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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결혼을 위한 레시피
케이트 캐리건 지음, 나선숙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9월
평점 :
진실한 사랑은 강력하게 몰아치는 감정이 아니다.
헌신이 동반되는 사려 깊은 결정이다.--M. 스캇 펙 <아직도 가야할 길 >
서른 여덟살의 프리랜서 푸드 스타일리스트 트레사는 곧 마흔이 된다는 조급한 마음에 1년간 사귄 아파트 건물 관리인 댄의 청혼을 덜컥 받아 들인다. 그리고 신혼 1달이 지나...그녀는 슬슬 자신의 결혼을 잘 한 것인지 회의하기 시작한다.과연 난 남편을 사랑하는 것일까,어떻게 이 남자와 평생을 보내지라는 위기감에 비명을 지르는 트레사.자신의 결혼이 실수가 아닐까 고민하는 그녀 앞에 엄마는 외할머니의 일기를 던져주고 간다. 일기를 들춰 보던 트레사는 완벽한 노부부의 표상처럼 보이던 외할머니에게 첫사랑이 있었으며 평생 그를 못 잊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서로에게 진실로 헌신하는 듯 보이던 외할머니 내외에게 그런 비밀이 있을 줄 상상 못했던 트레사는 더욱 더 결혼에 회의하게 되고.시댁에 눈치를 봐야 하는 현재와 비교해 자유롭게 살았던 과거를 그리워 하던 그녀는 과거 남자친구를 만나자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하는데...과연 결혼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완벽한 결혼을 위한 레시피는 없는 것일까?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 트레사는 늦지 않게 자신의 레시피를 찾게 될 것인가? 할머니의 일기를 읽어나가면서 트레사는 할머니의 연륜에 찬 지혜에 한번 더 기대를 걸어 보는데...
완벽한 결혼을 위한 레시피라,맛깔스럽게 들리는 제목이다.완벽한 결혼의 레시피라는건 없다는 걸 알고 있는 나로써는---어떤 인간관계건 완벽이란걸 기대하며 산다는 것은 비이성적일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지루한 일이다.--작가가 자신이 던진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가가 궁금했다.만약 제목만큼 맛있게 요리를 했다면 멋진 로맨스 소설이 되기에 충분할거라 기대하면서...결론만 말하자면 아쉽게도 멋진 소설이 되기엔 충분치 못했다.좋은 소재라 잘 풀어 갔다면 공감을 사기 어렵지 않았으련만,우선 주인공 트레사가 별로 상식적인 사람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부터가 점수를 깍아먹고 있었다.서른 여덟을 먹었다지만 딱 스무 살 철딱서니 없는 여자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던 그녀가 자신의 기대만큼 지적이지 못하다는 남편 댄을 못마땅해하는 모습은 아무리 잘 봐주려 해도 편들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오히려 왜 댄 같이 착한 남자가 개차반 일보직전의 그녀와 사는지 이해되지 않았으니...소설이건 영화건 주인공을 편들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그 이야기는 실패한 것이라고 봐도 좋다. 현실속에서도 넘쳐나는 얄미운 인간들을 굳이 로맨스 소설에서까지 찾아보면서 응원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사랑스럽지 않는 주인공은 로맨스 소설의 독이라니까.
"완벽한 레시피"를 찾아가던 중간 과정들이 들쭉날쭉 그다지 공감가지 않는 사건들로 채워져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론이 무난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결론적으로 공감 안 가는 튀는 사건들로 인해 아이디어의 참신성이나 결론의 감동을 말아 먹던 소설이었지만,그럼에도 그럭저럭 시간 때우기 용으로는 괜찮았다.물론 절박하게 완벽한 결혼의 레시피를 얻어야 한다시는 분들은 피하는게 낫겠지만서도,시간 낭비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