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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트 1 ㅣ Medusa Collection 7
제프 롱 지음, 최필원 옮김 / 시작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별점을 매기려는데 생각과는 달리 손이 자꾸 왼쪽으로 간다. 그래, 이 책 맘에 안 든다는거 알아, 하지만 그래도 줄 건 줘야 하지 않겠니? 라며 최선을 다해 별점을 매겼다. 물론, 다른 리뷰어들에 비하면 형편없긴 할테지만, 알아주시길 바란다. 내 나름으로는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이 책을 받은것이 그러니까 3주 됐나? 흥미있는 책이면 아무리 두꺼워도, 그리고 아무리 피곤해도 하루밤에면 읽어치우는 내게 이 책은 그야말로 고문이였다. 일관성이라곤 오로지 잔혹하다는 것 뿐인 책을 읽으려니 적잖이 곤혹스러웠기 때문이다. 읽다 질려서 내려놓고 다시 집어들고의 반복, 1권을 지나 2권에 접어드니 그나마 좀 읽을만해 졌다는 것은 나에게도 이 책에게도 다행스런 일이었다. 안 그랬다면 언제 다 읽게 되었을지 몰랐을테니 말이다.
줄거리는 크게 보면 간단하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괴이한 사건을 조사하던 인간들은 지구의 지하에 새로운 종족들이(이하 헤이들)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과거 2만년전엔 인간보다 더 우수한 종족들이었다는 헤이들은 만개한 문화를 유적으로만 남긴 채 어찌된 영문인지 영락해버리고 말았다. 조상의 문자도 읽지 못하는 미개한 원시인이 되어버린 그들의 경악스런 몰골에 사람들은 보는대로 학살하고 강간하며 불태워버린다. 그에 대한 헤이들의 반격 또한 만만찮아 지하로 내려간 수많은 지상군들의 전멸이 이어진다. 서로에 대한 원한이 에베레스트만큼 쌓였을 즈음, 대통령을 꿈꾸던 한 기업인이 탁월한 생각을 해낸다. 바로 지하의 종족을 싹쓸이 해버리고 그 땅을 인간이 차지하자는 것이었다. 연구를 위해 지하로 내려간 한 과학 탐사대에 그 계획을 실행려는 첩자가 비밀리에 숨어든다. 지하세계로 탐험에 나선 과학자들과 연구원들은 지하의 거친 환경과 헤이들의 추적,그리고 용병과의 마찰등으로 시시각각 조여드는 공포에 떤다. 그 와중에서도 고대 문자 해석 전문가인 수녀 앨리는 지하 안내인으로 고용된 아이크에게 끌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히말라야 베테랑 가이드였던 그는 티벳산에서 사라진 여자친구를 찾다가 헤이들에게 납치되어 최근 구출된 자였다. 헤이들의 노예였다고 소문이 자자한 그는 생존을 위해 지하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었다. 별별 일을 다 겪으면서 초인적인 자로 거듭난 그도 지하세계의 왕인 사탄과의 조우는 두려워한다. 헤이들에게 생포된 앨리를 구출하기 위해 사탄의 딸을 포로로 잡은 아이크는 그녀가 이상하게 낯설지 않다는 생각을 하다 끔찍한 사실을 알게 되는데...
절대악 사탄이 만들어 놓은 지하의 세계, 지옥이라고 단어는 겸손한 표현에 불과할 듯한 지하세계의 부활을 꿈꾸며 지상에 나타난 사탄, 이로 인한 사탄과 인간과의 피할 수 없는 충돌이 빚어낸 참사등...과연 인간의 힘으로 사탄의 계획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인가? 괴기스럽기는 하나 인간과 같은 영혼을 가진 헤이들의 존재를 아예 말살시키려 하는 인간의 욕망은 또 어떻게 저지될 것인가 라는 두가지 축으로 전개되는 소설이었다. 지하세계를 상상력 하나만으로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는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야 하겠지만, 고어, 슬래시 소설이라고 해도 될 만큼 피와 배설물로 범벅이 되어 있다는 것때문에 마뜩잖았던 책이다. 지상군 몇 만명이 한꺼번에 살해되지 않나, 시체가 살아나서 다른 인간을 죽이질 않나, 몇 분 만에 살해된 시체가 분해된다거나, 헤이들 종족에 대한 인간의 강간,그리고 이에 질세라 인간에 대한 헤이들의 강간, 가죽이 벗겨지고, 눈알이 뽑히고, 성기가 잘리고, 잘린 성기로 목걸이를 만들어 주고, 온 몸에 노예 문신을 하는등... 인육을 먹는 장면은 얌전하다 싶을 정도의 충격적인 피범벅들. 독자들이 행여나 지루해할까봐 그런건지, 아님 보다 현실감있어 보이려고 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잔혹한 묘사엔 고개를 돌리고 싶었다. 인간이 겪어낸 어떤 전쟁도 이보다 끔찍하진 않을 것 같던데, 인간에게 굳이 이런 생지옥이 필요할까 의문이었다. 더군다나 이 작가는 주로 히말라야등 자연속에서 살았던 사람이라던데, 그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서 이런 끔찍한 세상밖에는 상상해내지 못했다는데 당최 이해 되지 않았다.소설의 완성도 면에서도 이야기가 그렇게 충격 위주로 튀는 것은 감점 요인이여서, 많이 생각할 것도 없이 그냥 말도 안 되는 공포 영화 본 셈치면 되지 않을까 한다. 그저 피와 공포와 살인과 대량 학살과 강간, 그리고 이를 즐기는 자들의 경악 자체를 위해 만들어진... 왠만하면 잠자리에선 읽지 않는게 좋을거라 충고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