 남매는 오랫동안 연락을 끊고 살던 아버지에게서 치매에 걸렸으니 데려 가라는 소식을 받고는 황당해 한다.남매가 어렸을 때 둘을 학대한 전력을 가진 아버지는 자식들이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무심한 채 평생 자신의 몸만 위하며 살아온 위인이다.그런 아버지가 20년간 살았던 집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이자  남매는 그래도 가여운 아버지라면서 머리를 맞대고 이 난관을 헤쳐 나가려 한다.하지만 현실적인 오빠와 감정적인 동생은 어디로 모셔야 할 것인지부터 티격태격 충돌하는데... 

3년간 사귄 여자친구를 아직 결혼할 준비가 안 됐다면서 떠나 보내는 존과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유부남과 자는 웬디.둘은 서로의 연애전선을 무진장 맘에 들어 하지 않지만 더이상 섣불리 조언을 하지는 못한다.왜냐면 어린 시절의 상처가 그 둘을 그렇게 만들었다는 걸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요양소에 모신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존의 집에 잠시 살러온 웬디는 간만에 오빠에게 잔소리를 해대며 남매의 정을 되새기는데,암울했던 어린 시절 똘똘 뭉쳐 위기를 넘겼던 남매는 과연 그 상처를 극복할 수 있을까? 

간신히 발견한 요양소에 아버지를 모신 둘은 일상적인 서류제출을 위해 아버지에게 묻는다.만약 아버지가 혼수상태가 되면 어떻게 할까요?라고...어렵사리 남매가 묻는 말에 좀전까지 자신이 있는 곳이 호텔 아니더냐고 반문하던 아버지는 호통치듯 말한다. "Unplug!" 플러그를 빼! 라고.이렇게 정신이 말짱했다 마실 나갔다 하는 아버지를 위해 딸 웬디는 좀 더 나은 요양소를 찾아주려 하지만 여의치 않자 애가 탄다.우린 끔찍하고도 끔찍한 자식들이라면서.글쎄...끔찍한 상황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끔찍한 자식은 아닌 것 같은데,저 정도면 양호한거 아닐까? 

"치매에 걸린 부모를 둔 자녀들 모임"에 나간 두 사람은 강의를 하는 강사의 말을 귓등으로 들으며  뒤에 놓여진 다과만 열심히 챙겨먹다 들키고 만다. 먹지 말라는 강사의 말에 뻘쭘해서는 자세를 바로하는 두 사람,얼굴은 다르지만 남매 아니랄까봐 행동하는건 어찌나 똑같던지...아버지를 좋은 곳에 모시지 못한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웬디는 아버지가 "정상"이라고 속여 그림같은 다른 요양소에 인터뷰를 얻어 내지만 결국 들통이 나서 세 사람은 같은 장소로 되돌아 오고 만다.시간을 낭비했다고 화를 내는 존과 자신을 무시한다면서 대드는 웬디.둘의 갈등은 풀릴 길이 없어 보이는데... 

죽어가는 아버지를 위해 다른 요양소를 찾아주는건 포기한 웬디는 아버지 방을 예쁘게 꾸민다.마치 자신의 아이의 방을 꾸미는 것처럼.그리고 서서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기 시작한다.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지 못한 탓에 결혼제도를 조롱하듯 유부남과 사귀고 있던 웬디는 가망없는 관계를 지속하는 자신이 비참하게 느껴진다.이 관계도 결국 진부하고 진부할 뿐이라고 절규하면서 웬디는 남자친구인 유부남에게 그래도 난 아무도 배신하지는 않았다고 말해 보지만,돌아오는 대답은 "그건 그렇지,너 자신을 빼고는..."이라는 것이었다.소위 쿨하게 살아 왔지만 실은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관계만을 되풀이 하고 있었다는걸 깨닫게 된 웬디는 아버지를 돌봐주던 흑인 남자 간호사 지미의 친절과 올곧음에 점차 자신의 현실을 바로 보게 되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6개월이란 시간이 흐른 뒤 드디어 웬디의 극본이 무대에 올려지게 된다. 연극의 리허설을 보면서 눈시울을 적시던 오빠에게 동생은 묻는다.오빠의 어린 시절을 연극 소재로 쓴 것에 대해 화 나지 않느냐고.오빠는 아니,절대 아니라면서 동생의 성공을 축하해 준다.오히려 영광이라면서...그리고 잡을 용기가 없어 떠나 보낸 전 애인을 만나기 위해 공항으로 달려 간다. 

우선 주인공으로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가 대단했다는 말을 안 할 수가 없다.비주얼 상으로는 너무도 안 어울리는 두 배우가 어찌나 진짜 남매같던지 보면서 감탄할 정도였으니까.오빠역을 맡은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은 냉정해 보이지만 실은 감상적이고 정에 약한, 어린 시절의 말 못할 상처를 안에 가둔 채 사랑하는 사람을 밀어내는 역을,웬디역의 로라 리니 역시 정이 넘치고 지적인 사람임에도 자신을 방치하며 살아가는 여인의 역을 깜찍하게 잘 소화해내고 있었다.아버지의 치매 발병이라는 어마어마한 사태에 대처해 가다 소원했던 남매가 서로를 의지하고 상처를 보듬으며 이해하고 격려하던 모습이 감동적으로 다가오던데, 보다 보니 문득 피보다 진한 것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다른 듯 보이지만 호흡까지 닮은,공기의 진동이나 어깨짓만으로도 이해하는 타인이 이 세상에 피붙이 외에 있을 리 없으니 말이다.
난감하기 그지 없는 불행한 사건을 인생을 이해하는 발판으로 설득력있게 풀어가던 작가의 시선에 찬사를 보낸다.진정한 용기란 바로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팁1--영화속에서 오빠와 동생 역을 맡고 있긴 하지만 실은 로라 리니가 호프만보다 3살이 많다고 한다.호프만이 제 나이대로 보인다고 치면 로라 리니가 제 나이보다는 어려 보이는 것인데,어쩜 그리도 여전히 사랑스럽던지,무척 부러웠다.
 
팁2--어린 시절 학대를 받고 자란 아이들은 커서도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 애매모호해 진다고 한다.이 영화속에서 웬디가 유부남과 사귀려 하는것이 그 예가 되겠는데, 나쁜 것이란 것은 자각하면서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에 대한 저항감이 없기 때문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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