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렌디피티 수집광
앤 패디먼 지음, 김예리나 옮김 / 행복한상상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세렌디피티"란 단어가 왜 제목에 들어간건지 도무지 모르겠다.이 작가가 다소 수집광적인 면이 있긴 했지만 우연한 행운하고는 아무 상관 없어 보이던데...더군다나 Serendipity는 명사다. 우연한,행운의 수집광이라는 뜻으로 지은 것이었다면 한국말로 해도 괜찮지 않았을까,그랬음 적어도 문법에는 맞았을테니 말이다.겉멋만 든 국적 불문의 내용과는 별 상관이 없는 제목이라...내용이 별볼일 없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서재 결혼 시키기>를 신선하게 읽었던 나로써는 다소 실망스러운 책이 분명하긴 했으니까.읽으면서  <글쓰기 생각쓰기>의 윌리엄 진서가 이 책을 본다면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했다.군더더기 없이 매끈한 작품이라고 생각했을까? 공들여 썼다는 것만은 분명했다.그럼에도 내겐 어딘지 부족해 보였고,거기다 몇몇은 정말로 지루했다.책을 내던지고 싶을 만큼...적어도 독자가 책을 내던지고 싶어했다면 진서 역시 잘 된 작품이라고 생각하진 않겠지 싶다.

 

작가 자신의 신변 잡기를 쓴 수상록으로 수필 12개를 모은 것이다.어릴적 오빠와 함께 한 자연채집에 대한 열정을 추억하던 <자연채집>에서는 나보코프의 인시류학으로 관점이 확장되고,그녀가 좋아한다는 수필가 찰스 램에 대한 감상적인 단상이 <온순하지 않는 램>이란 작품에서 펼쳐진다.글을 쓰면서 탐욕이 아니라 "연구"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었기에 너무도 좋았다는 <아이스크림> 역시 아이스크림에 반한 그녀의 편집적인 열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고,<올빼미>에서는 현대 사회에서 늘어난다는 밤에 일하는 사람들의 목록에 작가인 자신을 추가하더니,<도망자 콜리지>에서는 사생활과 문학 작품사이의 상관관계를 독자는 어떻게 봐야 할까에 대해 그녀의 생각을 들려준다. 깊이 있고 독창적인 수필을 쓰려 애를 쓴 티가 역력한 수필들이었다.너무 심하게 노력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이젠 한물간 장르로 여겨지는 수상록을 좋아한다는 그녀다 보니 어쩜 장르 부활의 사명감을 느끼면서 썼을지도 모르겠다.수상록이 나르시즘과 호기심으로 결합된 자신의 성격에 딱 맞다고 단언하면서 사랑과 존경을 담아 썼다 하던데,과연 그녀의 야심에 찬 이 작품은 성공작으로 분류될 수 있을까?

 

아니,그렇지는 않았다.나르시즘은 어떤 장르를 막론하고 좋은 작품을 쓰는데 있어 걸림돌이라는 것만 발견했을 뿐...이 책을 보면서 질린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이었다.그녀의 나르시즘,난 그녀를 이렇게나 속속들이 알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주구장천 읊어대는 그녀의 내면이나 공감 안 가는 어린 시절,그리고 그녀의 가족들 이야기가 그다지 매력적이진 않았으니까.결국 그녀의 이야기들은 귀 따거운 함성처럼 들려왔다.이 작가는 찰스 을 좋아한다면서 왜 그의 작품이 수작인지 모르겠던가 의아할 따름이다.찰스 이 그런 작품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찰스 이었기 때문이다.그만큼 수상록이라는 분야는 만만한 장르가 아니다.작품 속에 자신의 모든 것이 고스란히 드러나는데다 그걸 감당해낼만큼 인격이 된 사람은 매우 드므니 말이다.작가는 장황한 정보로 대충 가리면 얄팍한 내면은 어느정도는 가려지리라 생각한 모양이던데,그건 그녀의 착각일 뿐이다.결론적으로 잘 된 작품은 아니었다. 꼭 써야 했던 작품도 아니였고.지금이야 개나 소나 내는게 수필이라고 하지만 ,과거엔 수필집을 대단히 신중하게 생각했다고 들었다.자신의 보잘것 없음을 사방팔방에 전시하게 되는건 아닐까 적어도 두려워 했다는 의미다.때론 두려움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처참한 실수를 막기 위해서도, 또 종이를 위해 쓰려지는 나무에게도 미안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