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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워킹 홀리데이 완전정복 - 열정만으로 떠나지 마라
강태호 지음, 서지홍 사진 / 고려원북스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학 졸업 후 영어 실력이 딸려 백수가 된 작가는 먼저 영어를 정복해야 겠다는 생각에 호주 워킹 홀리데이에 나선다.일하면서 영어도 배우고,돈도 벌 수 있다는 유학원의 홍보에 그만 솔깃해져 버린 것! 비행기표 값만 있으면 숙식해결에 생활 영어도 공짜로 배울 수 있다니 이거야 말로 일석 삼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젊은 시절 한번 해볼만한 도전으로 여긴 작가는 걱정하는 시선과 만류하는 손을 뒤로 하고 2005년 비행기에 오른다.자신의 앞날에 어떤 일이 있을지 전혀 예상 못한 채...
도착한지 얼마되지 않아 그는 호주 워킹 홀리데이에 대한 것들이 대부분 환상이었으며 현실은 한국보다 더 팍팍하다는걸 알게 된다.영어 초급반에 들어간 그에게 좋은 일자리란 그림의 떡이었던 것이다.거기다 외로움에 우연히 들린 카지노에서 생활비를 다 잃은 그는 할 수 없이 농장으로 일하러 가게 된다.하지만 그림같이 낭만적으로 보이던 호주의 농장들이 실은 현대판 애니깽이었음을 그 누가 알았으리요.마지막 희망이었던 워킹 홀리데이가 실은 외국인 노동자 착취 시스템에 불과하단 사실을 알게 된 그는 농장 노예가 되어버린 자신의 처지에 경악한다.하지만 돈이 없어 농장을 떠나지도 못하는 신세,결국 가까스로 시티 새벽 청소부라는 더 나은 일자리를 얻게 되는데...
이 책을 읽고 우선 가슴이 아팠다.우리가 어쩌다 이렇게도 영어에 목을 매는 나라가 되서 한국의 멀쩡한 젊은이들이 외국에 나가 저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다들 우리의 귀한 아들,딸들인데 영어 하나 배우겠다고 호주에 가서 그 생고생을 하고 있다니 기가 막혔다.당연히 내 분노의 화살은 워킹 홀리데이의 환상을 부추기는 유학원과 TV 프로그램들에게로 가 꽂혔다.제대로 된 정보를 줬어야 하지 않는가.말도 안 통하는 외국에서 그들이 당황할 것을 생각해보라.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젊은이들을 이용한다는 생각밖엔 들지 않았다.
물론 이 작가에게도 문제는 있었다.먼저 갔다 온 선배들의 조언과 정보가 있었음에도 "난 다를거야!"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여행에 나섰으니까.아마 지금도 이런 류의 정보를 실패자의 변명으로 여기며 난 다를거란 생각으로 비행기에 오르는 사람이 많을거란 생각이 든다.제발,그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않기를 바랄 뿐이다.
결국 우여곡절끝에 한국에 돌아온 작가,그렇게 고생을 했으니 과연 영어는 정복하셨을까?마침내 입사 면접 진출에 성공한 그에게 면접관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와,놀라운데요? 눈높이와 경험을 위해서 1년이나 호주를 다녀오셨어요?나 같으면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왔겠다.안 그래요? 호주 한 곳 다녀 오고 얼마나 눈높이를 높였다고 그러시나요? 영어 못하시잖아요.말 그대로 1년간 도피한 거네요.그리고 우리 회사가 개인의 가정사를 알아야 될 이유는 없답니다.당신이 젊으니까 말씀드리는 겁니다."
젊은 그대여,충고를 받아 들이라. 때론 그것이 정답일때도 있다.타인의 경험과 말을 진지하게 받아 들이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