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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지나간다
지셴린 지음, 허유영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온갖 좌표들이 방향을 잃은 지금,우리에겐 '어른'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라고 쓰여져 있는 표지문구에 솔깃해서 보게 된 책이다.좌표들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조금은 방향성을 잃고 사는 나로써는 어른의 목소리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넘치는 자유속에 무엇이 옳은 것인지도 생각해 보지도 않고 그저 떠돌기만 하는 우리 인생,따끔하고 독하게 호통을 치시는 어른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그 말이 나를 자유롭게 하고,시원하게 하며 ,잠깐이나마 올바르게 서게 하지 않을까 기대했다.진리의 한 조각이나마 절실히 그리웠던 것이다.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것은 동서 고금을 통틀어 옳은 말이니 말이다.
그래,그렇다면 중국의 원로학자시라는 이 책의 작가 지센린님은 나에게 진리 한조각이라도 나눠 주신 것일까? 그렇지는 않았다.중국의 스승이시라는 이 작가 분이 아흔을 넘겼다는것만은 확실히 각인시켜 주셨지만...어찌나 되풀이 강조를 하시던지 차라라 제목을 <아흔이 된다는 것은>이라고 지었다면 더 정확하지 않을까 싶었을 정도니까.그래도 이제 누가 나이를 물어보면 대답하기 꺼리지는 나이에 들어선 내가 한가지 깨달은 것이 있었으니,아흔까지 살게되면 나이만 되뇌며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그리고 아흔이란 매직 넘버를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만능 티켓으로 쓸지도 모른다는 것을...뭔가를 배워보려 책을 집어든 나로써는 무척 씁쓸한 발견이었다.아흔이라는 나이의 무게값을 헤아리기 위해 책을 집어든 것이 아니었으니까.삶의 깊이가 배어 있는 글을 기대해서 보게된 것 뿐이지.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중국의 스승>으로 존경받는 원로학자 지센린의 수필집이다.청탁받아 간간히 쓴 글을 모아서 낸 문집이 아닌가 싶던데,드물게 눈에 뜨이는 통찰력있는 글들도 있긴 했지만,여러 매체에 쓴 글들을 모아서 그런가 중복되는 내용의 글들이 많다는 것이 우선 거슬렀다.인생의 부침이야 있었다지만 아흔을 넘겨 살고 있는 것을 대단한 훈장이라고 생각하는 뉘앙스의 문장들은 쳅터마다 읽어 보시라.슬슬 지겨워진다.더군다나 마침내 자신은 평안한 세월을 보내고 있다면서,노인성 치매가 십중팔구 태연하게 인생을 바라보지 못했기 때문에 오는 병 이라는고 단언하시는데 참 할말이 없었다.부정확한 정보 하나가 문장 전체를 말아먹는다는걸 아흔이 되셔도 배우지 못하신 모양이다.아흔이시라지만 학계에만 있으셔서 그런지 사회 돌아가는 것에 둔하신 것도 별로였고,시대 착오적이거나 순진,엉뚱한 멘트들은 우습기까지 했다.한마디로 공감하기 어려웠다.그렇다고 위로가 되는 글도 아니었으니...조바심내지 말고 유유자적하면 살다보면 그게 다 인생을 사는 지혜다라고 말하시는 것 같던데,별로 씨알이 먹히는 소리는 아니었다.아흔이라서? 아니 그런 것은 아니었다.통찰력이 부족하셔서 그렇다.아마 통찰력이라는 놈은 오래 산다고 저럴로 생겨나는 자질은 아닌 모양이다.작가가 구사하는 흐르는듯 유려한 문장과 격이 없는 편안한 분위기를 생각하면 참 아쉬운 점이었다.내용만 알찼더라면 참 좋은 수필이 될 수 있었을텐데 싶어서 말이다.아,난 아직도 어른의 목소리가 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