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왜 날씬한 여자를 원하는가 - 다이어트 강박증과 마른 몸매 증후군에 숨겨진 여성 심리노트
캐럴라인 냅 지음, 임옥희 옮김 / 북하우스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캐롤라인 냅이 쓰지 않았다면 전혀 들여다볼 생각을 안 했을 책이다.뭐?세상은 왜 날씬한 여자를 원하느냐고? 세상이 뭘 원하건 그게 무슨 상관이야,거기에 맞춰 살겠다고 비명을 지르는 네가 문제지...라고 중얼거리며 지나쳤을 책임이 분명했으니까.원제는 Appetites...이 책에서 냅은 자신의 거식증 경험에 비춰 왜 여자들은(또 어떤 남자들)자신을 굶기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강박적일 정도로 꼼꼼하게 다방면의 대답을 들려주고 있었다.20대의 난 왜 나를 굶겼는가? 질문은 간단하지만 실은 그 수면 아래 숨겨진 대답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그렇다면 거식증의 고통에서 간신히 벗어났다는 그녀는 어떤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맨처음 느낀 감정은 거식증이란 것이 내게 전혀 생소한 일이란 것이었다.나는 물론이고,내 주변에서도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일이었으니 당연하기도 했을 것이다.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야 말을 하긴 하지만 그거야 그냥 하는 말이고,어쩌다 한끼라도 굶는건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나였으니 그녀의 굶기는 그야말로 무시무시하다 못해 기괴하게 들려왔다.단적인 예를 들자면 그녀는 3년동안 날마다 똑같은 메뉴를 먹었다고 한다.하루 800킬로 칼로리로 정확히 계산된,하나의 베이글과 사과 반쪽,잘게 자른 치즈 한 조각과 한잔의 커피...두끼도 같은 메뉴를 안 먹는 나로써는 충격이자,이해 불가한 식단이었다.그렇게 극단적인 식이요법으로 그녀는 결국 176센티미터에 37킬로그램이라는 경이로운 몸매에 도달하게 되었다고 한다.물론 살아 남기 위해 마지못해 그 몸매를 포기해야 했지만서도.그것도 오랜동안의 정신과 상담을 거친 뒤에.그 치유 과정을 통해 작가가 통찰하게된 것들을 풀어 놓은 것이 바로 이 책인데,결코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원래 이 작가가 뭐든지 한번 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다.어찌나 강박적이고 통제적이며 완벽주의자답던지....아마도 그래서 거식증과 알콜 중독,그리고 성공이란 세마리 토끼를 한 손에 쥐게 된 것은 아닐까 추측되긴 하지만서도.

 

그녀는 왜 자신을 그렇게 굶겼을까?그녀의 답은 이렇다.고통과 슬픔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였다고...지나친 자의식을 가진 사람으로써 그녀는 그 모든 슬픈 감정들을 생으로 겪어 나간다는 것이 어려웠던 것이다.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던 부모의 냉랭함,거리감이 느껴지던 엄마,no라고 할 줄 몰라 벌어졌던  무의미한 섹스들,외로움,두렵기만 한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는 버거움,나쁜 남자들에 집착하는 성향과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그녀의 책을 보면서 가장 가슴 아팠던 장면은 추수 감사절에 모인 가족들이 해골같은 그녀를 보고도 무슨 일이 있냐고 묻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었다.다들 그녀를 외면한 채 아무일도 없다는듯 굴었다니,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이었다.다른 한편으로 보면 왜 그녀가 그렇게 거식증과 알콜 중독에 빠질 수밖에는 없었을까 이해가 되는 장면이기도 했지만...인간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라는 의문에 대해 냅은 한가지만큼은 명확하게 알려준다.인간적인 온기가 빠지면 그 누구도 정상적으로 사는 것이 힘들어진다는 것을...언젠가 서양 사람들은 정신 병자가 많은 반면,동양 사람들에겐 홧병 환자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냅의 가족사를 보니 서양 사람들에게 정신병자가 많은 것도 무리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개인주의에도 나름 장점이 있지만,그보다 먼저 인간은 혼자서는 살수 없는 동물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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