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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의 철학자들 - 위대한 경제사상가들의 생애, 시대와 아이디어
로버트 하일브로너 지음, 장상환 옮김 / 이마고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명성을 얻어야 마땅한 위대한 일을 했음에도 수줍고 폭력적이지 않은데다 사람들 앞에 나서길 꺼렸다는 이유로 역사 교과서 한쪽 귀퉁에서 이름만 나열될 뿐인 경제학자들을 모아모아 신나게 떠벌리고 있는 책이다.궁금하실까봐 대충 이름을 열거해 본다면 아담 스미스,멜서스와 리카도,생시몽과 푸리에와 밀,마르크스와 베블렌,그리고 마샬과 케인스와 숨페터등으로, 당대의 사회 현상을 분석하고 파악하며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던 경제학계의 천재들을 망라했다고 보시면 된다.세속을 지배하는 법칙을 연구하던 학자들이라...평소 그들의 인생과 사상이 궁금했음에도 도무지 알기 힘들었던차라 서문을 읽는 것만으로도 무척반가웠던 책이다.그런데다 예상을 뛰어 넘게도,철학처럼 고상한 형이상학을 읊어대지는 않았기에 다소 저급하게 평가받는 그들의 면면을 들여다 보는 것은 너무도 흥미로웠다.아니,경제학자들이 이렇게 독창적이고 매혹적인 인물들이었더란 말이냐,하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면 본 책이 되겠다.아,하일브로너의 부러운 글발이여...어쩌면 이다지도 쉽게 쓴단 말이더냐.사회를 바라보는 선명한 통찰력에 반박할 틈이 없는 놀라운 균형감각,지식을 배열하는 매끄러운 유려함에 유머 감각 빛나는 재치 있는 서술,경제학자 답게 딱 들어맞는 군더더기 없는 표현에다 직선적이고 현실적인 설명에 그만 확 반해버렸다.29살 대학원생이던 하일브로너가 이 책을 쓴다고 하자 지도 교수가 "그건 자네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네"라고 정색을 했다가 세 꼭지를 읽고 난 뒤 "이건 자네가 꼭 해야 할 일이네"라고 했다는 일화는 절대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그만큼 잘 된,탁월한 저서었다.미국 고등학교 학생들의 필독서라고 하던데,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좀 두려워 해야 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경제를 통찰하는 눈을 가진 집단과 아닌 집단이 부딪혔을때 끝장이 나는 것은 당연히 후자이니 말이다.2006년 청소년 도서도 뽑힌 책이라는데,솔직히 말해 이거 우리나라 청소년이 읽어도 이해 못한다.청소년들이 읽으면 굉장히 좋겠다는 의미에서 뽑힌 것이라면 모르지만,자칫 잘못했다간 아이들에게 열등감만 심어주는게 아닐런지라는 노파심이 생겼다.어쨌거나 이 책을 읽고 든 생각들을 간단히 적어보자면...
1.부자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부자란 사기를 남들보다 먼저 얼마나 안 들키고 하는가에 달려 있다.사기에 재능이 없는 분들은 그들의 봉이나 되지 않는걸 다행으로 생각하시라.
2.미국 초기 개척자들이 부자가 된 과정을 개미 투자자들은 꼭 한번 들여다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역사는 돌고 돈다.놀라운 것은 그때 먹혔던 사기 방식이 지금도 그대로 쓰여지고 있으며 여전히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3.시대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천재의 몫이고,우리가 과거보다 나은 삶을 사는 것은 어느정도는 그들 덕이다.감사해야 할 일이다.
4.하지만 천재 경제학자들의 비관적인 전망은 늘 현실화되지 못했다.(이론적으로는 옳았지만) 왜냐면 현실을 이끌고 가는것은 우리 대중들인데,다른건 몰라도 생존 본능에 있어서만큼은(생존력)우리를 따라올 자가 없기 때문이다.다시 말하면 우리가 공멸하게 될 정도의 상황으로 우리를 내몰지는 않을거란 뜻이다.
5.천재들의 개성과 일화는 아무리 들어도 여전히 흥미롭고 새롭다.거기에 인간성까지 갖춘 천재들을 보게 되는 것은 같은 인간으로써 흐믓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