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살의 스티브는 편의점 주인 살해 사건의 종범으로 잡혀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무서워서 울지 않으려 애를 쓰면서 그는 자신에겐 죄가 없다고 중얼거린다.과연 그럴까? 그에게는 정말 아무 죄가 없는 것일까? 영화 감독 지망생 스티브는 친구인 킹이 한 건 할거라면서 밖에서 망 보라는 말이 선뜻 그러기로 한다.하지만 단순히 돈을 털기로 했던 계획은 편의점 주인이 총을 빼들면서 걷잡을 수없이 커져,결국 주인이 살해되는 것으로 끝이 난다.그 이후 공범들과 함께 경찰에 잡힌 스티브는 울먹이는 부모님과 그의 무죄방면을 얻어 내기 위해 애를 쓰는 오브라이언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재판을 받게 된다. 감옥안에서 평소의 자신의 정체성(착한 소년)과 자신이 한 일(중죄모살 공범)의 간격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던 그는 끊임없이 "나는 누구일까?"를 되묻는다.과연 그는 검사가 말한 대로 괴물일까?아니면 그를 알고 있던 사람들의 증언대로 착실한 청년이었을까?그 역시도 혼란스러워 하는 가운데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시나리오처럼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과연 그는 누구일까? 사소하게 생각했던 일로 중범죄가 되어버린 한 소년이 무죄를 받아 내기 위해 재판에 임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자신은 무죄라고 주장하는 소년에게 변호사는 이렇게 대꾸한다. "너는 어리고 흑인이고 재판을 받고 있어.여기에 뭐가 더 필요하겠니?" 그 말에 스티브는 감옥안으로 들어와 다른 재소자들을 살펴보게된다. 그들 모두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는다.어떻게 해서든 죄가 없다고 최면을 거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는 자신도 그런 사람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나 역시 죄가 있는것이 아닐까를 고민하며 평생을 감옥에서 썩게 될까봐 전전긍긍하는 그의 독백이 마치 죄소자가 쓴 것처럼 설득력있게 펼쳐지고 있던 소설이다. 이 책을 보면서 참 불편한 심정이었다. 왜냐면 편의점 주인이 살해되었음에도 그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실제 총을 쏜 킹은 편의점 주인이 총을 꺼내 들은 것에 대해 불평한다.그 덕분에 자신이 살인자가 되어 인생이 꼬였다고.공범인 보보는 주인을 살해한 직후 햄버거를 먹으러 갔을 정도로 태연하다.법적으로는 분명히 죄가 있는 스티브 역시 그저 자신은 어쩌다 인생을 말아 먹었다고만 생각한다.25년형을 받으면 어쩌나 안절부절하면서...그 누군도 살해된 자가 누릴 예정이던 삶에 대해서 미안해 하지 않던 모습들이 어찌나 뻔뻔해 보이던지.자신의 잘못은 외면한 채 자신이 당하는 불편함은 못견뎌 벌벌 떠는 아이들을 보자니 아무리 아이들이라고 하지만 역겨웠다.사소한 실수라고? 편의점을 터는게 어떻게 사소한 실수가 될 수 있을까? 사람을 죽이는게 어떻게 사소한게 될 수 있다는 것인지 그들의 주장엔 동조하기 힘들었다. 이 책은 실제 많은 죄수들의 인터뷰를 통해 만들어 졌다고 한다.가장 열광한 독자들 역시 재소자들이었고.자신들과 비슷하다는 것이 공감간 모양이었다.책 말미에 무죄를 위해 애를 쓰던 오브라이언 변호사는 재판이 끝나자 스티브를 외면한 채 돌아선다.나는 왠지 그녀의 심정을 알 것 같다.물론 스티브는 왜 그녀가 외면한 것일까 궁금해하지만서도...자신이 한 일의 중대성을 깨닫지 못한다면 스티브는 영원히 그 궁금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게 아닐런지. 유무죄를 떠나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