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의 마지막 카라반 - 고대 실크로드를 따라간 낙타 카라반의 12,000킬로미터 대장정
아리프 아쉬츠 지음, 김문호 옮김 / 일빛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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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터키의 유명 작가 아리프 아쉬츠는 친구 네잣과 무랏,그리고 미국인 카메라맨인 팩스턴과 함께 통역사,낙타 조련사,낙타 열마리, 경비견 둘등으로 구성된 낙타 카라반을 이끌고 서안에서 터키 이스탄불에 이르는 만 2천 킬로미터실크로드 대장정에 나선다.여행을 기다리는 것이 고문이었다고 할 정도로 한껏 기대에 부풀었던 그들은 얼마 가지도 않아 자신의 여행이 상상했던 것과는 다르다는걸 깨닫게 된다. 부슬비는 추적추적 내리지,물집 잡힌 발은 걷기도 힘들지,낙타를 타고 가자니 차라리 걷는게 더 낫지,한번 주저 앉았다 일어나려 하면 짐 꾸리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지,지나가는 차들은 경적을 울려대지, 낙타들은 혼비백산 도망가지,그들의 타는 속도 모르고 연도에 선 사람들은 환영한다고 박수를 쳐대지...한없이 신비해 보이던 카라반의 여정을 멋지게 재현하고팠던 아쉬츠 일행은 팍팍한 현실앞에 과연 이 여정을 무사히 마칠수나 있을까 걱정하기 시작한다.그렇게 불안으로 시작된 그들의 여행은 어떻게 되었을까?장장 15개월만에 끝이 났다는 그들의 여행을 따라가 보자.

 

실크로드 기행문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제목만 보고 골랐다.실은 꽤 많은 실크로드책들을 읽어놔서 이 터키 작가라는 분이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시려나 약간 미심쩍었었다.이야기가 별로면 사진만 보면 되지,뭐...처음엔 이런 심드렁한 자세로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내 걱정이 기우였다는 걸 알게 됐다.작가가 생각지도 않게 글을 잘 썼기 때문이다.군더더기없고 유려한 문체,어깨에 힘을 뺀 자연스런 서술,넘치지 않는 유머감각에 ,타인을 이해하는 따스한 시선,거기에 실크로드를 제대로 보여 주겠다는 남다른 각오에 카라반의 명백을 이어 보겠다는 열정 역시 이 책의 진가를 더하고 있었다. 이 책이 다른 책과 차별되는 점들을 언급해 보자면...

 

1.우선,서양인의 시선이 아닌 동양인 ,바로 실크로드의 주체이자 당사자인 터키인에 의해 실크로드가 그려지는 점이 매우 반가웠다.같은 길을 걸었던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란 책도 물론 좋은 책이긴 하지만 어딘지 동양인을 비하하고,경계하는 시선이 느껴져서 읽는 내내 불편했었다.

하지만 이 작가의 경우는 같은 동지라는 느낌이 확연해 그런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그리고 그건 그들만 그랬던것이 아니다.이 원정대가 가는 곳마다 몰려 나와 반겨주던 현주민 역시 마찬가지였으니까.현주민들은 원정대를 위해 서둘러 양을 잡고 ,춤을 추고,무사 여행을 기원하면서 고대 선조의 여정을 재현하려는 그들의 용기를 부러워했다고 한다.원정대에 대한 그들의  넘치는 환대를 서양인들은  도무지 이해 못했다고 하던데,우린 잘 알지 않는가.그들이 왜 그랬는지를...그것이 바로 동양의 정서이고 자부심이란 것을.

 

2. 작가가 열심히 공부한 티가 곳곳에서 역력했다.덕분에 이젠 이름조차 희미한 소수민족이나 잊혀진 나라들의 과거와 풍습,현재 살아가는 모습들을 알기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어디 현지 사정만 그랬겠는가. 그는 이 책 하나를 위해 실크로드를 다녀갔던 과거 여행자와 기행문 모두를 연구한 모양이던데,실크로드에 관한 한 모든 것을 공부한 작가를 보면서 남에게 보일 정도의 열정이라면 그 정도는 해야 되는구나 싶어 감탄했다.

 

3.사막에서 낙타의 중요성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는다.그들이 없다면 인간도 사막을 건널 수 없기 때문이다.그렇기 때문에 카라반에서는 특히 낙타와 사람 사이의 유대가 깊어질 수밖에 없다.그건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브르노 바우만의 <타클라마칸>(돌아올 수 없는 사막-강추! 매우 좋은 책이다.)에서 감동깊게 읽었던 인간과 낙타와의 우정(?)을 여기서도 다시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동물을 향한 따스한 시선과 그들을 돌보는 손길,그리고 그들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는 마음 모두 공감하기 어렵지 않았다.

 

4.일화마다 잔잔한 유머가 박혀 있어서 읽으면서 미소가  흐르게 하더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체포를 당할 위기때 마다 장쩌민 주석이 서명한 서한을 내밀어 넘겼다던지 ,이란 국경을 넘지 못할까 걱정 했는데 오히려 터키 국경에서 거지 취급을 받아 고생한 이야기등...험난한 여행을 감행하는 사람들 특유의 낙천성을 보는 것같아 보기에 흐믓했다.

 

한마디로 지성적이고 유머스런 작가의 발로 뛰어 만든 흔치 않는 멋진 실크로드 탐사기라고 보심 될 것 같다. 어디 글만 멋진가?사진도 감동적이다.문명에 찌들지 않은 소박한 이들의 모습을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잡아 낸 사진을 보면서 ,동양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여 주는 듯해서 뿌듯하기 그지 없었다.원정대의 성공뿐만이 아니라 동양의 참 모습을 보여주는 작업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작가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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