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서류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박철화 옮김 / 문학동네 / 200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알바니아에 아직도 음유시인의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두 아일랜드 연구자들은 호메로스의 자취를 추적하기 위해 알바니아에 온다.당시로써는 생소한 녹음기를 들고 나타난 두 외국인의 모습에 한적한 마을 N 군에서는 적잖은 소동이 인다.그들이 스파이일지도 모른다는 전보 한장에 최고의 스파이 뒬 라스팡트에게 염탐을 지시한 N군의 군수는 곧 뒬이 보내오는 보고서의 유려한 문장에 열등감을 느낀다.이국적인 사내와의 불륜이 자신의 운명이라고 확신한 군수의 아내는 자신의 환상을 질책하나 통제하지는 못하며, 스파이라는 누명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음유 시인을 만나는 것에만 관심이 있던 아일랜드인은 드디어 그들을 만나 노래를 듣게 되자 감격한다.단지 노래를 들으러 그 먼 타국에 왔을리는 없다고 생각한 군수는 그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해 하고,결국 천년동안 이웃 나라와 전쟁중이라는 알바니아의 희귀한 정치 상황과 맞물려 두 아일랜드인은 악마적인 존재로 격상하는데...

 

동유럽다운 풍미가 살아있던 소설이었다.호메로스의 발자취를 찾아 간다는 두 학자의 순정에 평범한 학자 둘을 스파이라고 의심하는  편집적이다 못해 히스테리적이기까지 한 알바니아 관리들,알바니아판 보바리 여인을 꿈꾸던 군수 아내,천부적인 염탐 능력에 탁월한 문장능력까지 가미해 자신의 보고서를 걸작으로 만들어 내는 뒬과 자신의 무능력이 발각될까봐 전전긍긍하는 군수까지...한마디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천태만상 현란한 이야기들을 맛깔난 솜씨로 이음새 없이 재단한 블랙코미디였다.간간히 등장하는 생뚱맞는 유머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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