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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보 생활 지침서 ㅣ 메타포 7
캐롤린 매클러 지음, 이순미 옮김 / 메타포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에서 노골적으로 암시 하고 있듯이 이 책의 주인공 열여섯살 버지니아는 자칭 뚱보다.본인만 그렇게 생각하는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렇다는걸 보면 아마 확실하게 뚱보가 맞긴 한가 보다.학교 퀸카로 통하는 브라이가 그녀처럼 된다면 자살하고 말겠다고 선언할 정도니 말이다.유명한 청소년 심리 상담사인 엄마와 잘 나가는 소프트웨어 중역인 아빠,모델을 권유받을 정도의 미모의 소유자인 언니 아네스,그리고 그녀가 우상처럼 여기는 아이비 리그에 다니는 오빠등 한마디로 완벽한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서 안 어울리는 미운 오리 새끼인 버지니아,그녀는 남몰래 자신은 병원에서 잘못 데려온 아이가 아닐까 상상을 한다.다행스러운 것은 눈치껏 기죽어 살고 있는 그녀에게도 이해심 깊은 친구 섀넌과 다정한 크로우리 선생님이 있다는 것이다.거기에 이제 막 프로기 웰시 4세와 연애 비슷한 걸 시작한 그녀는 "뚱보 생활 지침서"까지 만들어 가면서 연애 성공에 박차를 가한다.
그러던 그녀에게 세상이 뒤집힐만한 사건이 발생한다.바로 명문대에 다니던 오빠가 데이트 강간 사건으로 정학을 받아 집으로 돌아온 것.그 사건 이후 완벽한 가족처럼 보이기 위해 애를 쓰는 엄마와 뉘우치는 기색이 없는 오빠를 보면서 버지니아는 갈등한다.우울해 하던 그녀에게 마침 섀넌가족이 추수감사절동안 시애틀에서 함께 보내자고 제의를 해오고,반색하는 그녀를 엄마는 절대 보내 줄 수 없다며 반대한다.졸라대기도 지친 버지니아는 난생 처음 반항을 꾀하는데...과연 그녀는 시애틀로 갈 수 있게 될 것인가? 미운오리새끼의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녀가 해야 할 일은 정말 살을 빼는 일밖에는 없는 것일까?
처음엔 도무지 왜 이 버지니아라는 천진난만하고 엉뚱한 여자 아이가 뚱보가 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모자랄 것 없는 풍요로운 가정환경에 완벽한 가정 구성원들,환경이 그랬으니 기회가 날 때마다 볼이 터져라 음식을 밀어 넣는 그녀가 한없이 미련해 보일 수밖에는 없었다.하지만 그것은 정말로 겉만 보고 판단한 것이었다.어린 버지니아의 순진한 판단력에서 한발자욱도 벗어나지 못한...다행스럽게도 버지니아는 완벽의 화신인 오빠의 몰락을 계기로 점차 자신의 틀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그리고 섀넌 가족과 즐겁게 보내는 동안 음식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걸 깨닫고는 왜 자신이 음식에 집착하게 되었는지 자각하게 된다.영리하게도 점차 자신의 정체성과 목소리를 되찾아가던 그녀를 보자니 어찌나 귀엽고 대견하던지...자라나는 청소년들중에서 버지니아처럼 중심을 잡고 제자리를 찾아 간다는 것은 현실에선 흔치 않은 일일 것이다.실은 그건 어른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니까.그래서인지 이 당찬 뚱보 소녀의 행보에 더 흐믓한 미소가 지어졌다.가족들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야 한다고 (엄마)여자는 자고로 날씬해야 한다고(아빠)버지니아에게 압박을 가하는 가족들에게 그녀가 일침을 놓는다.
"내 몸에 대해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그건 내 문제니까 말이야."
때론 당신을 어떻게 대접해야 하는지 상대방에게 가르쳐 줘야 하는 때도 있다는걸 여실히 보여주던 한마디가 아닌가 한다.열여섯 뚱보 소녀의 이야기임에도 공감하기 어렵지 않던,설득력있게 잘 쓴 성장소설로 유머스럽고 따스한 이해가 들어있는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소심한 뚱보오리였던 버지니아가 어떻게 과격한 보라 백조로 거듭나게 되었을지 그 과정이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들여다 보심도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