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죽음 - 수전 손택의 마지막 순간들
데이비드 리프 지음, 이민아 옮김 / 이후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수잔 손택의 마지막 순간들을 기록한 아들의 회고록이다.죽기전부터 이미 신화가 되어 있었던 수잔 손택,평소 그녀의 사생활이 궁금했던 독자로써 그녀의 아들이 엄마의 죽음에 대해 책을 썼다는 말에 호기심이 일었다.어쩜 그는 손택에 대해 남들이 알지 못하는 뭔가를 들려 주지 않을까?신화가된 지성이 아닌 인간적인 수잔 손택에 대해 알고 싶었다.

 

2004년 3월 손택의 아들 데이비드는 엄마의 암이 재발한 것 같다는 소식을 듣는다.병명은 "골수이형성증후군"이라는 치명적인 혈액암.과거 유방암과 자궁육종이란 사형선고에서 싸워 이겼던 수잔 손택은 의사의 비관적인 소견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역시 병을 물리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고 한다.그리하여 진단을 받은 후부터 사망하기까지 9개월동안 그녀는 살기 위해 모든 치료 과정을 거친다.아직 할 것이 많기 남았기 때문에 이대로 죽을 수 없다고,아니 죽을리 없다고 믿었다는 것이다.평생 절망과 비관속에서도 여전히 삶을 사랑했다는 그녀였으니 죽음이 그렇게 가까이 다가왔다는 것을 믿겨지지 않았나보다.그래서 이 책속에는 수잔의 살기 위한 투쟁과 그런 엄마에게 희망을 불어 넣는거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는 아들의 회한이 선명한 필체로 기록되고 있었다.

 

자신이 무로 돌아간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얼마전 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 비디오를 보려다가 그만 첫장면부터 끄고 말았다.하~~~! 죽음의 공포를 물리치려는 그의 허세가 말도 못하게 비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사람들은 그가 죽음을 잘 극복했다고 생각하겠지만,천만의 말씀.그는 자신이 무로 돌아간다는 공포와 싸우고 있었다.그리고,내가 보기엔 그다지 잘 극복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기는 했겠지만...그 대단한 지성을 자랑하던 수잔 손택 역시 자신이 무로 돌아간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하니,그게 쉬운것은 아닌가보다.평생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했다는 그녀,하긴 그 특별함이 그대로 사라진다는 것을 믿을 수도 없긴 했을 것이다.절망의 순간에는 "내 생전 처음으로 내가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구나."라고 낙담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그녀는 곧 다시 기운을 차리고 투쟁에 나섰고,결국 골수이식과 화학 치료등으로 몸이 망가질대로 망가진 채 죽었다고 한다.데이비드는 엄마를 묻고 난 뒤,그녀가 살기 위해 그렇게 발버둥치게 둔 것을 후회한다. 삶의 정리는 고사하고 생의 마지막 순간들마저 치료의 고통속에 보내게 했던 것이 과연 아들로써 잘한 것이었을까 생각되는 모양이었다.엄마를 보호해야 하는 자식으로써,이젠 포기하자는 말을 차마 내뱉지 못한 자신이 그제서야 비겁하게 느껴지는가 보았다.

 

우린 가끔 이런 말을 한다.내가 지금 아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하고.만약 치료를 받아도 결국 손택이 죽을거란 사실을 알았더라면 그 누가 고통스런 치료에 매달리라고 놔뒀겠는가.죽지 않을 줄 알고 매달린 것이지...결과만 두고 봤을땐 희망을 접고 현실을 직시하는게 더 나았겠지만 그걸 누가 미리 알 수 있었으리요.우린 미래를 사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하지만 그런 말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싶다.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낸 사람들에게 회한이란 선택사항일 수 없으니 말이다.

 

팁1--수잔 손택의 아들답게 글을 잘 쓴다.아들 말로는 자신이 글을 쓰는 것은 마치 패밀리 비지니스 같은 거라 하던데,맞는 말이지 않는가 한다.

 

팁2--짐작대로 수잔 손택은 다른 엄마와는 달랐던 듯하다.아들보다 늘 자신이 먼저였다고나 할까.이 책을 읽으면서 수잔 손택같이 너무 똑똑한 사람이 엄마인 것은 그다지 멋지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대함이 다정함과 함께 가지 않는다면 그 위대함은 가까이 있는 사람을 해치기도 한다.

 

팁3--책 속에 있던 유머 한토막.

 

한 환자가 의사를 보러 왔는데,의사가 말하기를,"나쁜 소식입니다.환자분께서는 수술이 불가능한 암에 걸렸고,살 날이 여섯 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충격을 받은 환자가 간신히 내뱉기를 "세상에 이보다 더 나쁜 소식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의사가 대답해 말하기를,"지난 두 주 동안 환자분께 연락이 되지 않더군요!"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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